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권 없는 이사가 사장·전무처럼 대표권이 있어 보이는 명칭을 쓰고 거래했고 회사가 그 명칭 사용을 적극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허용했다면,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게 책임을 진다(상법 제395조, 2010다70018 판결요지 [5]). 상대방이 권한 없음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쉽게 말하면 — 갑 회사의 이사 을이 ‘전무’ 직함으로 병과 계약했는데, 을에게는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었던 경우입니다. 대표이사가 을이 그 직함을 쓰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두었고 병이 을에게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갑 회사는 병에게 책임을 집니다(상법 제395조, 2010다70018 판결요지 [5]). 다만 병이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거래에서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했다면 보호받지 못합니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회사가 책임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다음 세 가지를 모두 갖춰야 회사가 책임을 진다.
-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이사가 사장·부사장·전무·상무, 그 밖에 대표권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썼다(상법 제395조). 이런 이사를 표현대표이사라 한다.
- 그런 외관이 생긴 데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회사가 그 명칭 사용을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한 경우에 한한다(2010다70018 판결요지 [5]).
- 상대방인 제3자가 선의이고 그렇게 믿은 데 중대한 과실이 없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유한회사의 이사에게도 이 조가 준용된다(상법 제567조). 본부장·지점장처럼 지배인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쓴 사람의 행위는 표현지배인(같은 법 제14조)에서 다룬다.
회사의 허용
진정한 대표이사가 허용했거나, 이사 전원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사회결의의 성립을 위하여 정관에서 정한 수의 이사가 허용했어야 한다. 그런 정관 규정이 없으면 최소한 이사 정원의 과반수 이사가 허용했어야 한다(2010다70018 판결요지 [5]).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사람이 그 명칭을 계속 쓴 경우에도, 회사가 알면서 동조하거나 묵인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면 회사 책임은 인정되지 않는다. 퇴임등기가 된 뒤에는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민법 제129조)도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되지 않는다(2007다53839).
상대방의 선의와 중대한 과실
상대방은 선의이면 되고 무과실까지 필요하지는 않다. 선의란 대표권이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다만 대표권이 있다고 믿은 데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회사는 그 상대방에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했으면 알 수 있었는데도 그냥 믿어, 거래통념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금융기관이 내부 업무기준인 여신규정·여신지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중대한 과실이 되지는 않는다(2002다40432).
대표이사 이름으로 거래했거나 공동대표이사가 혼자 거래했어도 같은가
두 경우 모두 회사는 상법 제395조의 책임을 질 수 있다. 대표이사 이름을 쓴 거래에서는 상대방의 선의·중과실을 판단하는 대상이 달라진다.
대표이사 이름을 쓴 거래
표현대표이사가 다른 대표이사의 명칭을 써서 행위한 경우에도 상법 제395조가 유추적용된다. 이때 상대방의 선의나 중과실은 대표권 존부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대행해 법률행위를 할 권한이 있느냐를 두고 판단한다(2002다40432 판결요지 [1]).
그래서 대표이사를 대리해 차용증을 써 준 경우, 상대방이 그가 대표이사가 아님을 알았더라도 그 점은 악의 또는 중과실을 판단하는 데 결론을 좌우할 만한 사정이 되지 않는다. 그가 표현대표이사에 해당하는 한, 대리 권한을 회사에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악의나 중과실을 쉽사리 인정할 수도 없다. 다만 권한을 당연히 의심해 보아야 할 객관적 사정이 있는 등의 경우는 다르다(2010다100339 판결요지 [2]).
이런 거래에서 회사가 책임을 벗어나려면, 상대방이 대행 권한 없음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회사가 증명해야 한다(2013다5091).
공동대표이사의 단독 거래
공동대표이사는 여러 대표이사가 함께 회사를 대표하도록 정해진 대표이사다(상법 제389조 제2항). 회사가 공동대표이사에게 단순한 대표이사라는 명칭으로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용인하거나 방임했다면, 회사는 표현책임을 면할 수 없다. 회사가 공동대표이사 1인이 단독으로 한 법률행위를 추인할 때는 그 의사표시를 단독으로 행위한 공동대표이사나 상대방인 제3자 중 어느 사람에게 해도 된다(92다19033 판시 나·다).
공동대표의 정함과 그 등기는 공동대표·대표권 제한에서 설명한다.
보호받는 제3자는 누구인가
보호받는 제3자는 표현대표이사가 한 법률행위의 상대방이다(2002다40432 판결요지 [2]). 다른 대표이사 명칭으로 어음행위를 한 경우에는 직접 어음을 받은 상대방뿐 아니라, 그로부터 어음을 다시 배서양도받은 제3취득자도 회사가 책임을 지는 선의의 제3자에 포함된다(2002다65073 판결요지 [1]).
회사는 어떤 책임을 지고 언제 벗어나는가
요건이 갖춰지면 회사는 그 이사가 대표권이 없었더라도 선의의 제3자에게 그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진다(상법 제395조). 공동대표이사로 등기된 1인이 대표이사 명칭으로 맺은 분양계약의 효력이 상법 제395조에 따라 회사에 귀속된다는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수긍했다(92다19033).
요건이 갖춰진 뒤에도 회사가 책임을 벗어나는 경우로 판례가 든 것은 다음과 같다.
- 상대방이 권한 없음을 알았거나 모른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위 「상대방의 선의와 중대한 과실」).
- 표현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꾀하려고 권한을 남용했고,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대표이사의 권한 남용에 관한 이 법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표현대표이사에게도 적용되어,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2013다5091).
집행임원 설치회사에도 적용되는가
집행임원 설치회사에는 상법 제395조가 준용된다(같은 법 제408조의5 제3항). 제도는 집행임원에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 거래 상대방은 상대가 쓰는 직함이 대표권이 있어 보이는 명칭인지, 그 사람이 이사인지 먼저 확인한다(상법 제395조).
- 상대가 대표이사 이름으로 서류를 냈다면, 대표이사를 대행할 권한을 당연히 의심할 객관적 사정이 있었는지 돌아본다(2010다100339 판결요지 [2]).
- 회사는 대표권 없는 이사나 공동대표이사가 대표권 있어 보이는 명칭으로 혼자 거래하는 것을 알게 되면 묵인하지 말고 중지시킨다. 묵시적 허용이나 방임도 회사 책임의 근거가 된다(2010다70018 판결요지 [5], 92다19033 판시 나).
- 회사가 책임을 다투려면 상대방의 악의나 중대한 과실, 또는 권한 남용의 진의를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을 보여 줄 자료를 모은다(2013다5091).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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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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