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상속규정은 유럽연합의 Regulation (EU) No 650/2012를 가리킨다. 상속 사건의 국제재판관할, 준거법, 판결 승인·집행, 공정증서와 재판상 화해, 유럽상속증명서를 함께 다루는 규정이다. 한국 법령은 아니지만, 규정에 참가하는 EU 회원국의 법원·공증인·상속기관이 국제상속을 처리할 때 적용되고, 한국 절차에서는 외국법 확인이나 유럽 상속서류의 의미를 파악하는 자료가 된다.
쉽게 말하면 — 유럽연합 안에서 국경을 넘는 상속을 어느 법원과 어느 법으로 처리할지 정한 규정입니다. 한국 사건에서는 외국법 자료와 유럽 상속서류를 이해하는 기준으로 쓰입니다.
준거법 구조
유럽상속규정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거소(habitual residence)가 있는 국가의 법을 상속 전체의 준거법으로 본다(규정 제21조 제1항). 사망 당시 모든 사정에 비추어 다른 국가와 명백히 더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 그 국가의 법을 적용하는데, 이는 일반 보충규칙이 아니라 예외조항이다(규정 제21조 제2항). 피상속인은 선택 당시나 사망 당시 자신의 국적국법을 상속 전체의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고, 복수국적자는 그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규정 제22조). 규정이 지정하는 법은 회원국법이 아니어도 적용되므로(규정 제20조 보편적 적용), EU 회원국 법원이 한국법을 상속준거법으로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구조는 한국 국제사법과 출발점이 다르다. 한국 국제사법은 상속을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본국법에 따르게 하되(국제사법 제77조 제1항), 피상속인이 유언 방식으로 사망 시까지 유지한 일상거소지법이나 부동산 소재지법을 지정하는 예외를 둔다(같은 조 제2항). 반면 유럽상속규정은 상거소를 기본 연결점으로 삼는다.
반정도 문제된다. 한국 국제사법은 지정된 외국법이 다시 대한민국 법을 지정하면 대한민국 법에 따르는 반정을 인정하고(국제사법 제22조 제1항), 상속(제77조)은 반정 배제 목록에 없다(같은 조 제2항). 따라서 한국 법원이 EU 회원국법을 피상속인의 본국법으로 지정하면, 그 나라의 상속 국제사법인 유럽상속규정이 다시 한국법이나 제3국법을 지정하는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 유럽상속규정 자체도 제3국법이 지정되면 그 나라 국제사법을 포함해 반정을 일정 범위에서 인정한다(규정 제34조).
유럽상속증명서
유럽상속규정은 유럽상속증명서를 둔다. 이 증명서는 상속인, 직접 권리를 갖는 수유자, 유언집행자, 유산관리인이 다른 회원국에서 지위나 권한을 주장할 때 쓰기 위한 서류다. 사용은 의무가 아니며, 회원국 내부의 유사 문서를 대체하지 않는다. 모든 참가 회원국에서 특별한 절차 없이 효력을 갖고, 기재된 지위·권한은 정확한 것으로 추정된다(규정 제69조). 발급은 규정상 관할이 있는 회원국의 법원이나 권한 기관만 할 수 있다(규정 제64조). 원본은 발급기관이 보관하고 신청인에게는 인증등본을 발급하는데, 인증등본의 유효기간은 원칙적으로 6개월이다(규정 제70조).
한국 상속등기나 금융기관 절차에서 유럽상속증명서가 제출되면, 그 서류가 무엇을 증명하는지와 한국에서 필요한 상속증명 서류를 구별해야 한다. 유럽상속증명서가 있다고 해서 한국의 번역, 인증, 준거법, 등기원인 증명이 자동으로 생략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상속규정은 한국 상속법을 바꾸는 규정이 아닙니다. 다만 유럽에서 나온 상속증명서와 외국 준거법 주장을 검토할 때, 그 문서가 어떤 제도에서 나온 것인지 설명해 줍니다.
적용 범위의 한계
유럽상속규정이 모든 EU 회원국에 일률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와 아일랜드는 이 규정에 참가하지 않고, 영국도 EU 회원국이던 때부터 구속되지 않았다(브렉시트 이후에는 영국 국제사법과 지역별 법제를 별도로 확인한다). 그러므로 유럽 국가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보면 안 된다.
적용 대상도 상속의 민사적 측면에 한정된다. 조세·관세·행정 문제뿐 아니라 부부재산제, 증여, 보험·연금 등 상속 외의 방식으로 이전되는 재산, 신탁, 회사 지분승계, 물권의 성질, 부동산 등기요건·등기효과 등은 규정 적용에서 제외된다(규정 제1조 제2항). 시간적으로는 2015년 8월 17일 이후 사망한 사람의 상속에 적용된다(규정 제83조). 한편 1961년 헤이그유언방식협약 체약 회원국은 유언·공동유언의 방식 유효성에 대해 규정 제27조 대신 그 협약을 계속 적용한다(규정 제75조).
실무 체크포인트
-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상거소, 국적, 유언상 준거법 선택을 구별해 확인한다.
- 한국 절차에서는 국제사법 제77조의 본국법 원칙과 유럽상속규정의 상거소 원칙을 혼동하지 않는다.
- 피상속인의 사망일이 2015년 8월 17일 이후인지 확인한다. 그 전 사망이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규정 제83조).
- 유럽상속증명서가 제출되면 발급국·발급기관·증명 대상·번역·인증 요건을 확인하고, 원본인지 인증등본인지, 인증등본이면 6개월 유효기간이 지났는지 점검한다(규정 제70조).
- 유럽연합 회원국 관련 사건이라도 덴마크·아일랜드·영국처럼 규정에 참가하지 않는 국가를 별도로 점검한다.
- 한국 법원이 EU 회원국법을 본국법으로 지정하면 반정 문제(국제사법 제22조)와 유럽상속규정의 준거법 지정을 함께 검토한다.
- 상속세, 부동산 등기, 금융기관 제출서류는 유럽상속규정과 별개로 한국 절차 요건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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