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자가 생전에 재산을 처분했더라도, 앞선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만 철회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109조). 처분대금에도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인정된다면, 재산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 철회를 단정할 수 없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쉽게 말하면 — 부모가 집을 자녀들에게 정해 둔 비율로 나눠 주겠다고 유언한 뒤 그 집을 판 경우입니다. 집 대신 남는 매매대금도 그 비율로 나누려 했다고 볼 수 있다면, 집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유언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2]). 다만 집을 팔면 언제나 매매대금까지 유언대로 받는 것은 아니며, 유언 내용과 처분 경위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유언 뒤 재산을 처분하면 언제 철회로 보나?
유언자가 생전에 한 처분이 앞선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임이 명백하면, 저촉되는 부분은 철회한 것으로 본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저촉은 앞선 유언을 없애지 않고서는 뒤의 행위가 유효할 수 없는 관계를 말한다. 법률상 또는 물리적으로 유언을 집행할 수 없게 된 경우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유언으로 재산을 주는 유증을 한 뒤 목적물을 팔았어도, 그 대금에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매도 사실만으로 유언을 철회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유언 문구와 처분계약의 내용, 두 문서의 작성 경위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2024다260146 이유 2.나.2)).
재산 일부만 처분하면 나머지 유언도 없어지나?
유언자가 재산 일부를 처분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재산에 관한 유언까지 철회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97다38503 판결요지 [3]). 주식을 처분한 뒤에도 다른 토지에 관한 유언의 효력이 문제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토지 부분이 철회되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97다38503 이유 5).
철회 범위를 정할 때에는 유언자가 일부만 철회하려 했는지, 전부를 서로 떼어 놓을 수 없게 철회하려 했는지 살핀다. 실제로 집행할 수 없게 된 유언 부분과 전후 사정을 연결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97다38510 판결요지 [6]). 유언증서 한 장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전부 철회나 일부 존속을 결정할 수는 없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매매대금이나 보상금에도 유언의 효력이 미치나?
유언자가 처분대금 등 대상재산에도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였다면, 재산을 팔았어도 그 의사에 따라 판단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대상재산은 원래 재산이 매매대금 등으로 형태를 바꾼 재산을 뜻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2]). 어떤 재산을 유증했는지에 따라 유언 해석과 법률이 정한 물상대위 규정이 각각 문제 된다.
매매대금에 관한 유언 해석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법정상속분과 다른 비율로 나누겠다고 유언한 뒤, 지역주택조합에 매도한 사건이 있다. 대법원은 그 매매대금 중 상속재산이 되는 부분에도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2]).
대법원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해 판단했다(2024다260146 이유 2.나.2)).
- 유언자는 부동산에 관한 상속비율을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정하려 했다.
- 유언 작성 당시 이미 주택건설사업이 추진되어, 부동산 대신 매매대금을 상속하게 될 가능성을 알았을 수 있었다.
- 매매 당시 건강상태와 계약 경위에 비추어, 대금을 개인 용도로 쓰거나 타인에게 주려 했다는 사정을 찾을 수 없었다.
- 부동산은 유언의 비율대로 나누면서 매도한 경우에는 대금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려 했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매도만으로 철회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2024다260146 이유 2.나.3)·3). 모든 매매대금을 유언대로 지급하라는 확정판결은 아니다(2024다260146 이유 3). 수용보상금은 이 사건의 직접 판단 대상이 아니므로, 보상금에 관한 유언자의 의사도 유언 내용과 재산 변동 경위에 따라 확인해야 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2]).
법률이 정한 물상대위
물상대위는 원래 목적물 대신 손해배상채권이나 변제받은 재산 등을 유증의 목적으로 보는 것이다. 다음 경우에는 민법이 그 효과를 정하며, 유언자가 유언으로 다른 뜻을 표시했다면 그 뜻에 따른다(민법 제1086조).
- 유증 목적물이 멸실·훼손되거나 점유를 침해당하여 유언자가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었다면, 그 권리를 유증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83조).
- 채권을 유증한 뒤 유언자가 변제받은 물건이 상속재산에 남아 있다면, 그 물건을 유증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84조 제1항).
- 금전채권을 유증했다면, 변제받은 금액에 상당한 금전이 상속재산에 남아 있지 않아도 그 금액을 유증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1084조 제2항).
채권을 유증한 뒤 변제받은 경우와 부동산을 유증한 뒤 매도한 경우는 같지 않다. 부동산 매매대금에 관한 위 판결은 대상재산에 유언의 효력을 미치게 할 의사를 판단한 것이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손해배상채권에 관한 규정을 모든 매매대금·보상금에 일괄 적용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민법 제1083조).
유증한 권리가 사망 당시 상속재산에 없다면 원칙적으로 유증의 효력이 없다(민법 제1087조 제1항 본문). 다만 그런 경우에도 유언의 효력을 유지하려는 의사였다면, 유증의무자는 그 권리를 취득해 받을 사람에게 이전해야 한다(같은 법 제1087조 제1항 단서). 취득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지나치게 들면 가액으로 변상할 수 있다(같은 법 제1087조 제2항).
유언 뒤 담보를 설정하면 철회인가?
담보 설정만으로 유언 철회를 단정할 수는 없다(민법 제1085조). 앞선 유언과 저촉되는 부분만 철회한 것으로 본다(같은 법 제1109조). 담보 설정이 앞선 유언과 양립할 수 없는 취지였음이 명백한지는 유언 내용과 전후 사정을 살펴 판단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
수유자는 담보권이 붙은 재산도 유증받을 수 있다(민법 제1085조). 수유자는 유언으로 재산을 받을 사람이고, 유증의무자는 그 유증을 이행할 사람이다.
유언자가 사망했을 때 재산에 담보권이 남아 있다면, 수유자는 유증의무자에게 그 권리를 없애 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민법 제1085조). 다만 유언에 담보권을 없앤 뒤 재산을 주라는 뜻이 표시되어 있다면 그 뜻에 따른다(같은 법 제1086조).
다른 사람이 유언자 명의로 처분했다면?
다른 사람이 유언자의 명의를 이용해 유언의 목적 재산을 무단으로 처분해도 유언 철회의 효력은 생기지 않는다(97다38510 판결요지 [6]).
실무 체크포인트
- 유언증서와 매매·증여계약서를 대조해 목적물과 처분 범위, 작성 시점과 경위를 확인한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1]·이유 2.나.2)).
- 매매대금을 받은 계좌와 사용 내역을 확인한다. 대금 중 상속재산으로 남는 부분과 유언자의 처분 의사를 살피기 위한 자료다(2024다260146 판결요지 [2]).
- 부동산 등기사항증명서의 소유권·담보권 기재와 유언 내용을 대조한다. 사망 당시 제3자의 권리가 남아 있으면 소멸 청구의 가부에 영향을 준다(민법 제1085조·같은 법 제1086조).
- 본인이 한 처분인지 다투어지면 계약 작성 경위와 권한을 확인한다. 타인이 명의만 이용해 임의로 한 처분은 유언 철회가 아니다(97다38510 판결요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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