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등 시설권은 토지소유자가 필요한 수도관·배수관·가스관·전선 등을 설치하기 위해 남의 토지를 통과할 수 있는 권리다. 다른 토지를 통하지 않으면 설치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에 인정되며,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고 그 토지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민법 제218조 제1항).
쉽게 말하면 — 내 땅에 있는 집에 수도를 연결하려면 이웃 땅을 지나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법이 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시설을 설치할 권리가 생기지만, 원하는 곳에 마음대로 관을 묻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경로와 공법을 정할 때 이웃의 피해를 줄이고 보상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시설권에 관한 규정은 지상권자 사이 또는 지상권자와 이웃 토지 소유자 사이에도 준용된다. 전세권자 사이 또는 전세권자와 이웃 토지 소유자·지상권자 사이에도 같은 준용 규정이 적용된다. 구분지상권도 이 준용 대상에 포함된다(민법 제290조 제1항·제2항, 같은 법 제319조).
이웃이 동의하지 않으면 수도관을 설치할 수 없는가?
법정 요건을 갖추면 이웃 토지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시설권이 생긴다. 대법원은 민법 제218조의 요건을 충족하면 토지 소유자가 법률에 따라 시설권을 취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동의를 거부했다는 사실과 시설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서로 다르다(2015다247325).
다만 시설권을 주장하는 토지소유자가 다른 경로로 연결할 수 있는지, 그 비용이 과다한지, 선택한 장소와 공법의 손해가 가장 적은지를 확인해야 한다. 조금 더 편리하거나 저렴하다는 사정만으로 조문의 요건을 대신할 수는 없다. 법은 설치 불가능 또는 과다한 비용이라는 필요성과, 이웃의 손해를 줄이는 설치 방법을 함께 요구한다(민법 제218조 제1항).
수도 신청에 동의서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는가?
시설권이 다투어진다면 시설권 확인판결 등으로 사용권한을 증명하는 방법을 검토한다. 대법원은 신축 건물의 급수 신청 과정에서 이웃의 토지사용 동의를 요구받은 사건에서, 시설권 확인판결을 받아 권리를 증명하는 방법을 제시했다(2015다247325).
그 사건의 당시 성남시 조례는 필요한 경우 이해관계인의 동의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고, 시행규칙은 타인 소유 토지·건물에 급수공사를 신청할 때 토지 또는 건물 소유자의 승낙서를 제출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토지를 사용할 권리를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다른 방법으로 사용권을 증명할 수 있어도 언제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뜻으로 보지 않았다. 이는 해당 급수 신청과 조례에 대한 판단이므로, 실제 신청에서는 적용되는 급수 조례와 요구된 서류의 취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2015다247325).
민법은 법률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에 관하여 채무자의 의사표시에 갈음하는 재판을 허용한다(민법 제389조 제2항). 그러나 위 사건의 동의서는 법정 시설권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자료였다. 대법원은 시설권 성립에 이웃의 동의라는 법률행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의를 구하는 소를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 시설권 자체가 없다고 판결한 것은 아니다(2015다247325).
급수 신청에 필요한 증명과 실제 공사·통수의 방해는 구별해야 한다. 기존 관로의 통수를 둘러싼 사건에서는 시설권자의 통수에 관한 수인의무와 토지소유자의 시설변경 청구가 함께 다투어졌다. 대법원은 사정변경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련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했다(81다1,2,3 이유 4 및 주문).
기존 관로나 맨홀도 철거해야 하는가?
설치된 시설이 법정 시설권의 범위 안에 있다면, 토지 소유자라는 이유만으로 철거를 요구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공장 진입 통로로 이용되던 이웃 소유 토지에 설치된 맨홀과 하수관 등이 문제 된 사건에서 민법 제218조의 필요성과 설치 범위를 따져야 한다고 보았다. 소유권에 기한 방해제거청구가 있더라도 법정 시설권의 요건을 갖춘 범위의 시설은 철거를 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민법 제214조, 같은 법 제218조, 2002다53469).
그 사건은 구체적인 통행권과 시설권의 범위를 심리하도록 파기환송됐다. 기존 시설이라는 사실만으로 모두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남의 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철거되는 것도 아니다. 설치 필요성, 위치·방법과 손해를 각 시설에 맞춰 확인해야 한다(2002다53469).
