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그 상가에서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2024다305605). 임대인이 그런 거절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임차인은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2018다284226).
쉽게 말하면 가게를 비워 달라는 건물주가 “계약이 끝나면 내가 직접 장사할 테니 새 세입자는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그 말만으로는 새 세입자를 거절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건물주가 이렇게 분명히 거절했다면 세입자가 새 사람을 실제로 데려오지 않았어도 권리금을 받지 못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절이 확정적이었는지는 계약이 끝날 무렵 두 사람의 말과 행동을 모두 보고 판단합니다.
임대인이 직접 장사하겠다는 이유로 신규임차인을 거절할 수 있나?
그 이유만으로는 거절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은 「임대인이 스스로 영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한 것에는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2024다305605 판결요지 [1]).
임대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제4호는 「그 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다(같은 항 제4호). 다만 같은 법 제10조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3기 차임액 연체, 무단 전대 등)가 있는 경우에는 이 보호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제10조의4 제1항 단서).
판결은 근거를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라고만 밝혔다(2024다305605 이유 2.나.1)). 권리금 규정의 취지는 임차인이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한 지명도·신용 같은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막는 데 있다고 설명됐다(2018다284226, 2018. 10. 16. 개정 전 법 사안).
같은 결론은 구법 사안에서 먼저 나왔다. 직접 샌드위치 가게를 하겠다며 권리금계약(5,000만 원)이 체결된 신규임차인을 거절한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2018다252441, 2018. 10. 16. 개정 전 법). 새마을금고 지점 이전의 공익적 필요를 들어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원심도, 스스로 사업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파기됐다(2020다240175, 2015. 5. 13. 개정된 당시 법).
1년 6개월 비영리 사용과는 어떻게 다른가?
직접 장사하겠다는 계획은 건물을 영리목적으로 쓰겠다는 것이어서,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쓰지 않은 경우를 정한 제2항 제3호와 내용이 다르다. 제2항은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제1항 제4호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제3호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2항 제3호). 나머지 호는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자력 없음(제1호), 의무 위반 우려 등(제2호), 임대인이 선택한 신규임차인이 권리금을 지급한 경우(제4호)다(같은 항).
직접영업 계획을 다룬 판결들의 이유에는 제2항 제3호와 비교한 대목이 없다(2024다305605 · 2020다240175 · 2018다252441). 판결은 직접영업 계획이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제10조의4의 문언과 내용, 입법 취지에서 끌어냈을 뿐, 제3호의 해석을 근거로 삼지 않았다.
제2항 전체의 취지는 구법 사안에서 「임대인으로 하여금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그 계약 체결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여 임대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설명됐다(2017다225312). 제3호의 1년 6개월은 임대차 종료 후의 기간이다. 정당한 사유가 되려면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시 그 사유를 들어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고, 실제로도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2019다285257, 2018. 10. 16. 개정 전 법 사안; 2021다272346). 다른 사유로 거절한 후 사후적으로 1년 6개월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2019다285257). 그래서 직접 장사하겠다며 거절한 임대인이 나중에 건물을 비워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제3호의 정당한 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신규임차인을 실제로 데려오지 않아도 배상받을 수 있나?
원칙적으로는 주선이 있어야 하지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실제 주선이 없어도 청구할 수 있다. 판례는 손해배상을 구하려면 「원칙적으로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를 주선하였어야 한다」고 했다(2018다284226 판결요지 [1]). 그러나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누구를 주선하더라도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했다면, 그때까지 주선을 요구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위를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고 했다(같은 판결).
「이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임차인이 실제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거절행위는 제10조의4 제1항 제4호의 거절행위에 해당하고, 임차인은 같은 조 제3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2018다284226 판결요지 [1]). 확정적 표시가 있었는지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될 무렵 신규임차인의 주선과 관련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이를 둘러싼 구체적인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하여야 한다」(2024다305605 판결요지 [2]).
