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에 외국과 관련된 요소(외국적 요소)가 있으면 한국 국제사법이 적용되어 어느 나라의 상속법을 적용할지를 정하게 되는데, 그렇게 정해진 법을 상속의 준거법이라 한다. 한국 국제사법은 원칙적으로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을 상속의 준거법으로 지정한다(국제사법 제77조 제1항).
쉽게 말하면 — 외국인이 사망했거나 한국인이 외국에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것처럼 사건에 “외국”이 끼면, 어느 나라 상속법을 적용할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한국 규칙은 “돌아가신 분의 국적국 법(이를 ‘본국법’이라 합니다)”을 먼저 봅니다.
원칙은 피상속인의 본국법이다
상속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따른다(국제사법 제77조 제1항). 기준은 상속인이 아니라 피상속인의 국적이다. 피상속인이 외국인이면 상속재산이 한국에 있어도 원칙적으로 그 외국의 상속법이 상속인의 범위·순위·상속분을 정한다. 거꾸로 피상속인이 한국인이면 재산이 외국에 있어도 원칙은 한국 민법이다.
돌아가신 분이 미국 국적이면 미국 상속법, 한국 국적이면 한국 민법이 출발점입니다. 상속받는 사람의 국적은 기준이 아닙니다.
상속 준거법이 정하는 것의 범위
상속의 준거법은 상속인의 범위·순위·상속분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상속의 개시 원인과 시기, 상속 결격, 상속의 승인과 포기, 상속재산의 관리·청산, 그리고 유류분까지 상속 준거법에 따라 규율된다. 특히 유류분이 인정되는지, 그 비율이 얼마인지는 외국적 요소 있는 상속에서 자주 다투어지는데, 이는 상속의 준거법으로 정해진 법에 따른다. 다만 상속재산에 속하는 개별 권리의 물권관계(예: 특정 부동산의 소유권 변동)는 그 물건의 소재지법에 따르는(국제사법 제33조) 등, 선결문제는 별도 준거법에 따를 수 있다.
“누가 얼마를 받는가”뿐 아니라 “유류분이 있는가”, “상속을 포기할 수 있는가” 같은 문제도 모두 상속 준거법으로 정해진 나라의 법을 봅니다.
피상속인이 적용법을 지정할 수 있다 (당사자자치)
2022년 7월 5일 시행 개정 국제사법은 상속에 제한적 당사자자치를 새로 도입했다(국제사법 제77조 제2항). 피상속인은 유언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명시적으로 ① 지정 당시 자신의 일상거소지법, 또는 ② 부동산 상속에 대해서는 그 부동산 소재지법을 상속의 준거법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은 명시적이어야 하고, 묵시적·추정적 지정은 인정되지 않는다.
두 선택지의 요건이 다른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상거소지법 지정(제2항 제1호)은 피상속인이 사망 시까지 그 국가에 일상거소를 유지한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같은 호 단서). 반면 부동산 소재지법 지정(제2항 제2호)에는 그러한 거소 유지 요건이 없다.
원래는 본국법이 자동 적용되지만, 개정법은 본인이 유언으로 “내가 평소 사는 나라(일상거소) 법으로 해달라”거나 “이 부동산은 그게 있는 나라 법으로 해달라”고 명시적으로 고를 여지를 열었습니다. 단 사는 나라 법을 고르려면 돌아가실 때까지 그 나라에 계속 살아야 인정되고, 부동산은 그런 제한이 없습니다.
본국법은 어떻게 정하나
피상속인이 둘 이상의 국적을 가지면 그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의 법이 본국법이고(제16조 제1항 본문), 그 국적 중 하나가 한국이면 한국법이 본국법이다(국제사법 제16조 제1항 단서). 국적이 없거나 알 수 없으면 일상거소지법에 따르고, 일상거소도 알 수 없으면 거소지법에 따른다(국제사법 제16조 제2항).
이중국적자 중 하나가 한국이면 한국법으로 봅니다. 그 외 복수국적이면 가장 인연이 깊은 나라 법으로 정합니다.
반정 — 본국법이 다시 한국법을 가리킬 때
본국법이 외국법으로 지정되어도, 그 외국의 국제사법이 한국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면 한국법에 따른다(국제사법 제22조 제1항). 이를 직접반정이라 한다. 한국 국제사법은 원칙적으로 직접반정만 인정하고, 다른 제3국 법으로 넘기는 전정이나 간접반정은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반정으로 한국법이 적용될 때에는 한국의 실질법만 적용되고 한국의 준거법 지정 규정은 제외되므로(국제사법 제22조 제1항 괄호), 준거법이 무한히 순환하지 않는다.
