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 해석은 적용할 법령 문언의 의미와 적용 범위를 확정하는 일이다. 가능한 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전체 법질서와 다른 법령의 관계를 추가로 살핀다(2006다81035). 뒤의 판결도 이 법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사안에 적용한다(2010다81254).
쉽게 말하면 — 조문 한 문장만 떼어 읽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뜻으로 쓰였는지, 왜 만들어졌는지, 다른 조문과 충돌하지 않는지를 함께 봅니다. 그렇다고 없는 예외를 목적만으로 덧붙이지는 않습니다. 비어 있는 자리에 비슷한 조문을 가져오는 일은 따로 조건이 있습니다.
법률 해석과 계약 해석은 어떻게 다른가?
법률의 해석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객관적 규범의 의미를 정한다. 계약 해석은 구체적인 당사자들이 한 의사표시의 뜻을 확정한다. 계약서의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투는 문제와 그 계약에 적용되는 법률 조문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서로 다른 단계다.
법률에 정의규정이 있으면 먼저 그 정의에 따른다. 정의가 없으면 문언의 통상적 의미뿐 아니라 같은 법에서 그 용어가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체계적·논리적으로 파악한다(2023다226866). 이 판결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직원”을 해석한 사건이므로, 대표이사와 사내이사가 언제나 모든 법률의 직원에서 제외된다는 뜻은 아니다.
무엇을 함께 살펴야 하나?
아래는 점검 항목이지 대법원이 정한 고정된 순서는 아니다. 적용할 조문을 정하는 일과 그 조문의 뜻을 읽는 일도 구별해야 한다.
- 적용법 확정: 행위·법률관계의 발생시점과 법률효과가 문제 되는 시점의 조문을 함께 확인하고, 각 개정법 부칙의 시행일·적용례·경과조치에 따라 적용법을 정한다. 형사에서는 범죄의 성립과 처벌을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형법 제1조 제1항, 헌법 제13조 제1항).
- 통상적 의미 확인: 정의규정이 없으면 문언의 보통 의미를 본다.
- 조문 체계 대조: 해당 조문의 다른 항, 인접 조문,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확인한다.
- 목적과 연혁 확인: 입법 목적과 제·개정 이유를 살핀다.
- 전체 법질서와 조화: 헌법과 다른 법률에 모순되지 않는 해석인지 점검한다.
이 요소들은 문언을 버리고 결과만 고르는 허가가 아니다.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되 가능한 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고 밝혔다(2006다81035 판결요지 [1]). 법률의 문언이 비교적 명확한 개념으로 되어 있으면 원칙적으로 다른 해석방법은 쓸 필요가 없거나 제한된다. 입법 취지와 목적을 앞세워 문언의 통상적 의미와 다르게 읽으려 해도 같은 법률의 다른 규정, 다른 법률과의 체계적 관련성, 전체 법체계와의 조화를 무시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같은 판결요지).
해석의 허용 범위는 법 분야에 따라 달라진다.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 정해야 하므로(헌법 제12조 제1항 후단) 형벌법규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2014도6992). 조세의 종목과 세율도 법률로 정하므로(헌법 제59조) 과세요건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유추할 수 없다(2013두1041). 침익적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하고, 처분 상대방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 입법 취지를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전적으로 배제되지는 않지만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날 수 없다(2007두13791 판결요지 [2]).
문언에 없는 예외·공백은 어떻게 다루나?
이미 있는 조문에 목적만으로 예외를 읽는 것은 해석의 한계를 넘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북한주민의 상속회복청구 제척기간 사건에서 법체계와 입법 목적을 살피면서도 법문에 없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2014다46648). 이 결론은 해당 상속 특례와 당시 법에 관한 것이지만, 목적만으로 새 예외를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보여준다.
