여러 계약요소가 하나의 거래에서 양립하면, 당사자가 실제로 약속한 내용을 해석해 각 요소에 상응하는 법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계약이 해제되어도 이미 목적을 달성한 임대차 부분의 사용대가까지 모두 반환하는 것은 아니다(96다14616 판결요지 [1]·이유 1나).
쉽게 말하면 — 가게의 영업허가권과 시설을 사면서, 잔금을 치르기 전부터 사용료를 내고 영업하기로 한 경우입니다. 이런 약정은 가게를 사는 매매와 먼저 사용하는 임대차가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96다14616 판결요지 [1]).
어떤 계약을 혼합계약으로 보는가?
당사자가 여러 전형계약의 요소를 하나의 거래에 결합하고 그 요소들이 양립하도록 약정한 계약이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전형계약은 매매·임대차처럼 민법이 유형별 규정을 둔 계약을 말한다. 매매는 재산권을 넘기는 대신 대금을 받는 약정이다(민법 제563조). 임대차는 물건을 사용·수익하게 하는 대신 차임을 받는 약정이다(같은 법 제618조).
혼합 여부를 판단하려면 계약서 이름보다 각 당사자가 무엇을 하거나 지급하기로 했는지 살핀다. 이처럼 약정한 행위나 지급을 급부라고 한다. 특약의 개수만 세지 않고, 그 약정이 어떤 급부와 대가를 추가하고 기존 약속과 함께 성립하는지 읽어야 한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2]).
주문품의 제작과 공급이 결합된 경우에 매매 또는 도급 규정을 적용하는 구체적 기준은 제작물공급계약에서 설명한다.
계약서 이름과 실제 약속이 다르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석하나?
법원은 문언의 객관적 의미를 해석하고, 그것이 불명확하면 체결 경위·목적·진정한 의사·거래 관행 등을 종합한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문언은 계약서 등에 표시한 말을 뜻한다. 특정 낱말에만 얽매이지 않되, 한쪽이 마음속으로 무엇을 의도했는지만으로 표시된 약속을 바꾸지는 않는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불명확할 때 함께 살피는 사정은 다음과 같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사회정의와 형평에 맞도록 논리·경험법칙과 사회일반의 상식·거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한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 계약 문구의 형식과 내용, 계약을 맺게 된 동기와 경위를 살핀다.
- 당사자가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를 살핀다.
- 해당 거래에서 통용되는 관행을 살핀다.
물품을 공급하면서 수익을 보장하기로 했다면 공급 약정과 수익보장 약정을 함께 읽어야 한다. 수익보장이라는 사정만으로 물품공급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2009다67313 판결요지 [2]).
여러 계약요소에 각기 다른 법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는가?
법원은 양립하는 계약요소마다 그에 상응하는 법적 효과를 인정할 수 있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 어느 한 전형계약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성립을 부정하지 않고, 거래 내용부터 확정해야 한다(2009다67313 판결요지 [2]). 다만 약정의 내용과 계약을 체결한 사람의 권한은 구별해서 판단한다.
물품공급과 보장 약정
컴퓨터 거래 사건에서는 중간 도매업체에 물품을 직접 인도하지 않으면서 수익률이나 재매입을 보장하는 약정이 문제 되었다. 원심은 이를 물품거래 형식을 빌린 자금거래로 보아 물품공급계약의 성립을 부정했다. 대법원은 물품공급에 수익률보장 또는 재매입보장이 결합된 혼합계약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다(2009다67313 판결요지 [2]·이유 2).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내, 거래 내용에 따른 법률효과를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2009다67313 주문·이유 3). 회사 직원에게 회사를 대리해 계약이나 보장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는지는 별도로 판단하도록 남겼다(2009다67313 이유 2).
약정의 효력과 대리권
당사자는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임의규정과 다르게 약정할 수 있다(민법 제105조). 반면 계약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위반하면 무효다(같은 법 제103조). 여러 요소를 결합하는 자유와 각 조항의 유효성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정하는 한계 안에서 판단한다.
회사 직원과 거래했다면 계약의 성질뿐 아니라 그 직원에게 해당 계약과 보장 약정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2009다67313 이유 2).
계약을 해제하면 이미 받은 대가도 모두 돌려주나?
당사자가 돌려줄 대가는 혼합된 각 부분의 성질과 이행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96다14616 판결요지 [1]). 매매와 임대차가 결합된 사건에서는 계약금 반환의무와 이미 발생한 사용대가 지급의무가 함께 남았다(96다14616 이유 1나). 해제로 되돌릴 부분과 해지로 장래에만 끝나는 부분을 나누어 보아야 한다.
해제의 원상회복과 해지의 장래효
법률이나 계약에 따른 해제권을 행사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 원상회복은 계약에 따라 주고받은 것을 되돌려 계약 전 상태를 회복하는 것이다. 다만 제3자의 권리를 해치지는 못한다(민법 제548조 제1항). 이 경우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더해야 한다(같은 법 제548조 제2항).
