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은 장래에 혼인하기로 하는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다. 성년에 달한 사람은 자유로 약혼할 수 있고(민법 제800조), 18세가 된 사람은 부모나 미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 약혼할 수 있다(민법 제801조). 약혼은 혼인을 강제하는 힘이 없어서, 한쪽이 혼인을 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강제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민법 제803조).
쉽게 말하면 — 약혼은 “나중에 결혼하자”는 약속입니다. 성년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만 18세는 부모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약혼했다고 해서 결혼을 강제로 시킬 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바뀌면 결혼을 안 할 수 있고, 대신 잘못한 쪽이 손해를 물어줄 수 있을 뿐입니다.
약혼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는?
한쪽에게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상대방은 약혼을 해제할 수 있다(민법 제804조). 해제 사유는 다음과 같다.
- 약혼 후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 약혼 후 성년후견·한정후견 개시심판을 받은 경우
- 성병이나 불치의 정신병 등 불치의 병질이 있는 경우
- 약혼 후 다른 사람과 약혼·혼인한 경우
- 약혼 후 다른 사람과 간음한 경우
- 약혼 후 1년 이상 생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 정당한 이유 없이 혼인을 거절하거나 그 시기를 늦추는 경우
- 그 밖에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에 정해진 사유가 있으면 약혼을 깰 수 있습니다. 상대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거나, 결혼을 자꾸 미루거나, 결혼 뒤에 알면 곤란할 중대한 사정을 숨긴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사유가 있으면 해제한 쪽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상대가 책임을 집니다.
약혼은 어떻게 해제하나?
약혼 해제는 상대방에게 해제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으로 한다(민법 제805조). 별도의 재판이나 관청 신고가 필요 없고, 상대에게 뜻을 전달하면 그때 해제의 효력이 생긴다. 상대에게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해제 원인을 안 때에 해제된 것으로 본다(같은 조).
약혼을 깨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상대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하면 됩니다. 법원에 갈 필요도, 신고할 곳도 없습니다. 상대가 생사불명이라 연락이 닿지 않으면, 그 사유를 안 시점에 해제된 것으로 처리됩니다.
해제하면 손해배상·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과실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806조 제1항). 배상 범위는 예식 준비비 같은 재산상 손해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포함한다(같은 조 제2항). 위자료청구권은 원칙적으로 양도하거나 승계하지 못하지만, 당사자 사이에 배상 계약이 성립했거나 소를 제기한 뒤에는 예외로 한다(같은 조 제3항).
잘못한 쪽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혼 준비로 쓴 돈 같은 재산 피해뿐 아니라, 마음의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받을 수 있습니다. 위자료를 받을 권리는 원래 남에게 넘기거나 상속되지 않지만, 배상하기로 이미 약속했거나 소송을 낸 뒤라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약혼예물의 반환
약혼예물은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반환한다. 대법원은 약혼예물의 수수를 혼인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로 본다(96다5506). 약혼이 해제되어 혼인이 성립하지 않으면 해제조건이 성취되어 증여의 효력이 사라지므로, 예물을 받은 사람은 이를 반환해야 한다.
다만 파혼에 책임 있는 유책자는 자기가 준 예물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76므41). 파혼에 책임 있는 사람이 예물 반환까지 구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한편 혼인이 상당 기간 지속된 뒤 파탄된 경우에는 반환 문제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96다5506).
결혼이 무산되면 주고받은 예물은 원칙적으로 돌려줍니다. 다만 파혼의 원인을 제공한 쪽은 자기가 준 예물을 돌려 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약혼 해제는 소송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끝나므로(민법 제805조), 다툼에 대비해 내용증명 등으로 해제 의사와 시점을 남겨 두도록 안내한다.
- 손해배상·위자료 청구는 해제와 별개의 재산 청구이므로(민법 제806조), 과실 있는 상대방과 그 과실을 뒷받침할 증거(문자·예식 계약서·비용 영수증)를 정리해 둔다.
- 위자료청구권은 소 제기 전에는 양도·승계가 제한되므로(같은 조 제3항), 당사자가 사망한 사안에서는 소 제기 여부를 먼저 확인한다.
- 예물 반환은 유책 여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누가 파혼 원인을 제공했는지 사실관계를 먼저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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