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문언과 다른 의사합치

당사자들이 계약서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의사를 합치했다면 그 합의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른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과, 계약 조항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구별한다. 합의 여부를 증명하고, 뜻이 다투어지면 문언·체결경위·목적·진정한 의사·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해석한다(2023다237514 판결요지 [2], 2025다210104 이유 3. 가.).

쉽게 말하면 — 계약서에 적힌 말과 서로 실제로 약속한 내용이 다르다면, 두 사람이 무엇에 합의했는지를 확인합니다. 한쪽이 속으로만 다르게 생각했다는 주장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계약을 맺기 전 주고받은 자료, 돈을 지급한 방식, 계약 목적과 다른 조항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2025다210104 이유 3. 가.).

계약서에 적힌 말보다 실제 합의가 우선할 수 있나?

쌍방 당사자의 의사가 계약서 문언과 다른 내용으로 합치했다면 그 의사에 따라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해석한다. 계약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계약서의 문언이 해석의 출발점이지만, 형식적인 문구에만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의사를 탐구한다(2025다210104 판결요지 [1]·이유 3. 가.).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매매에서 목적물의 지번을 잘못 적은 경우다. 쌍방 당사자가 모두 특정한 갑 토지를 매매 목적물로 삼았는데 지번 착오로 계약서에 별개의 을 토지를 적었다면, 갑 토지에 관한 의사합치가 있는 이상 매매는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다. 을 토지에 관하여 그 매매를 원인으로 마친 매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원인 없이 마친 것으로서 무효다(93다2629 판결요지). 이 법리는 착오를 이유로 의사표시를 취소하는 문제(민법 제109조)와는 별개다.

그 사건은 국가가 소외인에게 불하한 토지를 전전 취득한 원고가 그 위 건물 소유자인 피고에게 철거를 구한 사건이다. 원고는 불하 당시 목적물에 착오가 있었더라도 동기나 목적물 동일성에 관한 착오에 불과해 매매 효력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 토지가 불하 매매의 목적물이 아니어서 등기가 원인무효라는 피고 주장을 가볍게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 취지를 석명하고 매매 당시 점유관계 등을 심리했어야 한다며, 목적물 특정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미진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93다2629 이유 1.~4.).

핵심은 서로 같은 내용으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한쪽이 혼자 예상한 이익이나 주장하는 해석을 상대방도 받아들였다는 사실과 구별해야 한다. 계약 당사자가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법령 규정과 다른 의사를 표시했다면 그 의사에 따른다는 임의규정의 원칙도 함께 확인한다(민법 제105조). 계약의 합의를 해석하는 문제와 강행규정 때문에 효력이 제한되는 문제는 별개다.

실제 합의가 다투어지면 무엇을 종합해서 보나?

계약의 형식과 내용뿐 아니라 체결 동기·경위,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관행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한다. 논리·경험 법칙과 사회일반의 상식·거래의 통념도 판단 기준이다(2025다210104 이유 3. 가.). 한 문장의 단어만 떼어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보다는 계약 전체의 역할과 체결 과정을 연결해야 한다.

판례가 실제로 따진 사정과 기준을 보면 이 기준이 더 구체적이다.

  • 근저당권설정계약서는 처분문서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금융기관 등이 일반거래약관 형태로 일률적으로 부동문자로 인쇄해 두고 쓰는 계약서에 피담보채무를 모든 채무로 포괄해 적은 경우가 있다. 체결 경위, 거래 관행, 각 채무액과 채권최고액의 관계, 다른 채무의 별도 담보 확보 여부 등에 비추어 문언대로 해석하면 오히려 거래 관례에 어긋나고, 당사자 의사가 특정한 계속적 거래나 일정한 종류의 거래에서 생기는 채무만 담보하려는 취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런 때에는 그 포괄 기재는 예문에 불과하므로 구체적인 당사자의 의사로 피담보채무의 범위를 정한다(97다22768 판결요지 [1]).
  • 반대로 배우자를 대리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배우자 명의로 예금계약을 맺은 사람이 내세운 자금 출연 경위, 거래인감·비밀번호의 등록·관리, 예금 인출 상황은 두 사람 사이의 내부적 법률관계에 불과하다. 이런 사정만으로 금융기관과 출연자 사이에 출연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하는 묵시적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2008다45828 판결요지 [2]).
  • 처분문서 문언의 객관적 의미가 명확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 의사표시를 인정한다. 문언과 달리 해석해 당사자 사이의 법률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한다(2022다279733 판결요지 [2]).

문구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다툴 때는 누가 언제 어떤 변경을 제안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수락했는지 연결한다. 계약의 형식·내용·경위·목적과 실제 의사를 함께 보라는 해석 기준에 따른 준비 방법이다(2025다210104 이유 3. 가.).

진짜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다르게 약정했다고 주장하려면?

진정성립이 인정된 처분문서는 반증이 없는 한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있는 사실이 인정되면 기재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2023다237514 판결요지 [2]·이유 1. 나.). 처분문서는 계약서처럼 그 문서 자체로 법률행위를 한 문서를 말하며, 진정성립과 작성명의인·대리인의 서명·날인에 관한 증명 문제는 처분문서와 보고문서에서 설명한다.