해지는 계약을 장래에 대해서만 끝내는 것이다(민법 제550조). 혼합계약의 임대차 부분이 이행불능 때까지 이미 완전히 목적을 달성했다면, 그 부분은 장래에 대해서만 종료된다고 본 사례가 있다(96다14616 판결요지 [1]).
이미 사용한 영업시설의 대가
나이트클럽 사건에서 매수인은 영업허가권과 시설 일체를 매수하며 계약금을 지급했다. 잔금 지급 전부터 클럽을 사용·수익하면서 잔금의 이자 상당액과 매도인 명의로 부과되는 공과금·임대료·관리비 등을 부담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계약금이 임차보증금, 잔금의 이자 상당액이 월 차임인 임대차가 매매와 결합되어 있다고 보았다(96다14616 판결요지 [1]·이유 1나).
매도인의 책임으로 이행불능이 되어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했지만, 임대차 부분은 이미 목적을 달성한 기간까지 거슬러 없어지지 않았다. 매도인은 해지 전에 받은 차임을 돌려줄 의무가 없었다. 매수인의 미지급 차임 채무도 남았다(96다14616 이유 1나).
사용기간에 부담하기로 한 공과금 등을 매도인이 대신 냈다면, 매수인에게 구상할 권리도 있었다. 구상은 다른 사람이 부담할 돈을 대신 낸 뒤 그 상환을 청구하는 것이다(96다14616 이유 1나).
대법원은 반환할 계약금에서 미지급 차임과 위 구상금을 같은 금액만큼 상계한 결론을 유지했다(96다14616 이유 1나). 다만 이행불능 시점에 관해서는 이중매매일을 기준으로 한 원심 판단을 고쳤다. 제3자에게 다시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이행불능이 되는 것은 아니다(96다14616 판결요지 [2]·이유 1나).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이 클럽을 되찾을 특별한 사정도 없어, 제3자의 대리인이 점유한 때 이행불능이 되었다(96다14616 이유 1나). 대법원은 매수인이 그 전까지 점유한 기간의 차임 등 부담을 인정했다. 구상 범위에 관한 원심 결론은 유지하고 매수인의 상고를 기각했다(96다14616 이유 1나·주문).
분쟁 전에 어떤 약정과 이행자료를 구별해야 하나?
당사자는 급부와 대가를 나누고, 이미 이행된 부분·남은 부분·종료 조건을 대응시켜 자료를 정리한다(2009다67313 이유 2, 96다14616 이유 1나). 다음은 두 판결의 판단자료에서 얻을 수 있는 준비 항목이다. 법정 제출서류 목록은 아니다.
| 확인할 내용 | 대조할 자료와 질문 |
|---|---|
| 어떤 약속을 했는가 | 계약서·부속약정·거래 전후 이메일에서 공급, 수익보장, 재매입 약정의 상대와 내용을 구별한다(2009다67313 이유 2). |
| 무엇을 실제로 이행했는가 | 물품보관증·대금 송금자료와 실제 공급 내용을 맞춘다(2009다67313 이유 2). 시설을 먼저 썼다면 인도일과 사용기간도 정리한다(96다14616 이유 1나). |
| 돈은 무엇의 대가인가 | 매매대금·보증금·사용료의 명칭뿐 아니라 약정한 역할과 대상 기간을 대조한다(96다14616 판결요지 [1]·이유 1나). |
| 종료 뒤 무엇이 남는가 | 계약금 반환채권과 미지급 차임채권, 대신 지급한 공과금 등의 구상금채권을 구별한다. 해당 임대차 부분이 이미 목적을 달성했는지도 살핀다(96다14616 이유 1나). |
| 회사가 약정에 구속되는가 | 체결자가 공급과 보장 약정을 회사 대신 할 권한을 갖고 있었는지 별도로 확인한다(2009다67313 이유 2). |
실무 체크포인트
- 계약서 본문·특약에서 각 당사자가 무엇을 하거나 지급하기로 했는지 표시한다. 물품공급·수익보장·재매입 약정이 있다면 각 약속의 상대와 내용을 구별한다(2009다67313 판결요지 [1]·[2]).
- 반환을 요구할 돈은 지급 명목과 대상 기간별로 나눈다. 이미 목적을 달성한 임대차 부분의 기지급 차임은 반환대상이 아니라고 본 사례다. 미지급 차임·구상금채권을 계약금 반환채권과 구별한 뒤, 이 사건처럼 상계해 정산할 수 있는지도 검토한다(96다14616 이유 1나).
- 회사 직원의 수익보장·재매입보장 약정은 그 직원의 체결 권한을 확인할 자료와 함께 검토한다(2009다67313 이유 2).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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