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의 분묘도 토지 소유자의 승낙, 이장 특약 없는 내 땅 양도, 2001. 1. 13. 이전 설치 뒤 20년간 평온·공연한 점유 중 하나면 분묘기지권으로 지킬 수 있다(2017다271834, 2013다17292). 다만 지료를 내야 할 수 있고, 내 땅 양도로 생긴 경우 확정된 지료를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 기간 미뤄 2년분 이상 밀리면 소멸청구를 받을 수 있다(2017다228007).
쉽게 말하면 — 1990년에 할아버지 묘를 이웃 산에 주인 허락 없이 모시고 봉분을 지키며 20년 넘게 평온·공연하게 점유했다면 그 묘를 지킬 권리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2013다17292). 산을 새로 산 사람이 묘를 옮기라고 해도 거절할 수 있지만, 땅 사용료를 청구하면 그날부터는 내야 합니다(2017다228007).
분묘기지권은 어떤 권리인가?
분묘기지권은 남의 땅에 있는 분묘를 지키고 제사를 지내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그 땅을 쓰고, 토지 소유자나 제3자의 방해를 막을 수 있는 관습상 물권이다(2013다17292). 대법원이 장묘 관습을 근거로 지상권(민법 제279조)과 유사한 물권으로 인정해 온 권리다.
여기서 분묘는 그 안에 사람의 유골·유해·유발 같은 시신을 묻어 죽은 사람을 안장한 장소를 말한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정리하면서, 이미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범위 안이라도 새로운 분묘를 설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2017다228007 다수의견).
제사주재자의 분묘 관리 의무(2018다248626)와 제사용 재산 승계(민법 제1008조의3)는 제사용 재산에서 설명한다.
어떤 경우에 분묘기지권이 생기나?
다음 세 경우 가운데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분묘기지권이 생긴다.
성립하는 세 경우
- 승낙을 받아 설치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분묘의 수호·관리권자에게 분묘 설치를 승낙하면 그 기지에 분묘기지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1]).
- 자기 땅에 설치한 뒤 넘긴 경우: 자기 땅에 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그 땅을 넘기면서(양도하면서)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으면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2]).
- 시효로 취득한 경우: 남의 땅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했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기지를 점유하면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 이 법리는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 현재까지 유지된다(2013다17292 판결요지 다수의견 (다)).
평온·공연은 민법의 점유에서 쓰는 말로, 법률상 용인될 수 없는 강폭행위를 쓰지 않고 숨기지 않고 점유한다는 뜻이다(취득시효). 20년이 차기 전에 토지 소유자는 분묘를 파서 옮기라고(굴이) 하거나 그 점유 부분을 넘겨 달라고 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다(2013다17292 다수의견).
승낙으로 분묘기지권을 가진 사람은 같은 기지에 시효취득을 원인으로 한 분묘기지권을 따로 취득할 여지가 없다(2017다271834).
외형 요건
분묘기지권은 봉분 등 밖에서 분묘가 있음을 알 수 있는 형태를 갖춘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평장되어 있거나 암장되어 있어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외형이 없으면 인정되지 않는다(2013다17292). 평장은 봉분 없이 평평하게, 암장은 남몰래 묻는 것이다. 이런 특성상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 성립한다.
2001. 1. 13. 뒤에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이 시행된 2001. 1. 13. 뒤에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없다(2017다228007 다수의견). 판결이 인용한 장사법 규정에 따르면 그런 분묘의 연고자는 토지 소유자 등에게 토지사용권이나 분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반면 장사법 부칙들은 개장 때 연고자가 대항할 수 없다는 규정 등을 시행 후 설치된 분묘에만 적용하므로, 그 전에 설치한 분묘의 분묘기지권은 존립 근거를 잃지 않는다(2013다17292 판결요지 다수의견 (나)).
땅 주인이 바뀌어도 분묘를 지킬 수 있나?
지킬 수 있다.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도 취득하고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2017다228007 다수의견). 대항할 수 있다는 것은 새 토지 소유자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땅의 소유권을 얻는 것은 아니다. 분묘 점유는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아 민법 제245조 제1항의 소유권 취득시효와 다르고, 시효로 얻는 권리도 남의 땅을 쓰는 제한물권일 뿐이다.
분묘기지권은 언제까지 존속하나?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권리자가 분묘의 수호와 봉사를 계속하며 그 분묘가 존속하고 있는 동안 존속하고, 그런 사정이 있으면 그에 따른다(2013다17292). 이 존속기간에는 민법의 지상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료를 내야 하나?
분묘기지권이 생긴 경우에 따라 지료의 기준과 시점이 다르다. 지료는 남의 땅을 쓰는 대가로 토지 소유자에게 내는 돈이다.
승낙으로 생긴 경우
성립 당시 토지 소유자와 분묘의 수호·관리자가 지료를 낼지, 얼마를 낼지 약정했다면 그 약정의 효력은 토지 승계인에게도 미친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1]).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경매 매수인에게 차임 상당 지료를 인정한 원심 중 약정 여부를 심리하지 않은 승낙 분묘 부분만 파기하고, 자기 땅에 설치한 뒤 넘어간 분묘 부분은 유지했다.
자기 땅에 설치한 뒤 넘긴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분묘기지권이 성립한 때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지료를 낼 의무가 있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2]).
시효로 취득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낼 의무가 있다(2017다228007 판결요지 다수의견).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시효로 취득한 분묘기지권의 지료를 무상으로 본 종전 판례와 성립과 동시에 지료 의무가 생긴다고 본 종전 판례를,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했다.
지료를 내지 않으면 분묘기지권을 잃을 수 있나?
잃을 수 있다. 토지 소유자는 민법 제287조를 유추적용해 분묘기지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2017다228007 다수의견). 다만 다음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 지료에 관한 판결이 확정되었다.
- 그 뒤 분묘기지권자가 책임 있는 사유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료 지급을 지체했다.
- 지체된 지료가 2년분 이상이다(2017다228007 다수의견).
이 법리는 자기 땅에 설치한 뒤 넘긴 경우에 관한 판례다. 다수의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로 취득한 분묘기지권의 지료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실무 체크포인트
- 분묘를 처음 설치한 시점을 확인한다. 승낙 없이 설치한 분묘는 2001. 1. 13. 이전 설치분만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다(2013다17292, 2017다228007).
- 설치 당시 토지 소유자의 승낙과 지료 약정을 보여 줄 자료가 있는지 찾는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1]).
- 내 땅에 분묘를 쓴 뒤 그 땅이 매매·증여 등 계약이나 경매로 넘어갔다면 이장 특약 여부를 확인한다(2017다271834 판결요지 [2]).
- 봉분 등 밖에서 분묘임을 알 수 있는 형태를 유지한다(2013다17292).
- 분묘기지권이 미치는 범위 안이라도 새 분묘를 더 설치하지 않는다(2017다228007).
- 시효로 취득한 분묘라면 지료를 청구받은 날을 기록해 둔다. 그날부터 지료를 낸다(2017다228007).
- 지료 판결이 확정되면 지급을 미루지 않는다(2017다228007, 민법 제287조).
관련
- 개념·해설
- 판례
-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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