따라서 계약서와 다르게 약정했다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막연한 내심이 아니라 쌍방이 다른 내용에 합의한 자료나 사정을 제시해야 한다. 명시적인 부속약정이 있는지, 묵시적인 합의를 보여 주는 사정이 있는지를 구별하여 정리한다. 이는 기재와 다른 약정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시를 증거 준비에 적용한 설명이다(2023다237514 판결요지 [2]).

금융실명법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작성된 예금계약서라면, 문언과 다른 당사자 합의를 인정하는 기준이 특히 엄격하다. 본인인 예금명의자의 의사에 따라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한 예금계약서가 작성된 경우를 보자. 이때 출연자를 예금계약의 당사자로 보려면, 금융기관과 출연자 사이에 예금명의자와의 계약을 부정하고 출연자에게 예금반환청구권을 귀속시키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그 합치는 예금계약서의 증명력을 번복할 만큼 명확한 증명력을 가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로 매우 엄격하게 인정한다(2008다45828 판결요지 [1] 다수의견).

계약의 다른 조항도 함께 읽어야 하나?

함께 읽어야 한다. 특정 조항의 뜻을 계약의 구조·체계와 다른 조항의 문언에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2025다210104 이유 3. 다. 1)·4)). 2025다210104 사건은 문언과 다른 합의가 인정된 사건이 아니라, 불명확한 손실보전 조항을 계약 전체로 해석한 사건이다.

그 사건의 계약 제4조 제7항은 매매손실과 전산장애 손실을 보전하되 제공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경우라고 금융회사가 인정하면 예외로 했고, 제10항은 전산장애 손실을 시스템의 직접적인 결함으로 인한 장애와 제공자의 고의·과실로 인한 손실로 정의했다(2025다210104 이유 1. 가. 3)). 대법원은 이 문언 차이를 고려하면 매매손실의 보전에 제공자의 귀책사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또 담보로 제공된 계좌에 원래 담보주식과 새로 매입한 주식이 모두 들어 있고 계약서 등에서 둘을 구분하지 않았으므로, 원래 담보주식의 가치 하락 손실만 보전 대상에서 뺄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2025다210104 이유 3. 다. 1)·2)·4)). 대법원은 원심의 금융회사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으며, 보전 대상인지와 반환의무는 환송심에서 다시 판단된다(2025다210104 이유 3. 다.·5., 주문).

문언 해석과 계약의 빈칸을 보충하는 것은 같은가?

이미 합의한 내용의 뜻을 확인하는 해석과,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않은 공백을 보충하는 해석은 구별한다. 전자는 실제 합치된 의사를 확인하는 질문이다(2025다210104 이유 3. 가.). 후자는 계약의 전제나 기초가 되는 사항에 관해 구체적 약정이 없어 계약 목적·거래관행·적용법규·신의칙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추인되는 정당한 이익조정 의사로 보충하는 질문이다(2023다206138 판결요지 [3], 계약의 보충적 해석). 어떤 문구에 실제로 합의했는지가 다투어지는데 곧바로 공평해 보이는 새 조건을 만들어 넣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고 임의규정과 다른 사실인 관습이 있다면 그 관습에 따른다는 조문도 있다(민법 제106조). 따라서 거래관행이 있다는 주장에서는 그 내용과 적용 사정부터 확인한다. 관습이라는 이름만으로 쌍방의 명확한 합의를 바꾸는 규정은 아니다(같은 법 제106조).

진짜 계약서인지와 약관 해석도 따로 보아야 하나?

문서가 실제로 작성된 것인지와 그 문언의 의미는 다른 확인 사항이다. 문서의 진정성립과 증명력은 처분문서와 보고문서가 다루고, 계약의 의미는 형식·내용·경위·목적 등을 종합하는 해석 기준에 따라 확인한다(2025다210104 이유 3. 가.). 진짜 계약서라는 이유만으로 해석에 관한 모든 다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리 마련한 약관의 뜻을 해석할 때는 개별적으로 협의한 당사자의 의사와 약관의 객관적 해석을 구별한다. 약관 해석의 원칙은 약관 규제에서, 조합가입 약관의 총약정금을 판단한 구체적 사례는 지역주택조합 위약금의 귀책사유에서 설명한다. 법원의 판단을 준비할 때는 문서의 성립을 부인하는지, 조항의 뜻을 다투는지, 계약 효력 자체를 다투는지 주장부터 구별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계약서 문언과 다르게 합의했다고 주장할 때는 다른 명시적·묵시적 약정이 인정될 자료와 상대방의 합의 자료를 연결한다(2023다237514 판결요지 [2]).
  • 특정 문구뿐 아니라 계약 목적과 체결경위, 본문·단서·다른 책임 조항을 함께 대조한다(2025다210104 이유 3. 가.·다.).
  • 거래관행을 주장할 때는 실제 내용과 적용 사정을 확인하고 당사자 의사의 명확성도 구별한다(민법 제106조).
  • 문서가 진짜인지, 조항을 어떻게 읽는지, 효력 자체를 다투는지를 나누어 증거와 주장을 정리한다(처분문서와 보고문서, 2025다210104 이유 3.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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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10월 9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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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