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권의 불가분성

해제권의 불가분성은 계약 한쪽 또는 양쪽의 당사자가 여러 명이면 해제를 그 전원으로부터 또는 전원에 대하여 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일부 당사자만으로 계약 전체를 해제하거나, 상대방 일부에게만 해제 의사를 표시하는 것으로는 원칙적으로 부족하다. 민법은 같은 규율을 해지에도 적용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

쉽게 말하면 — 부모가 체결한 매매계약을 여러 자녀가 상속했다면, 한 자녀가 자기 몫만 생각해 계약 전체를 끝낼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약정 등이 없다면 상속인 모두의 해제 의사가 필요합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종이에 함께 서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2013다22812).

전원이 함께 하나의 서면으로 해제해야 하는가?

전원의 의사표시는 필요하지만 반드시 동시에 같은 서면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상속인들이 함께 하든 각자 하든 전원이 해당 해제 의사표시를 했는지를 판단한다.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일단 한 해제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민법 제543조, 2013다22812 이유 2.다).

하나의 계약에서 한쪽이 여러 공동당사자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쪽 전원의 행사 또는 그쪽 전원에 대한 의사표시가 필요하다. 양쪽 모두 여러 명이면 행사하는 쪽과 상대방 쪽의 전원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목적물 수만이 아니라 하나의 계약인지, 누가 그 계약의 공동당사자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547조 제1항, 2012다5537).

대법원은 여러 호실을 하나의 임대차계약으로 빌려준 뒤 일부 호실의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경우에도 공동임대인 전원의 해지가 원칙이라고 했다. 별도의 약정 등 특별한 사정 없이 양수인이 자기 호실 부분만 분리해 해지할 수 있다고 본 인도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했다(2012다5537 이유 1 및 주문).

계약 당사자가 사망하면 상속인 한 명이 행사할 수 있는가?

계약 당사자가 사망하여 여러 상속인이 그 지위를 승계했다면, 상대방과 다른 내용의 특약을 맺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인 전원이 해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상속인이 각자 지분을 가진다는 이유만으로 계약 전체에 대한 해제권을 각자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매매계약을 승계한 공동상속인에게 이 원칙을 적용했다(민법 제547조, 2013다22812 판결요지).

2013다22812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사망한 뒤 상속인들이 매도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상속인 중 한 사람만 항소심에서 새로운 원인으로 해제를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나머지 상속인들도 그 해제 의사표시를 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보았다. 한 사람의 의사표시만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원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013다22812 이유 2.나·다).

먼저 다른 이유로 해제를 주장했다면 전원 행사로 볼 수 있는가?

먼저 전원이 해제를 주장했더라도 그 원인이 나중의 해제 주장과 전혀 다르면 나머지 사람들까지 나중의 해제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전원이 단순히 ‘해제’라는 표현을 썼는지만이 아니라, 문제 되는 해제 의사표시에 모두 참여했는지를 살펴야 한다(2013다22812 이유 2.다).

이 사건의 최초 소장에서는 취토작업에 필요한 사용승낙서를 받지 못한 사정 등을 근거로 해제를 주장했다. 항소한 상속인은 이후 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 소멸에 따른 이행불능을 해제 원인으로 들었다. 대법원은 두 원인을 전혀 다른 것으로 보았고, 항소하지 않은 나머지 상속인들은 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다른 소송을 제기한 사정도 확인했다(2013다22812 이유 2.다).

전원의 행사 문제와 해제 원인의 성립도 구별해야 한다. 같은 판결은 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매도인의 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 등기명의자가 시효 완성을 적극 주장하고 이행하지 않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기 전까지는 이행불능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2013다22812 이유 2.다).

한 사람에게 해제권이 소멸하면 나머지는 행사할 수 있는가?

당사자가 여러 명인 경우 해지권이나 해제권이 한 사람에 대하여 소멸하면 다른 당사자에 대하여도 소멸한다. 전원이 행사해야 한다는 요건뿐 아니라 권리 소멸도 함께 움직이도록 한 규정이다. 다만 한 사람이 아직 해제 의사표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정과 그 사람에 대하여 해제권이 소멸했다는 사정은 구별해야 한다(민법 제547조 제2항).

해제권의 행사기간을 정하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행사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그 기간에 해제 통지를 받지 못하면 해제권이 소멸한다. 최고는 해제권자에게 하고, 해제 통지는 계약 상대방에게 한다. 여러 당사자가 있는 사건에서는 이 구별과 전원 행사 원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547조, 같은 법 제552조).

해제권자의 고의·과실로 목적물이 현저히 훼손되거나 반환할 수 없게 되거나, 가공·개조로 다른 종류의 물건이 된 경우에도 해제권은 소멸한다. 여러 해제권자 중 한 사람에 대하여 이러한 소멸사유가 성립하면 다른 당사자에게도 소멸 효과가 미친다(민법 제547조 제2항, 같은 법 제553조).

특약이나 여러 계약이 있으면 무엇을 먼저 확인하는가?

먼저 약정상 누가 어느 계약을 어떤 범위에서 해제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속인 전원 행사 원칙에는 상대방과 다른 내용의 특약을 정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예외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범위의 행사권을 인정한 약정인지가 중요하며, 상속인 일부의 일방적 의사만으로 예외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2013다22812 판결요지).

또 여러 사람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같은 계약의 당사자는 아니다. 이 판결에서도 매도인들에 대한 해제 문제와 최초 양도인에 대한 직접 이전등기청구는 별도로 판단했다. 매도인들 패소 부분은 파기환송했지만, 최초 양도인에 대한 원고의 상고는 기각했다. 당사자 전원 여부는 해제하려는 계약을 기준으로 확인해야 한다(2013다22812 이유 1·2 및 주문).

계약관계의 성질상 전원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가?

특약뿐 아니라 계약관계나 특별해제권의 성질 때문에 민법 제547조를 적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법원은 수탁자만 여러 명인 명의신탁에서 일부 수탁자에게 해지를 표시하면 그 일부에 한하여 효력이 생긴다고 보았다(73다467 판결요지 2 및 이유 3).

이 명의신탁 판결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의 사건이다. 현재 부동산 명의신탁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종중·배우자·종교단체 등의 특례도 법정 요건을 갖추어야 하므로, 먼저 해당 명의신탁이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판결을 근거로 모든 공동명의 부동산의 일부 해지가 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4조, 같은 법 제8조, 73다467).

구 회사정리법상 관리인이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도 대법원은 제547조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현행 회생절차의 관리인 선택권은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에서 정하므로, 일반 계약당사자의 해제와 구별하여 그 조문이 정한 행사 요건과 제한을 확인해야 한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9조, 2000다54659 판결요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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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9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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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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