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의 직접 원인행위가 외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자살 면책약관에도 보험사고인 사망이 될 수 있다(2025다203058 이유 3가). 상태는 나이·성행·심신 상태, 질환의 발병 시기·경과·정도, 자살 무렵 증상·상황·행태, 자살의 시기·장소·동기·경위·방법·태양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2025다210853 이유 3가). 두 사건은 파기환송되어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 갑이 오랫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심해진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입니다. 약관이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사유로 두었더라도, 갑이 우울증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낳은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라면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2025다210853 이유 3가). 법원은 환각·망상·명정 등의 상태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상태를 부정하지 않고, 진료기록과 자살에 이른 과정 전체를 봅니다(2025다210853 이유 3가·라).
자살 면책 약관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경우는 무엇인가?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했고 그 직접적인 원인행위가 외래의 요인에 의한 것이면, 그 사망은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2025다203058 이유 3가). 대법원은 자살을 면책사유로 규정한 보험계약이라도 그 면책사유가 이런 경우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고 본다(2025다210853 이유 3가). 이런 사망은 피보험자의 고의에 의하지 않은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2025다203058 이유 3가).
보험사고란 보험계약에서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사고를 말한다. 면책사유란 보험사고가 생겨도 보험자가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지지 않는 사유다. 상법은 보험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생긴 때 보험자가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정한다(상법 제659조 제1항). 다만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가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같은 법 제732조의2 제1항).
두 사건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두었다(2025다203058 이유 1나). 그러면서 ‘피보험자가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예외를 함께 두었다(2025다210853 이유 1나). 대법원의 법리는 자살 면책 규정 일반에 관한 것이지만, 두 사건은 모두 약관에 이 예외 문구가 있던 사건이다. 자기 계약이 해당하는지는 보험증권에 딸린 약관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조항과 그 예외 문구에서 먼저 확인한다.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어떻게 판단하나?
법원은 사망한 사람의 상태와 자살 전후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2025다210853 이유 3가). 판결이 든 고려 사정은 다음과 같고, 어느 하나로 정하지 않고 함께 본다(2025다203058 이유 3가).
- 사망한 사람의 나이와 성행, 육체적·정신적 상태를 본다.
-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진행경과와 정도를 본다.
-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을 본다.
- 사망한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주위 상황과 자살 무렵의 행태를 본다.
- 자살행위의 시기와 장소, 자살의 동기, 그 경위와 방법 및 태양을 본다.
사망한 사람이 생전에 우울장애 등의 진단이나 치료를 받아 왔고 그 증상과 자살 사이에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 법원은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2025다203058 이유 3가). 특정 시점의 행위를 들어 그 상황을 섣불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2025다210853 이유 3가).
이 상태에 해당하려면 의사결정 능력이 상실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잘못된 전제다(2025다203058 이유 3다). 그 사건의 원심은 이 전제에서 보험금청구를 배척했고, 대법원은 이를 관련 법리를 오해한 판단으로 보았다(2025다203058 이유 3다).
환각·망상이 없거나 일상생활을 했으면 예외가 부정되나?
우울장애 등을 겪다가 사망한 사람이 자살 무렵 환각·망상·명정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2025다210853 이유 3가). 명정은 술에 몹시 취한 상태를 말한다. 환각 등이 있었는지는 자살에 즈음한 시점의 구체적인 증상으로서 다른 사정과 함께 고려하는 자료다(2025다203058 이유 3가).
두 사건의 원심이 예외를 부정하며 근거로 든 사정은 다음과 같다.
- 장기간 우울장애 사건의 원심은 환청·환각·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고 자녀들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해 왔다는 점을 들었다(2025다210853 이유 3라).
- 같은 원심은 사망 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는지 확인할 수 없거나 투신 결과에 대한 인지력과 판단력이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2025다210853 이유 3라).
- 급격한 악화 사건의 원심은 진단받은 주요우울장애 등의 심각도가 중등도에 그쳤다는 점을 들었다(2025다203058 이유 3다).
- 같은 원심은 입원치료의 수락 여부, 자살방식 같은 특정 시점의 행위를 주된 근거로 삼았다(2025다203058 이유 3다).