이와 달리 유추적용은 규율 공백을 메우는 작업이다. 민사에서는 명문 규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침묵이 입법자의 결단이면 법률의 흠결이 아니다. 흠결이 인정되고 규율된 사안과 규율되지 않은 사안 사이에 공통점·유사성이 있으며 법체계와 입법 의도·목적에 비추어 정당할 때에만 유추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 규정(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위약벌에 유추할 수 없다고 보았다(2018다248855 판결요지 [2]). 다수의견은 민법 제398조 제4항이 손해배상액의 예정 외의 위약금이 있음을 전제하면서 같은 조 제2항은 예정에 대해서만 감액을 인정한다고 읽었다. 반대의견은 논거를 이렇게 쌓았다. 위약벌도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함께 위약금의 일종이고 두 제도의 기능이 유사하다. 그런데도 약정의 형식이나 해석 결과에 따라 감액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존 판례가 감액을 부정하는 대신 민법 제103조의 효력 통제로 비슷한 결론에 이르려는 것은 불필요한 우회이고, 그 통제는 극히 예외적으로 일부 무효만 인정해 공평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을 위약벌에 유추적용해 감액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공평의 관념에 맞는다는 것이다(같은 판결). 물권의 종류와 내용은 법률이나 관습법으로만 정하므로(민법 제185조, 물권법정주의) 유추로 새 물권을 만들 수는 없다.
법률이 없으면 관습법과 조리를 어떻게 적용하나?
민사에 법률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도 없으면 조리에 따른다(민법 제1조). 관습법이 되려면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긴 규범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않고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거듭된 관행이라도 관습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2001다48781 다수의견). 한편 일단 관습법으로 승인된 규범이라도 구성원들이 그 법적 구속력에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거나 사회의 기본 이념·질서 변화로 적용 시점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면 효력이 부정된다(2002다1178 판결요지 [2]). 관습법의 효력이 부정된 자리는 조리로 채운다. 같은 판결의 다수의견은 성년 남자만 종원으로 하는 관습법의 효력을 부정한 뒤, 종중의 목적과 본질에 비추어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후손은 성별의 구별 없이 성년이 되면 당연히 그 구성원이 된다고 보는 것이 조리에 합당하다고 했다(판결요지 [4] 다수의견). 이는 법률의 공백을 확인한 뒤 적용할 규범의 순서를 정한 것이지, 명문 규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조리로 바꾸어 적용하라는 뜻은 아니다.
판례를 읽을 때 무엇을 구별해야 하나?
- 일반 법리와 사안 결론을 구별한다. 2010다81254의 해석방법은 일반 법리지만, 농지 임대차의 기간이 갱신된다는 결론은 그 법령과 사안에 한정된다.
- 다수의견과 별개의견·반대의견·보충의견을 구별한다. 개별 의견을 법정의견처럼 인용하면 판시범위가 달라진다.
- 구법과 현행법을 구별한다. 오래된 판결의 방법론이 유효해도 해당 조문이 개정되면 구체적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 정의규정과 일상어를 구별한다. 같은 말도 법률이 별도로 정의하면 그 정의가 우선한다. 정의규정이 없을 때 같은 법의 다른 조문에서 뜻을 찾은 예가 2023다226866이다.
- 판결이유와 방론을 구별한다. 결론에 필요한 판단만 선례가 되고, 덧붙인 언급은 그 사건의 판시범위 밖이다.
- 전원합의체 판결과 소부 판결을 구별한다. 종전 판례의 변경은 전원합의체에서만 한다.
- 판례 변경 이력을 확인한다. 변경되거나 폐기된 판결을 유효한 것처럼 인용하지 않는다. 2001다48781은 상속회복청구권이 20년 관습으로 소멸한다고 본 종전 판결들을 변경했다. 변경된 판례의 시적 효력은 별개의 문제다. 2002다1178은 종중 구성원의 자격에 관한 대법원의 견해를 변경하면서 그 적용 범위도 밝혔다. 변경된 견해를 소급하여 적용하면 종래 대법원판례를 신뢰하여 형성된 법률관계가 흔들리므로 원칙적으로 소급 적용하지 않고, 종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그 사건 청구에 한하여 변경된 견해가 소급하여 적용된다(판결요지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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