손해보상과 나중의 시설 변경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설치 손해는 다른 토지 소유자의 요청에 따라 시설권자가 보상하고, 설치 후 객관적인 사정변경으로 시설을 변경할 때의 비용도 시설권자가 부담한다(민법 제218조, 81다1,2,3 이유 4). 시설권의 성립과 보상 문제를 구별하되, 시설권이 있다는 이유로 보상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소와 방법도 처음부터 손해가 가장 적도록 선택해야 한다(민법 제218조 제1항).
시설을 설치한 뒤 사정이 바뀌면 그 시설이 지나가는 토지의 소유자는 시설의 변경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설을 이용하는 토지 소유자가 시설변경 비용을 부담한다. 최초 설치로 인한 손해보상과 설치 후 사정변경에 따른 변경 비용은 발생 원인과 부담 조건을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218조 제2항, 81다1,2,3 이유 4).
사정변경은 시설이 지나가는 토지 소유자의 주관적인 희망만으로 정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시설을 변경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대법원은 소유자가 옥외 시설을 추가로 지으려 한다는 사정만으로 관로 이전을 인정한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그 시설의 필요성과 장소의 적합성을 더 심리해야 하고, 관이 얕게 묻혔다면 더 깊게 묻는 방법과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법도 구별해야 한다(81다1,2,3 이유 4).
통행권이나 이웃 토지의 사용청구와 무엇이 다른가?
시설권은 관·전선 설치, 주위토지통행권은 공로 출입, 이웃 토지의 사용청구는 경계 부근의 건축·수리를 위한 권리다(민법 제216조, 같은 법 제218조, 같은 법 제219조). 같은 토지에 길과 하수관이 함께 있어도 통행의 필요성과 시설 설치의 필요성을 각각 따진다. 대법원이 공장 진입로의 포장과 하수 시설을 구분하여 심리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2002다53469).
경계 부근에서 건물이나 담을 짓거나 수리하기 위해 이웃 토지의 사용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별도 규정이 있다. 그 규정은 필요한 범위의 사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이웃의 승낙 없이는 주거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정한다. 관로가 지나가는 토지를 이용하는 문제와 건축·수리 작업을 위해 이웃의 토지나 주거에 들어가는 문제는 적용 요건을 구별해야 한다(민법 제216조, 같은 법 제218조).
이웃이 이미 설치한 시설을 함께 써도 되는가?
기존 시설도 법정 요건을 갖추면 함께 사용할 수 있지만, 새 관로를 이웃 토지에 설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사용권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토지소유자가 자기 땅의 물을 소통하기 위해 이웃 토지소유자의 공작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익을 받는 비율로 설치와 보존 비용을 분담한다(민법 제218조, 같은 법 제227조).
공공하수도에 연결하는 배수설비에는 별도 규정이 적용된다. 하수도법 제27조에 따라 배수설비를 설치·관리하는 자가 타인의 토지나 배수설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공공하수도로 유입시키기 곤란하거나 관리할 수 없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추면 타인의 토지에 배수설비를 설치하거나 타인이 설치한 배수설비를 사용할 수 있다(하수도법 제29조 제1항).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려는 경우에는 소유자나 이해관계인과 미리 협의하고, 사용으로 생긴 손실을 상당히 보상해야 한다. 타인의 배수설비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익을 받는 비율에 따라 설치 또는 관리 비용을 분담한다. 토지 사용과 시설 사용이 함께 이루어지면 각각의 비용 규정을 확인한다(하수도법 제29조 제2항·제3항).
단순히 자기 시설을 만드는 데 비용이 더 든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의 기존 시설에 대한 공동사용권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이웃의 송전선을 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린관계 규정을 유추하여 공동사용을 요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는 민법 제218조의 명문상 과다비용 요건과, 그 요건을 벗어난 단순한 비용 절감을 구별하는 판단이다(민법 제218조, 2010다103086 이유 1.나).
확인할 사항은 무엇인가?
시설의 필요성과 설치 방법, 권리 증명 방법, 설치 후 비용 문제를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민법 제218조, 2015다247325).
- 다른 토지를 통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는가, 그 비용이 과다한가?(민법 제218조 제1항)
- 이웃의 손해가 가장 적은 경로와 공법이며, 손해보상 요청이 있는가?(민법 제218조 제1항)
- 제출을 요구받은 동의서가 권리 증명 자료인지, 시설권 확인판결로 증명할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했는가?(2015다247325)
- 기존 시설의 범위와 설치 후 사정변경에 따른 변경 청구를 구별했는가?(2002다53469, 민법 제218조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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