장기간 우울장애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런 판단에 보험계약 약관의 면책 예외사유 해석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2025다210853 이유 3라). 급격한 악화 사건에서도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했다(2025다203058 이유 3다).
급격한 증상 악화와 장기간 질환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평가됐나?
대법원은 두 사건 모두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의 자살로 볼 여지를 인정했으나 보험금 지급은 확정하지 않고 환송했다(2025다203058 이유 3나(5)·4, 2025다210853 이유 3다·4).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사건을 원심법원에 돌려보내는 것이다(2025다210853 이유 4). 두 사건은 질환이 이어진 기간과 근거가 된 의학 자료의 종류가 달라 나누어 본다.
사고 직전에 증상이 급격히 악화된 사건
1963년생 피보험자는 2022. 8. 27. 빌라 옥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했고, 남편과 자녀들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했다(2025다203058 이유 1가). 판결이 든 진료 경과는 다음과 같다.
- 진단: 피보험자는 2021. 10. 중등도의 주요우울증 등 진단을 받았고, 같은 해 11월 이명이 생긴 뒤 우울증이 악화되었다(2025다203058 이유 3나(1)).
- 치료 중단: 2022. 7. 7.부터 다시 외래진료를 받다가 2022. 8. 24. 약물 순응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치료를 중단했다(2025다203058 이유 3나(1)).
- 입원 권유: 2022. 7. 27. 진찰한 전문의가 입원을 권유했고, 요양급여내역 상병명은 ‘정신병적 증상이 없는 중증의 우울에피소드’였다(2025다203058 이유 3나(2)).
- 응급실 내원: 2022. 8. 17. 응급실에서 환청, 수면제 과량 복용, 자살사고를 호소했고, 2022. 8. 24. 주치의가 조현병 치료제를 추가로 처방했다(2025다203058 이유 3나(2)).
남편은 수사기관에서 피보험자가 이명이나 우울증 등으로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했다(2025다203058 이유 3나(3)). 진료기록을 검토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사망 1개월 전부터 악화된 환청, 이상행동, 자살시도, 심한 우울과 불면 등의 증상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추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소견을 냈다(2025다203058 이유 3나(4)). 대법원은 그 소견이 진찰내용과 투약 경위 같은 의학적 자료에 바탕을 두었고, 증상 발현과 치료 경과라는 객관적 정황과도 일치한다고 보았다(2025다203058 이유 3나(4)).
이를 종합해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사고 무렵 주요우울장애 등의 심화로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여지가 크다」고 했다(2025다203058 이유 3나(5)). 사고 3일 전까지 치료를 받으며 질병을 극복하려 했다는 점도 그 사정 가운데 하나였다(2025다203058 이유 3나(5)).
10년 동안 우울장애가 이어진 사건
피보험자는 2022. 3. 29.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져 사망했다(2025다210853 이유 1가). 이 사건은 보험회사가 자녀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하는 소를 내고, 자녀들이 반소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다(2025다210853 사건명·당사자 표시·이유 1가·2). 반소는 소송을 당한 쪽이 같은 소송 안에서 상대방에게 내는 청구다.
- 치료 경과: 피보험자는 2012. 11.경부터 사망 무렵까지 우울장애, 알코올 사용장애 등을 겪었고 2019. 3.경과 2020. 9.경 입원치료를 받았다(2025다210853 이유 3나(1)).
- 자해: 2022. 3. 4.경 입원하려 했으나 병원 사정으로 하지 못했고, 사망 2주 전에는 칼로 자해했다(2025다210853 이유 3나(1)).
- 의료감정원의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서에는 2022. 2. 진료기록상 중등도 이상의 우울삽화가 의심된다고 적혀 있었다(2025다210853 이유 3나(2)).
- 주치의는 우울증 등이 지속되면 자살 행동이 나타날 수 있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방해될 수 있다는 소견서를 냈다(2025다210853 이유 3나(3)).
- 다른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는 의료심사회신서를 작성했다(2025다210853 이유 3나(4)).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10년 동안 정신질환에 시달렸고 치료에도 호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정신질환 외에 자살에 이르게 될 다른 원인이나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보았다(2025다210853 이유 3다). 그 결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2025다210853 이유 3다). 원심이 진료기록 등을 근거로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 전체를 종합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는 것이 파기 이유였다(2025다210853 이유 3다).