영미법계처럼 상속을 동산은 주소지법, 부동산은 소재지법으로 나누는 상속분열주의 국가가 피상속인의 본국이면 반정이 문제된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은 부동산 소재지법 경로를 통해 한국법으로 반정될 수 있고, 동산은 피상속인의 최후 주소가 한국에 있는 경우에 한국법으로 반정될 수 있다. 상속은 반정이 배제되는 예외(제22조 제2항 각 호)에 들어 있지 않으므로 반정이 적용된다.
“본국법을 보라”고 했는데 그 나라가 “부동산은 그게 있는 나라 법을 따르라”고 되돌려보내면, 한국 부동산은 결국 한국법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영국 국적 피상속인의 한국 부동산에 한국 민법 상속분이 적용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동산은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주소가 한국이어야 같은 결과가 됩니다.
공서 — 외국 상속법의 적용 한계
상속의 준거법이 외국법으로 정해지더라도, 그 외국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과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위반될 때에는 그 외국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국제사법 제23조). 예컨대 성별이나 종교를 이유로 상속에서 일방을 전면 배제하는 외국법 규정 등이 공서 위반으로 적용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공서 조항은 그 결과가 우리 법질서의 본질적 가치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동되는 안전장치다.
외국 상속법을 적용한 결과가 우리 사회의 기본 가치에 정면으로 어긋나면, 그 부분만은 적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안전장치입니다.
유언의 준거법과 방식
유언의 성립과 효력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따르고(국제사법 제78조 제1항), 유언의 변경·철회는 그 당시의 본국법에 따른다(국제사법 제78조 제2항). 유언의 방식은 더 너그럽다. 유언 당시나 사망 당시의 국적국법·일상거소지법, 유언 당시 행위지법, 부동산에 관한 유언은 그 소재지법 중 어느 하나의 방식만 갖추면 유효하다(국제사법 제78조 제3항). 유언 방식의 준거법 지정에는 반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국제사법 제22조 제2항 제4호).
여기서 주의할 점은, 유언의 방식(형식적 유효성)과 상속의 내용(누가 무엇을 받는지)은 준거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외국 방식으로 한 유언이 방식상 유효하더라도, 그 유언의 내용이 상속분·유류분에 어떤 효력을 갖는지는 상속의 준거법(국제사법 제77조)으로 따로 판단한다.
유언이 어느 한 나라 방식이라도 맞으면 형식 흠으로 무효가 되지 않게 폭넓게 인정합니다. 다만 “형식이 맞다”는 것과 “그 내용이 상속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은 별개입니다.
어느 나라 법원에 가나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거나(일상거소가 어느 국가에도 없거나 알 수 없고 마지막 일상거소가 한국이었던 경우 포함), 한국에 상속재산이 있으면 한국 법원에 국제재판관할이 있다(국제사법 제76조 제1항). 다만 상속재산 가액이 현저하게 적으면 재산 소재만으로는 관할이 인정되지 않는다(국제사법 제76조 제1항 제2호 단서). 당사자 간 관할합의도 가능하나, 당사자가 미성년자·피후견인이거나 합의로 지정된 국가가 사안과 관련이 없는 경우에는 합의의 효력이 제한된다(제76조 제2항). 유언에 관한 사건은 유언자의 유언 당시 일상거소가 한국에 있거나 유언 대상 재산이 한국에 있으면 한국 법원에 관할이 있다(제76조 제4항).
돌아가신 분이 한국에 살았거나 한국에 재산이 있으면 한국 법원에서 다툴 수 있습니다. 단 한국 재산이 아주 적으면 그것만으로는 한국 법원에 갈 수 없습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외국인·재외국민 상속등기는 피상속인의 본국법 확인이 출발점이다. 본국법상 상속인·상속분을 그 나라 관청 증명이나 법제 확인 자료로 소명해야 한다.
- 본국이 영미법계면 반정을 검토한다. 한국 소재 부동산은 한국법으로 반정되어 한국 민법 상속분이 적용될 여지가 있다(국제사법 제22조). 동산은 피상속인의 최후 주소지가 어디인지 함께 확인한다.
- 2022년 7월 5일 시행 개정법의 당사자자치를 확인한다.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일상거소지법이나 부동산 소재지법을 명시적으로 지정했는지에 따라 준거법이 달라진다(국제사법 제77조 제2항).
- 시제(경과규정)를 확인한다. 당사자자치 등 개정 내용은 원칙적으로 시행일 이후 개시된 상속에 적용되므로, 사망 시점이 시행일(2022. 7. 5.) 전후 어디인지에 따라 적용 법령이 달라질 수 있다.
- 유류분·상속포기 등 쟁점은 유언 방식이 아니라 상속의 준거법에 따른다는 점, 외국법 적용 결과가 한국 공서에 반하지 않는지(국제사법 제23조)를 함께 점검한다.
관련
-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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