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과 승낙은 계약을 성립시키는 두 개의 의사표시다. 청약은 계약을 맺자고 내미는 의사표시이고, 승낙은 그 청약을 받아들이는 의사표시다. 민법은 제527조부터 제535조까지에서 청약과 승낙이 언제 효력을 잃고 언제 계약을 성립시키는지를 정한다. 대법원은 계약인 사인증여를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유증과 구별하면서, 사인증여로서 효력을 인정하려면 증여자와 수증자 사이에 청약과 승낙에 의한 의사합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2022다302237 판결요지 [2]).
쉽게 말하면 — “이 조건으로 계약합시다”라고 먼저 내미는 것이 청약이고, “그렇게 합시다”라고 답하는 것이 승낙입니다. 이 둘이 맞물려야 계약이 성립합니다. 상대방에게 도달해 효력이 생긴 청약은 원칙적으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도로 거두지 못합니다. 다만 철회의 자유를 유보했거나 당사자가 달리 합의한 경우는 다릅니다. 정해 둔 기간 안에 답이 오지 않으면 청약은 저절로 효력을 잃습니다. 답하면서 조건을 붙이거나 내용을 바꾸면 승낙이 아니라 거절이 되고, 그와 동시에 새 청약을 한 것이 됩니다.
청약을 보낸 뒤에 거둬들일 수 있는가?
원칙적으로 거둬들일 수 없다. 계약의 청약은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법 제527조). 다만 청약자가 철회의 자유를 유보했거나 당사자가 철회할 수 있도록 합의한 경우에는 그 의사가 우선한다(민법 제105조). 청약은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 효력이 생기므로, 아직 도달하기 전에는 제527조의 구속력이 시작되지 않는다(민법 제111조 제1항).
철회하지 못한다는 것과 청약이 계속 살아 있다는 것은 다르다. 승낙의 기간을 정한 계약의 청약은 청약자가 그 기간 내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528조 제1항). 승낙의 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계약의 청약은 청약자가 상당한 기간내에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에는 그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529조). 두 조문 모두 기준을 “승낙의 통지를 받지 못한 때”로 적었다. 청약자가 통지를 받았는지를 보므로 도달이 기준이다.
승낙이 기간을 넘겨 도착하면 어떻게 되는가?
민법은 연착한 승낙을 두 가지로 나누어 처리한다. 먼저 청약자에게 연착 통지 의무가 붙는 경우가 있다. 승낙의 통지가 전항의 기간후에 도달한 경우에 보통 그 기간내에 도달할 수 있는 발송인 때에는, 청약자는 지체없이 상대방에게 그 연착의 통지를 하여야 한다(민법 제528조 제2항 본문). 그러나 그 도달전에 지연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같은 항 단서). 청약자가 전항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승낙의 통지는 연착되지 아니한 것으로 본다(같은 조 제3항). 통지를 빠뜨리면 연착이 아닌 것으로 의제된다.
그 밖의 연착은 청약자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 전2조의 경우에 연착된 승낙은 청약자가 이를 새 청약으로 볼 수 있다(민법 제530조). 여기의 “전2조”는 제528조와 제529조를 가리킨다. 조문은 새 청약으로 볼 수 있다고 정할 뿐,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정하지 않았다.
계약은 언제 성립하는가?
성립 시점은 조문이 정한 상황마다 다르다. 격지자간의 계약은 승낙의 통지를 발송한 때에 성립한다(민법 제531조). 이 조문은 도달이 아니라 발송을 기준으로 삼는다.
