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해지·자동해제 뒤라도 당사자 사이에 계약을 다시 이행하기로 하는 합의가 인정되면 계약은 부활할 수 있다(2000다5336 이유 2.나, 2019다216817 이유 1). 계약서의 종료 조항뿐 아니라 기한 뒤 양쪽이 주고받은 말과 행동까지 살펴야 한다.
쉽게 말하면 — 자동으로 끝난 계약을 두고 양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이어가며, 종료의 효과는 주장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때 한쪽이 약속대로 이행하라고 요구하거나, 받을 돈을 다 받지 못한 쪽이 별다른 이의 없이 일부를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을 되살리는 합의가 인정됩니다(2019다216817 이유 1).
자동해지 특약이 있으면 별도 통고 없이 끝나는가?
자동종료 요건이 갖추어지면 별도 통고는 필요 없지만, 기한 경과만으로 항상 계약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2000다5336 이유 2.나, 2022다255614 판결요지 [1]). 계약서의 종료 문구와 상대방도 함께 이행해야 할 의무를 나누어 확인한다.
자동종료와 해제권 유보
임차인이 정해진 입점기한을 넘기면 자동해지한다는 특약에서는 별도 해지 의사표시 없이 계약이 종료된다(2000다5336 판결요지 [1]). 그러나 단순히 해지·해제할 권리를 정한 경우에는 그 권리를 가진 사람이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민법 제543조 제1항).
잔금을 제때 주지 않으면 계약금이 매도인에게 귀속되고 추후 협상한다는 특약도 곧바로 자동해제 조항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를 해제권을 남겨두면서 협의도 이어가기로 한 약정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2022다255614 이유 3.나.3)). 그 사건에서는 동시이행을 정한 계약 내용과 기한 뒤 대금 지급·공탁에 이의가 없었던 사정 등도 함께 살폈다(2022다255614 이유 3.나.4)·5)).
해지와 해제의 효과도 구별한다. 해지는 계약의 효력을 장래에 대하여 없앤다(민법 제550조). 해제하면 당사자들은 서로 원상회복할 의무를 지지만, 제3자의 권리를 해칠 수는 없다(같은 법 제548조 제1항).
잔금 지급과 동시이행
부동산 매매에서 자동해제 약정이 있어도, 매도인이 이행을 제공하여 매수인을 이행지체에 빠뜨리지 않았다면 기한 경과만으로는 원칙적으로 해제되지 않는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동시이행은 서로 맞교환하여 이행할 관계를 말한다. 서로 이행기가 된 채무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면, 상대방이 이행을 제공할 때까지 자기 의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다(민법 제536조 제1항).
다만 다음 어느 하나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면, 매수인이 잔금기한까지 지급하지 않은 것만으로 계약이 자동으로 효력을 잃는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 양쪽이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 서류 준비 여부와 관계없이, 매수인이 지급기일을 넘긴 사실 자체로 계약을 실효시키기로 특약한 경우이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 매수인이 거듭된 불이행에 책임을 느껴 잔금기한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새 기한까지 반드시 이행하고 다시 어기면 자동해제를 감수하겠다고 약정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기한 뒤 협의하거나 일부 돈을 받으면 계약이 살아나는가?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고 종료의 효과를 주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어느 하나의 행동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활 합의가 인정된다(2019다216817 이유 1).
- 계약 내용에 따른 이행을 촉구한 경우이다.
- 온전한 이행을 받지 못한 상대방이 별다른 이의 없이 일부 급부를 받은 경우이다. 급부는 돈을 지급하는 것처럼 계약에 따라 상대방에게 해 주어야 하는 일을 말한다.
이 합의는 이미 종료된 계약을 부활시키면서 자동종료 조항의 효력도 없앤다(2019다216817 이유 1).
임대차 사건에서는 입점 기한이 지난 뒤에도 양쪽이 내부공사를 협의했고 임대인이 입점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이때 기한 경과로 자동해지된 계약을 다시 부활시키는 약정이 있었다고 해석했다(2000다5336 이유 2.나).
사업권 양도 사건에서는 지급기한 뒤에도 양수인이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일부 대금을 지급했고 양도인은 이의 없이 받았다(2019다216817 이유 3.나). 대법원은 계약 부활 합의를 인정할 여지가 많다고 보아,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19다216817 이유 3·4). 돈을 보낸 사실만 볼 것이 아니라,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지급한 돈을 상대방이 이의 없이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2019다216817 이유 3.나).
부활한 뒤 또 이행하지 않으면 바로 해제할 수 있는가?
계약 부활로 자동해제 조항의 효력이 없어졌다면, 이행을 받지 못한 당사자는 새로운 최고 없이 바로 해제할 수 없다(2019다216817 이유 1·3.다). 최고란 상대방에게 채무를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통지이다. 이행지체를 이유로 해제하려면 상당한 기간을 정해 최고하고, 그 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4조 본문).