이 법리를 밝힌 2018다284226 사건도 직접 사용 계획이 문제였다. 임대인이 상가를 더 임대하지 않고 아들에게 커피전문점으로 쓰게 하겠다고 말하자, 임차인이 신규임차인과 계약해 주거나 직접 운영할 계획이면 그 뜻을 밝혀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임대인은 인도받은 후 직접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2018다284226). 임차인은 신규임차인 물색을 중단하고 만료일에 상가를 인도했는데, 대법원은 임대인이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실제로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다(같은 판결). 이 사건은 보호기간을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부터로 정하던 2018. 10. 16. 개정 전 법이 적용됐다(2018다284226 이유 1.).
2024다305605 사건에서는 무엇이 확정적 거절로 인정됐나?
임대차 종료 약 10개월 전부터 계약 종료 뒤에는 신규임차인과 계약하지 않고 직접 이용하겠다고 밝힌 임대인의 언행이 주선 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것으로 인정됐다(2024다305605). 이 판단은 원심을 파기·환송한 사례이고, 반소 부분은 환송 뒤 원심이 다시 심리한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건물을 매수해 공동 임대인이 된 두 사람은 2012년부터 식육점을 운영하던 임차인에게 2023. 5. 1.경부터 재건축 필요성 등을 이유로 해지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2023. 5. 22. 건물 인도 소송을 냈다(2024다305605). 임차인이 2023. 12. 29. 권리금 5,000만 원을 받기로 한 새로운 임차인이 있으니 그 사람과 계약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자, 임대인들은 2024. 1. 11. 육계 도소매업을 운영하기 위해 건물을 인도받아야 한다는 손해배상청구예정통지서를 보냈고, 임차인의 반소 뒤에도 답변서·참고서면에서 같은 주장을 거듭했다(같은 판결).
원심은 임대차가 2024. 3. 7. 종료됐다고 보면서도,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성명·직업·자력 같은 구체적 인적사항을 제시하지 않아 주선이 없었고 임대인의 확정적 거절 표시도 보기 어렵다며 반소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했다(2024다305605). 대법원은 직접 육계 도소매업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거절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고, 임대인들이 주선 거절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으므로 임차인은 실제로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같은 판결 이유 2.나.2)).
배상은 얼마까지, 언제까지 청구하나?
배상액은 약정 권리금과 종료 당시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이 한도이고, 청구는 임대차 종료일부터 3년 안에 해야 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3항·제4항). 제3항은 손해배상액이 「신규임차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권리금과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 중 낮은 금액을 넘지 못한다」고 하고, 제4항은 그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한다고 정한다(같은 조). 한도 산정, 소송과 분쟁조정 절차는 권리금 회수방해 손해배상 청구에서 다룬다.
실무 체크포인트
- 거절 의사를 기록으로 남긴다. 확정적 표시인지는 임대차 종료 무렵 신규임차인 주선과 관련한 양쪽의 언행과 태도,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하므로, 임대인의 직접 사용 의사가 담긴 문자·내용증명·통지서·소송 서면을 보관한다(2024다305605 판결요지 [2]).
- 임대인의 뜻을 서면으로 묻는다. 2018다284226 사건의 임차인은 신규임차인과 계약해 주거나 직접 운영할 계획이면 그 뜻을 밝혀 달라고 내용증명으로 물었고, 임대인의 직접 사용 답변이 확정적 거절로 인정됐다(2018다284226).
- 주선이 원칙이다. 확정적 표시가 인정되지 않으면 주선이 있어야 하고, 2024다305605 사건은 원심과 대법원이 확정적 표시 여부를 다르게 판단했다(2024다305605).
- 신규임차인 정보를 제공한다. 임차인은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의 보증금 및 차임을 지급할 자력 또는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할 의사 및 능력에 관하여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임대인에게 제공하여야 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5항).
- 보호기간과 적용 제외를 확인한다. 방해 금지는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임대차 종료 시까지의 행위에 걸리고(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1항), 대규모점포·준대규모점포의 일부(전통시장 제외)이거나 국유·공유재산인 상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같은 법 제10조의5).
- 3년 시효를 넘기지 않는다. 청구권은 임대차가 종료한 날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의4 제4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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