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물납은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기 어려운 일정한 경우에, 상속재산인 부동산·유가증권 또는 문화유산 등으로 납부하도록 허가받는 제도다. 일반 물납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가 정하고, 문화유산 등에 대한 물납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의2가 별도로 정한다. 물납은 납세의무자의 권리처럼 자동으로 성립하지 않고, 신청과 허가가 필요하다. 대법원도 물납제도를 조세의 현금납부원칙에 대한 예외로 본다(2010두19942).
쉽게 말하면 — 상속세를 돈으로 바로 내기 어려울 때,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부동산이나 유가증권 같은 재산으로 세금을 내게 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입니다. 신청한다고 항상 받아 주는 것은 아니고, 세무서장이 관리·처분 가능성까지 보고 허가합니다.
요건
일반 물납은 세 요건을 모두 갖추고 신청해야 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 제1항). ① 상속재산(상속인·수유자가 받은 사전증여재산 포함) 중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할 것, ②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할 것, ③ 상속세 납부세액이 상속재산가액 중 금융재산(금전과 예금·적금·보험금 등, 사전증여재산 제외)의 가액을 초과할 것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3조 제5항). 요건을 갖춰도 물납 재산의 관리·처분이 부적당하면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 제1항 단서).
물납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물납신청을 하면서 그 세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세 부과 대상이 된다(97누12853, 구 상속세법 사안). 물납을 신청했다는 사정만으로 납부의무가 미뤄지지 않는다.
물납은 “현금이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상속재산이 부동산·주식 위주이고, 세금이 2천만원을 넘고, 예금·보험금 같은 금융재산으로는 세금을 다 못 내는 경우라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요건이 안 되는데 물납만 신청해 두고 세금을 안 내면 가산세가 붙습니다.
물납할 수 있는 재산과 순서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재산은 국내에 있는 부동산과 국채·공채·주권 등 유가증권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4조 제1항). 거래소 상장 유가증권은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처분이 제한된 경우는 가능하고, 비상장주식도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다른 상속재산이 없거나 그것만으로 부족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같은 항 제2호). 충당 순서도 법정돼 있다: ① 국채·공채 → ② 처분제한 상장 유가증권 → ③ 국내 부동산 → ④ 그 밖의 유가증권 → ⑤ 비상장주식 → ⑥ 상속인이 거주하는 주택과 부수토지의 순서로 신청·허가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
아무 재산이나 골라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라가 받았을 때 팔기 쉬운 재산부터 내도록 순서가 정해져 있고, 비상장주식이나 살고 있는 집은 맨 뒤 순위입니다.
물납 한도
물납을 신청할 수 있는 세액에는 한도가 있다.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부동산·유가증권 가액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과, 납부세액에서 금융재산(금융회사 채무 차감)과 상장 유가증권 가액을 뺀 금액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할 수 없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3조 제1항). 비상장주식으로 물납할 수 있는 세액은 납부세액에서 비상장주식과 거주 주택·부수토지를 뺀 과세가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다시 제한된다(같은 조 제4항).
대법원은 이 한도 규정이 모법의 위임에 근거한 유효한 규정이라고 보았다(2010두19942). 한도를 초과한 물납은 한도에 맞춰 분할할 수 없는 ‘적합한 가액의 물건이 없을 때'(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3조 제2항)에만 허가할 수 있고, 1주 단위로 나눌 수 있는 비상장주식은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2010두19942).
물납은 연부연납과 별개 제도다.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면 담보를 제공하고 세금을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으므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 현금이 부족한 사안에서는 두 제도를 함께 검토한다. 대법원이 한도를 초과한 물납을 좁게 허용하는 근거 중 하나도 물납과 별도로 연부연납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2010두19942). 연부연납 중인 세액은 첫 회분 분납세액에 한해 물납으로 돌릴 수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2항).
세금 전부를 재산으로 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금융재산과 상장주식으로 낼 수 있는 부분은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만 물납이 됩니다. 주식처럼 쪼갤 수 있는 재산은 “쪼개서 한도에 맞추라”는 것이 판례입니다. 현금이 부족하면 세금을 몇 년에 나눠 내는 연부연납도 있으니 물납과 함께 따져 봅니다.
관리·처분 부적당 재산
세무서장은 물납신청 재산이 관리·처분상 부적당하면 허가하지 않거나 다른 재산으로 변경을 명할 수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부동산은 지상권·지역권·전세권·저당권 등이 설정된 경우, 토지와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다른 경우, 토지 일부에 묘지가 있는 경우 등이고, 유가증권은 발행회사의 폐업·해산사유·회생절차, 결손금 발생, 감사보고서 미작성 등이다(같은 항). 변경명령을 받으면 통보일부터 20일(국외 주소자 3개월) 안에 다른 재산으로 다시 신청해야 하고, 그 기간을 넘기면 물납신청 자체가 효력을 잃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2조).