다만 다음과 같이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는 별도의 사유가 있는지는 구별한다.
-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가 필요 없다(민법 제544조 단서).
- 계약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에 비추어 정해진 시기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시기에 이행하지 않았다면 상대방은 최고 없이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5조).
- 채무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이 불가능해졌다면 채권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546조).
새로 해제권을 행사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해제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민법 제543조 제1항). 부활 전의 기한 경과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이후 어떤 불이행이 있었는지와 새 최고가 필요한 사유인지를 확인해야 한다(2019다216817 이유 3.다).
부활 뒤 양쪽이 다시 계약을 끝내기로 할 수도 있는가?
당사자들이 계약을 더 이행하지 않으려는 뜻을 객관적으로 함께 드러내면, 부활 뒤에도 묵시적으로 합의해지할 수 있다(2000다5336 이유 2.나·3). 묵시적 합의란 말로 명시하지 않아도 양쪽의 행동에서 뜻의 일치가 드러나는 합의이다. 한쪽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2000다5336 판결요지 [3]).
앞의 임대차 사건에서는 계약 부활 뒤 임차인이 입점을 포기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임대인은 조속히 재임대하여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고, 차임 지급도 요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 사정들을 함께 보아 쌍방의 묵시적 합의해지를 인정했다(2000다5336 이유 3).
계약을 다시 살리려는 합의와 그 뒤 끝내려는 합의는 서로 다른 시점의 행동으로 확인해야 한다. 합의로 계약을 끝낼 때 반환금과 이자 등을 정하는 문제는 합의해제에서 설명한다.
계약의 존속 여부를 다툴 때 어떤 자료를 확인하나?
당사자는 약정 기한 전후의 협의·독촉·지급·수령 자료를 시간순으로 대조한다. 다음은 판례의 판단 사정을 바탕으로 정리한 확인 자료이며, 법정 필수서류 목록은 아니다(2000다5336 이유 1~3, 2019다216817 이유 2·3).
| 확인 자료 | 확인할 사실 |
|---|---|
| 계약서와 기한 내 이행 자료 | 자동종료의 대상 의무·기한이 무엇이고, 기한 내 실제로 이행했는지 확인한다. |
| 반대의무의 이행·제공 자료와 특약 |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 등 반대의무의 이행을 제공했는지 확인한다. 이를 요구하지 않고 기한 경과만으로 종료시키기로 한 특별한 약정이 있는지도 확인한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
| 기한 뒤의 협의·독촉 내용 | 양쪽이 계약의 유효를 전제로 협의했는지, 이행을 촉구한 사람이 종료의 효과를 주장했는지 확인한다. |
| 지급내역과 수령 당시의 대화 | 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에서 지급한 일부 급부를 상대방이 이의 없이 받았는지 확인한다(2019다216817 이유 3.나). |
| 후속 최고와 답변 | 새로 이행을 요구한 내용과 기간, 상대방의 이행 여부나 이행거절 의사표시를 확인한다(민법 제544조). |
| 반환 요구와 그에 대한 답변 | 양쪽이 나중에 계약을 끝내기로 뜻을 모았는지 확인한다. |
자료를 정리할 때에는 ‘처음 자동으로 끝났는가’, ‘그 뒤 부활했는가’, ‘다시 끝났는가’를 나누어 본다. 계약이 끝났다는 통지 하나만으로 그 앞뒤의 협의와 이행을 빼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2000다5336 이유 1~3, 2019다216817 이유 2·3).
실무 체크포인트
- 자동종료를 주장하려면 계약서의 의무·기한과 실제 불이행을 먼저 맞추어 본다(2000다5336 판결요지 [1]). 부동산 잔금 문제에서는 매도인의 반대의무 이행제공과, 이를 요구하지 않는 특별한 약정이 있는지도 함께 확인한다(2022다255614 판결요지 [1]).
- 기한 뒤 협의·이행촉구 자료와 일부 돈을 받은 경위·이의 표시를 보존한다.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논의를 이어가고 종료의 효과를 주장하지 않은 상황인지 확인한다. 그 상황에서 이행을 촉구하거나 이의 없이 일부 급부를 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활 합의가 인정된다(2019다216817 이유 1).
- 부활 뒤 이행지체 해제를 준비한다면, 새 최고 내용·기간·그 뒤의 미이행을 기록한다(민법 제544조 본문). 미리 이행을 거절한 경우 등 최고가 필요 없는 사유는 해당 요건에 맞추어 구별한다(같은 법 제544조 단서, 같은 법 제545조, 같은 법 제54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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