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벌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위약금이다(2018다248855 전원합의체 판결요지 다수의견).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돈이어서,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 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과는 기능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같은 판례).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민법 제398조 제4항), 위약벌은 그 추정이 깨져야 인정된다.
쉽게 말하면 — 계약을 어기면 벌로 내기로 한 돈입니다. 손해를 메우라는 돈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게 하려고 정해 둔 돈입니다. 계약서에 “위약금”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일단 손해배상 예정으로 보므로, 위약벌이 되려면 그렇게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하나의 위약금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질 수도 있습니다. 순수한 위약벌에는 손해배상 예정의 감액 규정이 적용되지 않지만, 지나치게 무거우면 그 약정의 전부나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민법에는 위약벌 조문이 있는가?
없다. 민법 조문에는 위약벌이라는 낱말이 나오지 않는다. 민법 제398조의 표제는 「배상액의 예정」이고, 제4항이 “위약금의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정할 뿐이다. 민법이 쓰는 말은 위약금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며, 위약벌은 그 위약금 중 예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판례상의 개념이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이 조문 상황을 다수의견은 이렇게 읽었다. 제398조 제2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에 그와 구별되는 다른 위약금 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같은 판례 판결요지 다수의견). 그러면서도 예정에 대해서만 법관의 재량에 의한 감액을 인정하고 있고, 이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같은 판례). 그래서 위약벌에 같은 취지의 규정이 없다고 하여 법률의 흠결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같은 판례).
위약금이 위약벌인지 손해배상액의 예정인지 어떻게 판단하는가?
의사해석의 문제다. 계약서 등 처분문서의 내용과 계약의 체결 경위,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건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한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출발점은 제398조 제4항의 추정이어서, 위약금은 일단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다(같은 판례).
추정을 깨려면 그 위약금 약정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이나 전보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같은 판례). 판결요지가 든 사정은 다음과 같다. 하나의 계약에 손해배상예정에 관한 조항이 따로 있거나 실손해의 배상을 전제로 하는 조항이 있고, 그와 별도로 위약금 조항을 두고 있어서 그 위약금 조항을 예정으로 해석하면 이중배상이 이루어지는 경우다(같은 판례). 예정 쪽에서 본 같은 구별 기준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 함께 다룬다.
하나의 위약금 약정이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위약벌의 성격을 함께 가질 수도 있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것은 2018다248855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기존 법리로 정리한 내용이다. 다수의견의 판시 자체가 아니므로 그 층을 구분해 쓴다.
위약벌로 인정되면 금액을 깎을 수 있는가?
순수한 위약벌 자체는 깎을 수 없다. 위약벌의 약정은 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하는 것으로서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그 내용이 다르므로, 예정에 관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유추적용하여 그 액을 감액할 수 없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다수의견). 다수의견은 이 법리에 따라 거래계의 현실이 정착되었다고 보아 종전 판례를 그대로 유지했다(같은 판례).
이 판결에는 대법관 6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위약벌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함께 위약금의 일종이므로 제398조 제2항을 유추하여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보았다(같은 판례 반대의견).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아니므로 현재의 법리는 감액 불가다.
과도한 위약벌은 어떻게 통제되는가?
감액이 아니라 무효 법리로 통제한다. 다수의견은 위약벌로 정한 금액이 공정하지 않은 경우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 무효 법리에 따라 위약벌을 통제하는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고 보았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다수의견). 이 판결의 이유는 종전 판례를 정리하면서, 의무의 강제로 얻는 채권자의 이익에 비하여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울 때에는 그 일부 또는 전부가 공서양속에 반하여 무효로 된다고 적었다(같은 판례 이유). 반대의견도 기존 판례가 민법 제103조를 적용하여 위약벌 약정 중 일부를 무효로 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정리했다(같은 판례 반대의견).
같은 이유는 법원이 개입할 때의 한계도 적었다. 당사자가 약정한 위약벌의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계약의 구체적 내용에 개입하여 그 약정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대한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같은 판례 이유).
민법의 공서양속 법리만이 통제 수단인 것은 아니다.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지연 손해금 등의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는 약관 조항은 무효이고(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8조),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제20조).
위약벌을 물리면 실제 손해는 따로 청구할 수 있는가?
청구할 수 있다. 위약벌은 손해배상과는 무관하므로, 위약벌 약정에 해당한다면 위약벌과 별도로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된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다수의견). 일반적인 실제 손해를 청구하려면 손해의 발생 사실과 그 액을 채권자가 주장·증명해야 한다. 다만 금전채무 불이행의 지연이자는 손해를 주장해야 하지만 따로 증명할 필요는 없다(민법 제397조 제2항, 99다49644 판결요지 [2]). 그 밖의 증명 내용은 손해배상에서 보고, 예정액 청구와 실제 손해액 청구의 관계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서 다룬다.
액수가 큰 위약금 조항을 받아 들 때는 그 조항이 순수한 벌인지, 손해배상 예정인지, 두 성격을 함께 가지는지부터 보아야 합니다. 순수한 위약벌이면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른 감액은 할 수 없고, 상대방은 실제로 입은 손해를 그와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서양속 위반이나 약관법·근로기준법 등 별도의 무효·금지 사유는 따로 살펴야 합니다. 손해배상 예정이거나 두 성격을 함께 가진 위약금이라면 과다한 부분의 감액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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