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추정이란 법규가 어떤 사실(전제사실)이 증명되면 다른 사실이나 권리(추정사실)도 있는 것으로 정해 두는 것이다.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규정이 대표적이다(민법 제197조 제1항). 이 글은 그중 자주점유(소유의 의사) 추정을 예로 쓰지만, 같은 항의 선의·평온·공연 추정도 취득시효의 다른 요건 축이다. 효과는 증명책임의 전환이다.
쉽게 말하면 — 법이 “이것이 있으면 저것도 있다고 보자”고 미리 정해 둔 것입니다. 그래서 한쪽은 증명 부담을 덜고, 그것을 깨려는 쪽이 반대 사실을 증명해야 합니다.
사실추정과 권리추정
법률상 추정은 추정 대상에 따라 둘로 나뉜다.
- 법률상 사실추정: 전제사실이 증명되면 다른 사실이 추정된다. 예: 자주점유의 추정(민법 제197조 제1항).
- 법률상 권리추정: 전제사실이 증명되면 권리·법률관계가 추정된다. 예: 점유자의 권리적법 추정(민법 제200조). 점유자가 점유물에 대하여 행사하는 권리는 적법하게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권리가 없다고 다투는 쪽이 반대사실을 증명한다.
- 사실추정의 다른 예로 점유계속 추정이 있다. 전후 양시에 점유한 사실이 있으면 그 사이 점유가 계속된 것으로 추정하므로(민법 제198조), 취득시효 기간의 계속을 따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추정을 주장하는 당사자는 추정사실 자체가 아니라 전제사실만 증명하면 된다. 전제사실 증명이 추정사실 증명보다 쉬울 때 증명이 경감된다.
예를 들어 땅을 점유하는 사람은 “내 것이라 여기고 점유했다”는 속마음을 직접 증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점유 사실만 보이면 법이 그렇게 추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효과(증명책임의 전환)
법률상 추정이 성립하면 증명책임이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추정을 깨려는 상대방은 추정사실의 반대사실을 본증으로 증명해야 한다. 본증·반증은 소송법상의 용어 대비이고, 인용 판례가 쓰는 말은 증명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의심이 들게 하는 반증으로는 부족하다. 이 점이 사실상 추정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사실상 추정은 경험칙에 기댄 것이라 의심을 품게 하는 반증만으로 깨지지만, 법률상 추정은 법규가 정한 것이라 반대사실의 본증이 있어야 깨진다(본증과 반증).
자주점유의 추정이 그 대표적 예다. 자주점유의 추정을 깨어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이 그 증명책임을 진다(99다72743).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나 그 밖의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95다28625).
법률상 추정을 깨려면 “그렇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증명해야 합니다. 의심만 일으켜서는 부족합니다. 이 점에서 경험칙에 기댄 사실상 추정보다 깨기가 더 어렵습니다.
자주점유 추정이 보여 주는 구조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민법 제197조 제1항). 그래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그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증명책임이 있다(2017다360 판결요지 [1], 2001다23225, 23232 판결요지 [1]).
추정이 깨지는 방식도 정해져 있다.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 등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했는데 그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2001다23225, 23232 판결요지 [1]). 반면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면 추정이 깨진다(같은 판례).
판단 기준은 내심이 아니다. 자주점유인지 타주점유인지는 점유자의 마음속 의사가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련된 모든 사정에 따라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한다(2017다360 판결요지 [1]).
실무 체크포인트
- 자주점유 추정을 다룬 2017다360은 요지 [1]이 이 글의 근거이고, 같은 판결의 나머지 항은 사망자 명의 등기·실종선고 상속에 관한 것이다.
- 점유 관련 분쟁에서 자주점유 추정(민법 제197조)은 강력하다. 이를 깨려면 점유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임을 보이거나 반대사실을 본증으로 증명해야 하므로, 입증 부담의 소재를 먼저 확인한다.
- 의제(간주) 규정과 구별한다. “본다”는 의제는 반대증명으로 깨지지 않지만, “추정한다”는 반대사실 증명으로 깰 수 있다.
- 법률상 추정이 걸리면 증명책임이 상대방으로 넘어간다. 자주점유는 부정하는 쪽이 증명한다(민법 제197조, 2017다360).
- 주장한 권원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추정이 깨지지 않는다(2001다23225, 23232).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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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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