정신상태 판단을 위해 어떤 자료를 준비하나?
두 판결이 판단 근거로 삼은 자료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과 처방, 응급실 기록, 요양급여내역, 전문의 소견과 감정 회신, 가족의 진술이다(2025다203058 이유 3나, 2025다210853 이유 3나). 각 자료가 보여 주는 사실은 다음과 같고, 법원은 이를 함께 종합한다(2025다210853 이유 3가·나).
- 진료기록과 처방 내역은 진단 시기, 입원과 치료 중단, 처방 변경 같은 질환의 진행경과를 보여 준다(2025다203058 이유 3나(1)·(2)).
- 응급실 기록은 환청이나 자살사고처럼 자살 무렵의 구체적인 증상을 보여 준다(2025다203058 이유 3나(2)).
-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의 상병명은 그 무렵 의료기관이 평가한 질환의 정도를 보여 준다(2025다203058 이유 3나(2)).
-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서는 기간별 증상과 진단명을 정리해 보여 준다(2025다210853 이유 3나(2)).
- 주치의 소견서는 우울증 등이 지속될 경우 자살 행동이 나타나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방해될 수 있다는 의학적 가능성을 보여 준다(2025다210853 이유 3나(3)).
- 의료심사회신서는 사망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였는지에 관한 다른 병원 의사의 판단을 담는다(2025다210853 이유 3나(4)).
- 진료기록을 검토한 전문의 소견은 사망 전 증상이 그 상태를 추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에 관한 판단을 담는다(2025다203058 이유 3나(4)).
- 가족의 수사기관 진술은 고통을 호소하고 죽음을 언급한 평소 언행을 보여 준다(2025다203058 이유 3나(3)).
법원은 자살에 이르게 된 상황 전체의 양상과 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2025다203058 이유 3가). 그 과정이 한눈에 보이도록 자료를 진단부터 사망까지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면 대조하기 쉽다. 급격한 악화 사건에서 의학 소견은 진찰내용·투약 경위 같은 의학적 자료에 바탕을 두고 객관적 경과와 일치한다는 점이 함께 평가되었다(2025다203058 이유 3나(4)). 법원은 진단 사실이나 의학 소견도 앞의 고려 사정과 함께 종합해 판단한다(2025다210853 이유 3가).
두 판결은 이 예외에 해당하는 사정을 유족과 보험회사 가운데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 판결 이유에 적지 않았다. 판결이 밝힌 것은 판단 요소와 원심이 심리했어야 할 자료까지이고, 의학적 소견도 「증거로 제출되었다」고만 적었다(2025다210853 이유 3다). 첫 사건은 유족이 원고로 보험금을 청구했고, 둘째 사건은 보험회사가 원고로 채무가 없다는 확인을 구했다(2025다203058 사건명·당사자 표시·이유 1가·2, 2025다210853 사건명·당사자 표시·이유 2).
실무 체크포인트
- 약관 확인: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 조항에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 예외가 있는지 본다(2025다203058 이유 1나).
- 두 조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와 직접 원인행위의 외래성이 함께 있어야 보험사고인 사망에 해당할 수 있다(2025다203058 이유 3가).
- 진료 이력: 진단일, 입원 권유, 응급실 내원, 처방 변경, 치료 중단을 날짜순으로 정리한다. 급격한 악화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런 진료 경과를 판단 사정으로 들었다(2025다203058 이유 3나(1)·(2)).
- 의학 소견: 소견이 진찰내용과 투약 경위에 바탕을 두고 객관적 경과와 맞는지 확인한다(2025다203058 이유 3나(4)).
- 거절 사유 대조: 환각·망상·명정이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상태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2025다210853 이유 3가).
- 판결 결과: 두 대법원 사건은 파기환송으로 끝나 보험금 지급이 확정되지 않았다(2025다203058 이유 4, 2025다210853 이유 4).
- 청구기한: 보험금청구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상법 제662조). 이 3년 규정은 법률 제12397호 시행 후 체결된 보험계약에 적용되고, 그 전에 체결된 계약도 청구권이 시행일 이후 발생했으면 적용된다(같은 법 부칙 제2조 제1항·제4항). 시행일은 2015. 3. 12.이다(같은 법 부칙 제1조). 기산점과 중단은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에서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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