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제충당은 지급한 돈이나 급여가 채무 전부를 없애기에 부족할 때 어느 채무를 얼마만큼 소멸시킬지 정하는 것이다. 같은 채권자에 대한 여러 채무 중 어느 것을 갚는지와, 비용·이자·원본 중 무엇을 먼저 갚는지는 구별해야 한다(민법 제476조, 같은 법 제479조).
쉽게 말하면 — 돈을 보냈다고 해서 원하는 빚이 원하는 만큼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빚을 갚는지 정하는 것과 그 빚의 이자보다 원금을 먼저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원금부터 갚겠다고 혼자 적어 보내는 것만으로 법정 순서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2018다204787 판결요지 [2]).
합의와 일방적인 지정은 어떻게 다른가?
합의는 당사자가 함께 충당 방법을 정하는 것이고, 지정은 법이 허용한 범위에서 한쪽이 충당할 채무를 정하는 것이다. 자발적 변제에서는 원칙적으로 법정 순서와 다른 비용·이자·원본 충당도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로 정할 수 있다. 다만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해야 한다(2018다204787 판결요지 [2]).
한쪽이 법정 순서와 다른 충당을 지정하고 상대방이 지체 없이 이의하지 않았더라도, 그 사정에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합의충당을 인정할 수 있다. 침묵만으로 언제나 합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유류오염 방제비용을 중간 정산한 사건에서 원본에 충당하기로 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여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2012다15602 이유 3.가·나 및 주문).
합의가 없는 경우, 변제자는 같은 채권자에 대한 같은 종류의 여러 채무 중 충당할 채무를 변제 제공 당시 지정할 수 있다. 변제자가 지정하지 않으면 변제받는 자가 그 당시 지정할 수 있지만, 변제자가 즉시 이의하면 그 지정에 따르지 않는다. 지정은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해야 한다(민법 제476조).
합의해도 충당 방법이 제한되는 경우는 무엇인가?
경매 배당금의 충당, 강행규정에 반하여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합의 등에는 제한이 있다(2000다51339 판결요지 [2], 2023다247399 이유 1, 2024두60435 이유 2.나.2)라)).
담보권 실행 경매에서 받은 배당금이 여러 피담보채권을 모두 소멸시키기에 부족하면, 지정충당이나 합의충당을 할 수 없고 법정충당을 해야 한다. 채권계산서를 특정 채권에 맞추어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채권부터 충당되는 것도 아니다(민법 제477조, 같은 법 제479조, 2000다51339 판결요지 [1]·[2]).
상가임대차에서는 법에 위반되어 임차인에게 불리한 충당 약정은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코로나19 당시 차임연체 특례가 적용된 사건에서, 그 특례에 반하는 합의나 임대인의 지정으로 충당할 수 없다고 했다. 이행기가 도래한 연체차임끼리 비교하면 특례기간의 차임은 변제이익이 적어 다른 연체차임보다 나중에 충당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9, 같은 법 제15조, 2023다247399 이유 1).
합의로 직접 사법상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인에 대하여 신의칙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도 살펴야 한다. 다만 그러한 사정 없이 합의충당의 효력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대여금부터 갚기로 한 약정이 있는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공사대금부터 갚았어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보아 대손세액공제를 제한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2024두60435 이유 2.나.2)라) 및 주문).
아무도 지정하지 않았다면 어느 채무부터 줄어드는가?
유효한 지정이 없다면 이행기 도래 여부부터 차례로 비교한다. 앞의 기준에서 순위가 정해지면 뒤의 기준으로 다시 뒤집지 않는다(민법 제477조).
| 비교 단계 | 먼저 충당할 채무 |
|---|---|
|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와 미도래 채무가 함께 있는 경우 | 이행기가 도래한 채무(민법 제477조 제1호) |
| 전부 도래했거나 전부 미도래인 경우 | 채무자에게 변제이익이 많은 채무(민법 제477조 제2호) |
| 변제이익도 같은 경우 | 이행기가 먼저 도래했거나 먼저 도래할 채무(민법 제477조 제3호) |
| 변제이익과 이행기 순위가 같은 경우 | 채무액에 비례하여 각 채무에 배분(민법 제477조 제4호) |
예를 들어 비용과 이자가 없고, 이행기와 변제이익도 같은 채무 A의 원본이 100만 원, B의 원본이 200만 원이라고 하자. 합의나 지정 없이 90만 원을 갚으면 채무액 비율에 따라 A에 30만 원, B에 60만 원이 충당된다. 남은 원본은 각각 70만 원과 140만 원이다(민법 제477조 제4호).
