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인수는 계약에서 생긴 개별 채권이나 채무뿐 아니라 해제권 등 계약 당사자의 지위 전체를 다른 사람에게 이전하는 합의다. 양도인·양수인·계약에 남는 상대방의 합의로 이루어지며, 일부 당사자가 먼저 합의했다면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 적법한 계약인수 뒤에는 면책을 유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도인이 계약관계에서 빠진다(2009다88303).
쉽게 말하면 — 계약서 속 한쪽 당사자의 자리를 다른 사람이 이어받는 것입니다. 합의에 의한 계약인수에서는 계약에 남는 상대방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이미 생긴 계약상 채권·채무도 배제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함께 넘어갑니다.
채권양도·채무인수와 무엇이 다른가?
계약인수는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넘긴다는 점에서, 개별 채권을 이전하는 채권양도나 개별 채무를 넘기는 채무인수와 구별된다. 매매대금채권만 양도하는 것과 매도인으로서 대금을 받고 목적물을 인도하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지위를 넘기는 것은 이전 대상이 다르다. 계약인수에는 채권·채무의 이전 외에 계약관계에서 생기는 해제권 등도 포함된다(2009다88303).
개별 지명채권양도에서는 양도인의 통지나 채무자의 승낙이 대항요건이 되고, 채무자 이외의 제삼자에 대한 대항에는 확정일자 있는 증서가 요구된다(민법 제450조). 반면 당사자 모두가 관여하여 효력이 생긴 계약인수에서는 채무자 보호를 위한 개별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별도로 갖출 필요가 없다(2020다245958). 다만 계약인수 전에 채권이 압류되었다면, 양수인은 그 압류로 제한된 상태의 채권을 이전받는다(2012다41359).
상대방이 서명하지 않아도 인수가 성립하는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나 승낙은 명시적으로도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으므로, 별도 서명 유무만으로 성립을 정할 수는 없다. 다만 계약인수는 계약 주체를 바꾸는 법률행위이므로 계약의 성질, 거래 동기와 경위, 형식과 내용, 당사자가 이루려는 목적, 거래관행을 살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양도인과 양수인이 인수를 약정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머지 상대방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다(2022다296165).
공사현장의 가설자재가 다른 업체에 넘어간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현장 인수와 별개로 자재 임대차계약을 인수하기로 한 합의와 임대인의 승낙이 있는지를 따졌다. 새로운 임대차 체결을 둘러싼 다툼과 기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청구·정산한 사정 등을 살펴 계약인수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물건을 계속 사용하거나 사업을 이어받았다는 외형만으로 계약 상대방이 바뀌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사례다(2022다296165).
기존 당사자의 책임은 언제 없어지는가?
양도인은 계약인수가 적법하게 이루어지면 원칙적으로 계약관계에서 탈퇴하지만, 상대방이 양도인의 면책을 유보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결론이 달라진다. 따라서 지위 이전에 동의했는지와 기존 당사자의 책임까지 없애기로 했는지는 합의 내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당사자가 빠진다는 것은 그 계약상 권리·의무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양수인에게 이어진다는 뜻이다(2009다88303, 2012다41359).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사업의 권리·의무를 지방공사에 넘기도록 정한 경우에도, 그 조례만으로 수분양자에 대한 기존 지방자치단체의 채무가 면제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수분양자의 승낙을 확인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가 계약관계에서 탈퇴했다고 본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당사자 사이의 내부 승계조치와 계약 상대방에 대한 면책을 구별한 것으로, 계약 상대방의 승낙을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이다(2009다88303).
부동산 매수인이 보증금반환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했다는 약정만으로 종전 임대인을 면책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 채무자와 제삼자가 면책적 채무인수를 약정했더라도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454조 제1항, 2024다215542 이유 3.가2). 임차인의 승낙은 묵시적으로도 가능하지만,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의문인 상황에서는 매매에 협조하거나 양수인에게 반환을 요구한 행동만으로 면책 승낙을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2024다215542 이유 3.나).
인수 전에 생긴 채권·채무도 넘어가는가?