의사표시 일반의 원칙과 문언이 같지 않다. 상대방이 있는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그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11조 제1항). 제111조는 의사표시의 효력발생시기를 정하고, 제531조는 계약의 성립시기를 정한다. 두 조문은 규율 대상이 같지 않다. 다만 승낙기간이 정해졌다면 그 기간 안에, 정해지지 않았다면 상당한 기간 안에 승낙 통지가 청약자에게 도달해야 청약이 효력을 잃지 않는다(민법 제528조 제1항·민법 제529조). 따라서 격지자 사이에서는 계약 성립시점은 발송 때로 보더라도 기간 내 도달 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승낙의 통지 자체가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청약자의 의사표시나 관습에 의하여 승낙의 통지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계약은 승낙의 의사표시로 인정되는 사실이 있는 때에 성립한다(민법 제532조). 대법원은 예금계약에 관하여, 예금자가 예금의 의사를 표시하면서 금융기관에 돈을 제공하고 금융기관이 그 의사에 따라 그 돈을 받아 확인을 하면 그로써 성립한다고 보았다(2003다30159 판결요지 [1]). 이 판시의 참조조문에는 민법 제532조와 제702조가 적혀 있다.
같은 내용의 청약이 서로 엇갈려 오간 경우도 조문이 정하고 있다. 당사자간에 동일한 내용의 청약이 상호교차된 경우에는 양청약이 상대방에게 도달한 때에 계약이 성립한다(민법 제533조). 이때는 승낙이 따로 없고, 기준도 발송이 아니라 도달이다.
상행위에는 특칙이 있다. 대화자간의 계약 청약은 상대방이 즉시 승낙하지 않으면 효력을 잃는다(상법 제51조). 또 상인이 상시 거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그 영업부류에 속한 계약의 청약을 받으면 지체없이 낙부의 통지를 발송해야 하고, 이를 게을리하면 승낙한 것으로 본다(상법 제53조).
승낙하면서 조건을 붙이거나 내용을 바꾸면 어떻게 되는가?
승낙이 되지 않는다. 승낙자가 청약에 대하여 조건을 붙이거나 변경을 가하여 승낙한 때에는, 그 청약의 거절과 동시에 새로 청약한 것으로 본다(민법 제534조). 조문은 조건을 붙인 경우와 변경을 가한 경우를 나란히 정하고 있다.
효과는 두 가지가 동시에 생긴다. 원래의 청약은 거절되어 효력을 잃고, 바꾼 내용의 새 청약이 그 자리에 선다. 조문이 “본다”고 정했으므로 청약자가 달리 볼 여지를 조문에 두지 않았다. 연착된 승낙을 새 청약으로 “볼 수 있다”고 한 제530조와 어미가 다르다. 상계처럼 조건을 붙이지 못하는 다른 법률행위와의 관계는 조건에서 다룬다.
계약 내용이 처음부터 불가능했으면 누가 책임지는가?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쪽이 책임진다. 목적이 불능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상대방이 그 계약의 유효를 믿었음으로 인하여 받은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민법 제535조 제1항 본문). 그러나 그 배상액은 계약이 유효함으로 인하여 생길 이익액을 넘지 못한다(같은 항 단서). 배상 대상은 계약이 유효하다고 믿어서 입은 손해이고, 그 상한은 계약이 유효했다면 생겼을 이익액이다.
상대방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이 조문은 적용되지 않는다. 전항의 규정은 상대방이 그 불능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같은 조 제2항).
책임을 묻기 전에 무엇이 계약 내용인지를 먼저 확정해야 한다. 대법원은 계약의 내용이 된 채무를 이행하는 것이 계약 당시부터 이미 사실상·법률상 불가능한 상태였다면 그 계약은 원시적으로 불능이어서 무효라고 보았다(2019다201785 이유). 그러면서 이 법리는 불능인 급부의무가 계약 내용에 편입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고 판단했다(같은 판례 이유). 임차 목적물 전부를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받아 사용한다는 점에 의사의 합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아, 원시적 불능으로 무효라고 본 원심을 파기한 사안이다(같은 판례 판시사항 [3]). 이 판결에는 판결요지가 수록되어 있지 않아 판시사항과 이유 층위로 적는다.
계약을 맺을 때 이미 지킬 수 없는 내용이었다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쪽이 상대방의 손해를 물어 주어야 합니다. 다만 상대방도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이 책임을 묻지 못합니다. 물어 주는 금액도 계약이 제대로 됐다면 얻었을 이익을 넘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지킬 수 없는 내용이 애초에 계약에 들어와 있었는지부터 다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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