원금부터 갚겠다고 지정하면 이자보다 먼저 줄어드는가?
비용·이자·원본의 순서는 일방적인 지정으로 바꿀 수 없다. 부족한 변제액은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로 충당해야 하며, 지연손해금도 이자처럼 원본보다 먼저 충당한다. 당사자 사이에 다른 충당 합의가 있는 경우는 별개다(민법 제479조, 2018다204787 판결요지 [2]).
이때 비용·이자·원본에 관한 민법 제479조는 지정충당 규정을 준용하지 않는다. 같은 순위에서 여러 채무가 경합하면 법정충당 규정을 준용한다. 제476조의 지정은 충당할 채무를 정하는 것이고, 제479조는 비용·이자·원본의 내부 순서를 정한다(민법 제479조 제2항, 2018다204787 판결요지 [2]).
예를 들어 변제 시점에 지급할 비용 10만 원, 이자와 지연손해금 합계 20만 원, 원본 100만 원이 있고 충당 합의가 없다고 하자. 50만 원을 갚으면 비용에 10만 원, 이자 등에 20만 원, 원본에 20만 원이 충당되어 원본 80만 원이 남는다. 이는 이미 산정된 채무액을 배분하는 예이며 이자율이나 지연손해금 자체를 계산한 것은 아니다(민법 제479조, 2018다204787 판결요지 [2]).
한 채무를 여러 차례 나누어 이행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는가?
한 채무에 여러 급여가 필요한데 전부를 소멸시키지 못하는 급여를 했다면 지정충당과 법정충당 규정을 준용한다. 여러 독립 채무가 있어야만 충당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용·이자·원본의 내부 순서는 그에 관한 별도 규정에 따른다(민법 제478조, 같은 법 제479조).
다른 빚에 갚은 돈이라고 다투면 누가 증명하는가?
채무자가 특정 채무를 갚았다고 주장하고 채권자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 다른 채무에 충당했다고 다툰다면,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그 다른 채권의 존재와 충당 근거를 증명해야 한다. 그 근거는 다른 채무에 충당하기로 한 합의나 지정, 또는 법정충당의 우선순위다(2023다290829 이유 2.가).
이는 원금 우선 충당 등 법정 내부 순서와 다른 합의를 주장하는 사람이 그 합의를 증명해야 한다는 문제와 구별된다. 송금액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어떤 채권이 있었는지, 어떤 지정이나 합의가 있었는지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2023다290829 이유 2.가, 2018다204787 판결요지 [2]).
2023다290829 판결에서는 보증인이 교부한 수표를 어느 채무의 변제로 볼지가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다른 수표 거래와 주채무자가 계속 지급한 정액 이자 등의 사정을 살피지 않은 원심 중 채권자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돈을 받은 사실만으로 소송에서 청구한 채무가 그만큼 줄었다고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2023다290829 이유 2.나·다 및 주문).
판결 후 지급한 돈도 바로 충당하면 되는가?
가집행을 피하기 위해 판결 후 지급한 돈은 확정적인 변제와 구별해야 한다. 2018다204787 판결은 가집행이 붙은 제1심판결 뒤 지급된 돈의 성격을 먼저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지급이라면 항소심은 이를 확정적인 변제로 참작하지 않고 청구의 당부를 판단한다(2018다204787 판결요지 [3]).
이 사건에서 원심은 지급액을 원금에서 먼저 공제했다. 대법원은 지연손해금 우선 충당과 다른 합의의 증명 여부뿐 아니라 지급 경위를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따라서 지급액 전부가 최종적으로 이자에 충당되었다고 확정한 사례도 아니다(2018다204787 이유 2 및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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