물납 불허가 재량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은 신청 재산이 관리·처분상 부적당하고 다른 물납 대상 재산도 없으면 거부할 수 있지만, 부적당하다고 할 수 없는데도 거부하면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보았다(2003두2564).
근저당이 잡혀 있거나 남의 건물이 서 있는 땅, 묘지가 있는 땅은 나라가 받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문제 없는 재산인데도 세무서가 거부하면 그 거부처분을 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신청·허가 절차
물납은 상속세 과세표준신고(수정신고·기한 후 신고 포함)와 함께 신청하고, 과세표준·세액의 결정통지를 받은 경우에는 납부고지서의 납부기한까지 신청할 수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1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67조 제1항 준용). 연부연납 중인 세액은 첫 회분 분납세액(중소기업자는 5회분)에 한정해 분납기한 30일 전까지 물납을 신청할 수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2항).
세무서장은 신고와 함께 신청받은 경우 법정결정기한(상속세 신고기한부터 9개월) 안에, 고지 후 신청받은 경우 납부기한 지난 날부터 14일 안에 허가 여부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3항,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67조 제2항 준용). 재산 평가에 시간이 걸리면 1회 30일 안에서 연장할 수 있고, 기한까지 통지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본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3항). 다만 신청 재산이 사권 설정 등으로 국유재산으로 취득할 수 없는 재산이면(국유재산법 제11조) 이 허가 간주는 적용되지 않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0조 제4항). 허가하면 30일 이내의 수납일을 지정하고, 재산 분할 등으로 수납이 어려우면 1회만 20일 안에서 수납일을 다시 지정할 수 있으며, 수납일까지 수납되지 않으면 허가는 효력을 잃는다(같은 조 제5항·제6항).
물납 신청은 상속세 신고할 때 같이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기한 안에 세무서가 아무 답을 주지 않으면 허가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저당권이 잡혀 있는 것처럼 나라가 애초에 취득할 수 없는 재산은 답이 없어도 허가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수납가액과 등기 문제
물납 재산의 수납가액은 원칙적으로 상속재산의 가액, 즉 상속세를 매길 때 평가한 그 가액이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5조 제1항). 예외로 주식 발행법인의 신주발행·감자가 있으면 산식에 따라 조정하고, 연부연납 기간 중 물납하는 재산과 정당한 사유 없이 가액이 30% 이상 하락한 유가증권은 물납허가통지서 발송일 전일 기준으로 다시 평가한다(같은 항). 대법원은 과세 당시 평가액이 물납할 때의 가액보다 높았다는 사정만으로 평가 규정이 재산권 보장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2007두8652).
부동산으로 물납하려면 등기명의와 권리관계도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대법원은 상속세 물납으로 국가 앞으로 등기되었더라도, 납세의무자 명의의 등기가 원인무효이면 국가 명의 등기도 유효해질 수 없다고 보았다(95다34514).
재산을 얼마로 쳐서 받아 주는지는 원칙적으로 상속세 계산 때의 평가액입니다. 물납할 때 시세가 떨어져 있어도 그 차이는 원칙적으로 납세자 부담입니다.
문화유산 등 물납
상속재산에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이 포함된 경우에는 별도의 물납 절차가 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의2). 요건은 납부세액 2천만원 초과와 납부세액이 금융재산을 초과할 것 두 가지다(같은 조 제1항). 일반 물납과 달리 부동산·유가증권 가액이 상속재산의 2분의 1을 넘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 절차도 다르다 — 세무서장이 신청 내역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통보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인정해 물납을 요청하면, 국고 손실 위험이 크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가한다(같은 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 물납 신청 세액은 물납에 충당할 수 있는 문화유산 등의 가액에 대한 상속세 납부세액을 초과할 수 없다(같은 조 제5항).
그림이나 문화재로 상속세를 내는 길도 있습니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치를 인정해 요청해야 하는 별도 절차라서, 일반 부동산 물납과는 다르게 진행됩니다.
실무 체크포인트
- 상속세 납부세액이 2천만원을 초과하는지, 부동산·유가증권 가액이 상속재산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지, 금융재산으로 납부가 안 되는 구조인지 세 요건을 함께 확인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 제1항).
- 물납 한도를 먼저 계산한다. 금융재산과 상장주식 상당 세액은 물납이 안 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3조 제1항).
- 물납 대상 재산의 충당 순서를 확인한다. 비상장주식·거주 주택은 후순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4조 제2항).
- 물납 예정 부동산은 등기부로 저당권 등 제한물권, 토지·건물 소유 일치, 묘지 유무를 점검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1조 제1항).
- 변경명령을 받으면 20일 안에 대체 재산으로 재신청한다. 넘기면 신청 효력이 없어진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72조).
- 요건 미달이 예상되면 물납신청에 기대지 말고 납부·연부연납(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1조)을 병행 검토한다. 요건 미달 신청 후 미납은 가산세 대상이다(97누12853).
- 문화유산·미술품은 일반 물납이 아니라 문화유산 등 물납 절차 적용 여부를 따로 검토한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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