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리인은 대리인이 선임하여 본인을 대리하게 하는 사람이고, 대리인이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복임권이라 한다. 민법은 네 조문으로 이 문제를 정한다. 임의대리인이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경우가 민법 제120조, 그렇게 선임한 임의대리인이 본인에게 지는 책임이 민법 제121조다. 이어 법정대리인의 복임권과 그 책임을 민법 제122조가, 복대리인의 권한을 민법 제123조가 정한다.
쉽게 말하면 — 대리를 맡은 사람이 그 일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맡겨 대리하게 하는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고른 대리인(임의대리인)은 함부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본인이 승낙했거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법이 정해 준 대리인(법정대리인)은 자기 책임으로 자유롭게 맡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복대리인은 대리인의 대리인이 아니라 본인의 대리인입니다.
임의대리인은 복대리인을 마음대로 선임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다. 대리권이 법률행위에 의하여 부여된 경우에는 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있는 때가 아니면 복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다(민법 제120조). 조문은 “선임하지 못한다”고 정해 원칙을 금지로 두었고, 승낙과 부득이한 사유 둘 중 하나가 있을 때만 선임이 열린다.
본인의 승낙은 명시적일 필요는 없다. 대법원은 대리의 목적인 법률행위의 성질상 대리인 자신에 의한 처리가 필요하지 않고 본인이 복대리금지의 의사를 명시하지 않은 경우에는 복대리인 선임에 관한 묵시적 승낙이 있는 것으로 본다(2005다22701 판결요지 [5]. 외국인 주주의 상임대리인이 의결권 행사를 재위임할 수 있는지를 다룬 항이다).
요건을 갖추어 선임했더라도 대리인이 책임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전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리인이 복대리인을 선임한 때에는 본인에게 대하여 그 선임감독에 관한 책임이 있다(민법 제121조 제1항). 이 항이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제120조의 요건을 갖추어 선임한 경우다.
본인이 복대리인을 지목한 경우에는 책임이 가벼워진다. 대리인이 본인의 지명에 의하여 복대리인을 선임한 경우에는 그 부적임 또는 불성실함을 알고 본인에게 대한 통지나 그 해임을 태만한 때가 아니면 책임이 없다(같은 조 제2항). 대리인이 부적임이나 불성실을 알았을 것, 그리고 통지나 해임을 게을리했을 것이 함께 있어야 책임이 남는다.
법정대리인의 복임권은 어떻게 다른가?
법정대리인은 그 책임으로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민법 제122조 본문). 본인의 승낙도, 부득이한 사유도 요건이 아니다. 다만 조문은 “그 책임으로”라고만 적고 그 책임의 구체적 내용은 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때에는 전조제1항에 정한 책임만이 있다(같은 조 단서). 여기서 지시하는 것은 제121조 제1항, 곧 선임감독에 관한 책임이다. 같은 “부득이한 사유”라는 말이 두 조문에서 다른 자리에 놓여 있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 임의대리에서는 선임을 허용하는 요건이지만, 법정대리에서는 이미 있는 복임권에 붙는 책임을 덜어 주는 사유다.
제122조 단서가 지시하는 것은 전조 제1항뿐이다. 본인의 지명에 따른 선임에 관한 제121조 제2항은 지시 대상에 들어 있지 않다.
본인이 직접 뽑은 대리인은 허락 없이 남에게 넘기면 안 되고, 넘겼더라도 사람을 잘못 고르거나 감독을 소홀히 하면 본인에게 책임을 집니다. 다만 본인이 “그 사람으로 하라”고 콕 집어 준 경우에는 책임이 크게 줄어듭니다. 반면 부모나 후견인 같은 법정대리인은 허락을 받을 필요 없이 자기 책임으로 맡길 수 있고,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맡겼다면 선임·감독에 관한 책임만 집니다.
복대리인은 누구의 대리인인가?
복대리인은 그 권한내에서 본인을 대리한다(민법 제123조 제1항). 대리인을 대리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을 직접 대리하고, 그 행위의 효과도 본인에게 돌아간다(민법 제114조). 조문은 복대리인이 “그 권한내에서” 대리한다고만 정했고, 그 권한이 대리인의 대리권 범위와 어떤 관계에 서는지를 따로 문언으로 밝히지 않았다.
복대리인은 본인이나 제삼자에 대하여 대리인과 동일한 권리의무가 있다(같은 조 제2항). 본인 및 제삼자와의 관계에서 복대리인이 대리인과 같은 자리에 선다는 뜻이다.
이 네 조문에는 복대리인을 선임하면 대리인 자신의 대리권이 어떻게 되는지를 정한 문언이 없다. 대리인의 대리권이 소멸한다고 적은 조문도, 존속한다고 적은 조문도 두지 않았다.
복임권 없이 선임된 복대리인의 행위는 어떻게 되는가?
민법 제120조를 어기고 선임된 복대리인이 한 대리행위의 효력을 직접 정한 조문은 제120조부터 제123조까지에 없다. 이 경우는 대리권 없는 사람의 행위에 관한 문제로 넘어간다. 본인의 추인 여부와 상대방의 지위는 무권대리에서 다룬다. 상대방이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민법 제126조를 포함한 표현대리에서 다룬다.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권한을 넘은 행위를 한 그 대리인에게 기본대리권이 있을 것을 전제하므로, 복임권 없이 선임된 복대리인 자신에게 기본대리권이 있는지, 아니면 원대리인의 복임 자체를 권한 외 행위로 볼 것인지를 먼저 나누어 본다.
위임과 소송대리에서는 어떻게 정해져 있는가?
위임에도 같은 구조의 제한이 있다. 수임인은 위임인의 승낙이나 부득이한 사유없이 제삼자로 하여금 자기에 갈음하여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하지 못한다(민법 제682조 제1항). 수임인이 전항의 규정에 의하여 제삼자에게 위임사무를 처리하게 한 경우에는 제121조, 제123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같은 조 제2항). 준용 대상은 제121조와 제123조이며, 제120조와 제122조는 들어 있지 않다.
소송대리는 민사소송법이 따로 정한다. 소송대리인은 대리인의 선임에 대하여는 특별한 권한을 따로 받아야 한다(민사소송법 제90조 제2항 제4호). 현행 조문의 문언은 “대리인의 선임”이다. 소송위임장에서 이 항목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소송상 특별수권사항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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