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일의 지정과 변경

기일의 지정은 재판기관이 심리를 열 날을 정하는 행위이고, 기일의 변경은 지정된 기일을 그 개시 전에 취소하고 새 기일을 정하는 행위다. 둘 다 원칙적으로 재판장의 권한에 속한다(민사소송법 제165조).

쉽게 말하면 — 재판 날짜를 잡는 것이 지정, 잡힌 날짜를 그 날이 오기 전에 취소하고 다시 잡는 것이 변경입니다. 둘 다 재판장이 정하고, 당사자끼리 합의했다고 저절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지정하나

기일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재판장이 지정한다(민사소송법 제165조 제1항 본문). 다만 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신문하거나 심문하는 기일은 그 수명법관 또는 수탁판사가 지정한다(같은 항 단서). 재판장은 사건의 변론 개정시간을 구분하여 지정하여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39조).

지정 시기도 규칙이 정한다. 재판장은 답변서가 제출되면 바로 사건을 검토해 가능한 최단기간 안의 날로 제1회 변론기일을 지정하여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69조 제1항). 기일을 변경하거나 변론을 연기 또는 속행하는 때에도 소송절차의 중단·중지, 그 밖에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기일을 바로 지정하여야 한다(같은 규칙 제42조 제1항). 다만 열린 변론기일 뒤 사건을 다시 변론준비절차에 부치는 경우는 예외다. 변론재개결정을 하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결정과 동시에 변론기일을 지정한다(같은 규칙 제43조).

지정된 기일은 기일통지서 또는 출석요구서를 송달해 통지하고, 그 사건으로 출석한 사람에게는 직접 고지하면 된다(민사소송법 제167조 제1항). 통지 방법과 그 효력은 기일의 통지에서 다룬다.

당사자도 기일지정을 신청할 수 있나

당사자가 내는 “다음 날짜를 잡아 달라”는 신청은 대개 재판장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에 그친다. 신청권이 인정되는 경우는 따로 있다.

하나는 양쪽 당사자가 거듭 불출석해 취하간주에 이르기 전에 하는 신청이다. 새 변론기일이나 그 뒤의 변론기일에 양쪽이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고도 변론하지 않으면, 1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하지 않는 한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민사소송법 제268조 제2항). 이 1월은 불변기간이 아니어서 기일지정신청의 추후보완은 허용되지 않는다(구법 조문에 관한 92마175). 다만 불변기간이 아닌 법정기간은 법원이 늘리거나 줄일 수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172조 제1항),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기간을 놓쳤다면 기간 연장 가능성을 따로 검토한다. 이 1월을 기간이 지난 뒤 늘릴 수 있는지 직접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소송위임장을 제출한 것만으로는 기일지정신청으로 볼 수 없다(구법 조문에 관한 93다9200).

다른 하나는 소취하의 효력을 다투는 신청이다. 소의 취하가 부존재하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기일지정신청을 할 수 있고, 법원은 변론을 열어 신청사유를 심리해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67조 제1항·제2항). 취하간주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에도 같은 절차가 준용된다(같은 규칙 제68조). 화해조서의 당연무효 사유를 주장하며 기일지정신청을 한 때에도 법원은 기일을 지정해 심리한 다음 무효사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판결로 소송종료선언을 하여야 한다(2000다58668 판결요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는 조정조서에도 마찬가지다(같은 판결). 신청서 작성과 제출은 기일지정신청 절차에서 다룬다.

날짜를 잡아 달라는 요청은 대개 재판부에 재촉하는 의미입니다. 권리로서 신청할 수 있는 때는 두 가지입니다. 양쪽이 재판에 안 나가 소송이 없어지기 직전인 때, 그리고 취하한 적이 없는데 취하된 것으로 처리됐을 때입니다.

어떤 요건에서 변경되나

규칙은 재판장과 수명법관 등을 “재판장등”이라 부르면서, 재판장등은 법 제165조 제2항에 따른 경우 외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일변경을 허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민사소송규칙 제41조). 그 예외가 첫 기일이다. 첫 변론기일 또는 첫 변론준비기일을 바꾸는 것은 현저한 사유가 없는 경우라도 당사자들이 합의하면 허가한다(민사소송법 제165조 제2항).

두 요건은 층이 다르다. 첫 기일은 당사자 합의가 있으면 현저한 사유 없이도 허가하지만, 합의가 없다면 규칙 제41조의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 그 뒤의 기일은 합의가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 첫 변론기일과 첫 변론준비기일은 조문에 나란히 적혀 있으므로, 그 각각의 최초 기일이 합의 변경의 대상이다.

규칙은 특별한 사정의 내용을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청인이 기일변경이 필요한 사유를 밝히고 그 사유를 소명하는 자료를 붙여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40조). 변론준비절차를 거친 사건 중 심리에 2일 이상 걸려 제72조 제1항에 따라 집중 지정된 변론기일은 사실과 증거에 관한 조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변경할 수 없다(같은 규칙 제72조 제1항·제3항). 변론준비절차를 거친 모든 변론기일에 적용되는 금지는 아니다.

변경·연기·속행은 어떻게 다른가

규칙은 “기일을 변경하거나 변론을 연기 또는 속행하는 때”를 나란히 적어 셋을 구별한다(민사소송규칙 제42조 제1항). 나누는 기준은 기일의 개시다. 기일은 사건과 당사자의 이름을 부름으로써 시작되므로(민사소송법 제169조), 그 전에 취소하고 새 기일을 정하면 변경, 시작된 뒤 심리하지 못한 채 새 기일을 정하면 연기, 심리한 뒤 다음 기일을 정하면 속행이다. 어느 경우든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다음 기일을 바로 지정해야 한다는 점은 같다(같은 항).

공휴일에도 기일을 열 수 있나

기일은 필요한 경우에만 공휴일로도 정할 수 있다(민사소송법 제166조). 필요성이라는 요건이 붙어 있어 공휴일 기일은 예외적으로만 지정된다. 야간 기일에 관해서는 민사소송법에 별도의 제한 규정이 없다.

기일은 어떻게 알리고 불복할 수 있나

기일을 변경하는 때에는 바로 당사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한다(민사소송규칙 제42조 제2항). 뒤집어 보면, 신청서를 냈다는 사정만으로 기일이 바뀌지는 않는다. 첫 기일에 관해 합의가 있는 경우에도 조문은 재판장이 “허가한다”는 형식을 쓰고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165조 제2항), 허가와 통지가 있기 전에는 지정된 기일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신청만 해 두고 나가지 않으면 기일 불출석에 따른 불이익을 그대로 받는다.

기일의 지정과 변경은 소송지휘에 관한 재판이다. 소송의 지휘에 관한 결정과 명령은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으므로(민사소송법 제222조), 사정이 바뀌면 재판장이 스스로 다시 정할 수 있다. 당사자가 변론의 지휘에 관한 재판장의 명령에 이의를 신청한 때에는 법원이 결정으로 그 이의신청에 대하여 재판한다(같은 법 제138조). 변경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만 떼어 내 따로 다투는 절차는 조문에 마련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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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13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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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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