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피해자에게서 편취한 금전으로 변제를 받은 채권자는,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금전 취득의 법률상 원인이 있고, 횡령한 금전도 같다(2024다216187 판결요지 [2], 2003다8862 판결요지).
쉽게 말하면 —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원고)의 계좌에서 중고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100돈짜리 순금 목걸이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사람의 계좌로 28,950,000원을 이체했습니다(2024다216187 이유 1.가.~나.). 그 사람은 ‘소외 2’ 명의로 이체된 것을 확인한 뒤 거래상대방에게 목걸이를 건네주었습니다(2024다216187 이유 1.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그 사람이 편취 사실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2024다216187 이유 3.나.2), 주문).
채무자가 편취·횡령한 금전으로 변제한 경우, 변제받은 채권자는 언제 피해자에게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나?
채권자는 변제를 수령하면서 그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지지 않는다(2024다216187 판결요지 [2]).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본다(2003다8862 판결요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그대로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의 손실과 채권자의 이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하다(2003다8862 판결요지). 그 금전 취득에 법률상 원인이 있는지는 채권자가 변제를 수령할 때의 악의·과실에 따라 나뉜다.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2003다8862 판결요지)
편취한 금전에 관한 2024다216187 판결요지 [2]도 같은 기준을 든다.
피해자가 직접 이체하지 않은 보이스피싱 사안
2024다216187에서는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원고의 계좌에서 피고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직접 이체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휴대폰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원인을 제공하였으므로, 범죄자가 원고로 하여금 이체하게 한 것과 직접 원고 계좌에서 이체한 것을 구별하여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2024다216187 이유 3.나.1)).
법률상 원인을 잃은 경우의 반환 범위
민법 제748조 제1항은 「선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이 현존한 한도에서 전조의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2항은 「악의의 수익자는 그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반환 범위의 일반 내용은 수익자의 반환범위에서 다룬다.
「중대한 과실」은 무엇이고, 누가 증명하나?
피해자가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증명하여야 한다(2024다216187 판결요지 [2]). 중대한 과실은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채권자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는 등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을 말하고, 채권자가 수령한 금전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다. (2024다216187 판결요지 [2])
2024다216187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채권자는 매수자로 가장한 소외 1을 만나 이 사건 금원을 포함한 대금을 받고 순금 목걸이를 중고로 판매하였을 뿐이다. 소외 1은 이러한 유형의 여러 사기 범행으로 사기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는 금원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을 채권자가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2024다216187 이유 3.나.2)).
채무자가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같은가?
두 경우 모두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2006다53733 판결요지 [1], 2011다74246 판결요지 [1]). 앞의 경우는 편취한 금원을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쓴 경우이고, 뒤의 경우는 횡령한 돈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다.
이와 같은 법리는 채무자가 편취한 금원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직접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 사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006다53733 판결요지 [1])
같은 취지로 2012다44358 판결요지 [2]가 있다.
횡령한 돈을 제3자에게 증여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므로, 수증자가 그 돈을 송금받거나 교부받을 당시 그것이 횡령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수증자의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2011다74246 판결요지 [1], 이유). 지방세무공무원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하여 과오납금을 친정아버지 乙 등 명의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횡령한 사안이다. 乙은 송금된 돈 중 다시 계좌이체해 주고 남은 돈과 별도로 교부받은 돈을 집수리비용과 차량구입비용으로 사용했다. 대법원은 乙이 돈을 송금받거나 교부받을 당시 횡령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는지를 심리한 다음 부당이득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보았다. 선의취득 여부만 살펴 乙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원심판결은 파기되었다(2011다74246 판결요지 [2]).
다른 사람에게서 편취·횡령한 돈으로 횡령금을 갚은 경우, 변제받은 횡령 피해자는 그 돈을 반환해야 하나?
횡령 피해자가 횡령금을 변제받은 경우에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한다. 2006다53733 판결요지 [2]는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본 사례이고, 2010다89708은 법인의 변제 수령이 부당이득이 된다고 본 원심을 수긍했다.
편취한 대출금으로 횡령금을 변제받은 경우
경리업무 담당자가 회사자금의 횡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을 편취한 후 이를 회사 또는 그 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 횡령금 상당액을 변제한 경우, 위 송금 당시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위 회사가 금전취득 또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은 것은 편취행위의 피해자인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한 사례. (2006다53733 판결요지 [2])
2006다53733에서 대법원은 경리 담당자가 횡령을 은폐하려고 권한 없이 대출계약을 체결하고 편취한 대출금을 횡령금을 변제하는 방편으로 원고들 또는 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았다. 원심으로서는 소외 1이 원고들의 자금을 실제로 횡령했는지 여부와 그 횡령액, 편취한 대출금의 구체적 사용처와 액수를 심리했어야 한다. 또한 원고들 또는 그 거래처가 송금받을 당시 그것이 편취된 것이라는 사실에 대하여 원고들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부당이득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는데, 원심은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환송했다(2006다53733 이유 1.나.).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자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면 결론이 달라진다. 채무자가 피해자에게서 횡령한 금전을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채권자의 금전 취득이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부당이득으로 되려면 채권자의 악의·중과실이 필요하다(2010다89708 판시사항 [1], 이유 1). 乙이 甲 법인의 예금계좌에서 돈을 무단인출하여 丙 재단을 설립했고, 후에 丙 재단이 丁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중 일부를 乙이 甲 법인에 대한 횡령금 채무 변제에 사용한 사안이다. 원심은 甲 법인의 대표이사가 乙과 丙 재단의 재정 상태나 乙의 횡령금 채무에 대한 변제금원의 조달 경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원심은 그 대표이사가 법인의 재산을 임의로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알고 있었으리라 여겨지는 이상, 甲 법인의 변제 수령은 丙 재단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서 부당이득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다(2010다89708 판시사항 [2], 이유 2).
변제로 채무를 면한 이익이 부당이득의 이익이 되는지는 부당이득에서 채무를 면한 이익과 취득한 채권의 반환에서 따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 변제를 수령하는 때 그 금전이 편취·횡령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다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쉽게 알 수 있었는지를 확인한다(2024다216187 판결요지 [2]).
- 피해자라면 채권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는 점을 증명할 자료를 준비한다. 증명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기 때문이다(2024다216187 판결요지 [2]).
- 채권자에게 있는 사정이 단순한 과실인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인지 나누어 본다(2003다8862 판결요지).
- 금전이 채권자의 다른 채권자에 대한 채무 변제에 쓰였는지, 제3자에게 증여되었는지 사용처를 확인한다(2006다53733 판결요지 [1], 2011다74246 판결요지 [1]).
- 횡령 은폐용 대출금 사안이면 횡령 여부와 횡령액, 편취한 대출금의 구체적 사용처와 액수, 송금받을 당시 변제받은 회사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2006다53733 이유 1.나.).
- 법률상 원인을 잃은 경우의 반환 범위는 수익자가 선의인지 악의인지에 따라 민법 제748조 제1항·제2항으로 확인한다.
관련
- 개념·해설
- 판례
- 법령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