계약관계에서 이미 발생한 채권·채무도 인수 대상에서 배제하는 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양수인에게 이전된다. 앞으로의 계약 이행만 넘기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기존 미수금이나 계약관계에 기초한 손해배상채권을 남겨 두려면 인수 대상과 제외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이 법리는 영업양도에 수반된 계약인수에도 적용된다(2020다245958).
항공권 발권대행 사업을 양도하면서 근로계약을 승계한 사건에서는, 근로자가 종전 회사에서 업무상 취급하던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데 따른 손해배상채권이 문제 됐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근로계약 인수를 승낙한 사정을 확인하고, 근로계약관계에 기초해 이미 발생한 손해배상채권도 배제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전된다고 판단했다. 양도 당시 보유한 현금 등을 제외한다는 약정만으로 그 손해배상채권까지 제외됐다고 볼 수 없어, 양수인의 채권 취득 가능성을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다(2020다245958).
허위광고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도 함께 이전되는가?
수분양자 지위를 이전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종전 수분양자의 허위·과장광고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까지 당연히 취득하지는 않는다. 대법원은 분양계약상 지위에 기초한 권리와 광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구별했다. 종전 수분양자가 그 청구권을 별도로 양도한 사정 등이 없다면, 계약상 지위의 양수인이 곧바로 이를 행사할 수 없다(2015다28968).
다만 양수인 자신도 허위·과장광고를 믿고 실제보다 비싼 대가를 지급해 손해를 입었다면 자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문제 될 수 있다. 대법원은 광고가 문제 된 시점과 양수인이 광고를 믿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보아 관련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따라서 손해배상이라는 이름만 보고 일괄적으로 승계 또는 불승계로 분류하기보다, 앞 절의 근로계약상 손해배상채권처럼 계약관계에 기초한 권리인지, 별도 불법행위로 생긴 권리인지, 양수인 자신의 피해인지를 구별해야 한다(2015다28968, 2020다245958).
압류된 채권도 계약인수로 옮길 수 있는가?
금전채권의 압류는 채무자의 채권 처분과 영수를 금지한다(민사집행법 제227조 제1항). 계약에서 생긴 채권이 압류되어도 그 발생원인인 계약상 지위의 처분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양수인은 압류로 제한된 상태의 채권을 이어받는다. 계약인수로 양도인이 계약관계에서 빠졌다는 이유만으로 피압류채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여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매도인의 지위를 신탁회사에 이전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존 매매대금채권에 대한 압류가 이러한 계약인수 뒤에도 유지된다고 보아 추심금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12다41359).
임대인이 바뀌는 경우도 같은 합의가 필요한가?
해당 법에 따라 양수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임대차에서는 법률에 따라 임대인 지위가 승계되므로, 합의에 의한 계약인수처럼 임차인의 별도 승낙을 성립요건으로 삼지 않는다.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이러한 임대인 지위승계를 정하고 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4항,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다만 주택임차인이 지위승계를 원하지 않아 양도사실을 안 때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의를 제기하면 종전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소멸하지 않는다. 종전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양수인에게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는 등 전체 행동을 함께 판단한다(2021다251929 이유 1·3). 주택을 임차한 법인은 주민등록을 할 수 없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제3항의 특례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같은 조에 따른 당연승계가 적용되지 않는다(2024다215542 이유 3.가1).
임대차보증금 정산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임차건물 양수인이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뒤 임대차가 종료되고 목적물이 반환되는 경우, 승계 전에 발생한 연체차임이나 관리비 등은 채권양도의 요건을 갖추지 않았더라도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 차임채권이 양도되거나 압류·추심명령의 대상이 된 경우에도 같다. 대법원은 별도의 공제 합의나 채권양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제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2016다277880).
계약인수가 인정되지 않으면 실제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가?
계약인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사용자에 대한 모든 청구가 부정되지는 않으며, 원래 계약의 존속 여부와 청구 근거를 구별해야 한다. 가설자재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대차가 존속하는 동안에는 임대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차임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 무단 사용한 제삼자에게 곧바로 차임 상당 불법행위 손해배상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임대차가 종료된 뒤에는 소유자인 임대인의 부당이득 반환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아 해당 부분 등을 파기환송했다(2022다296165).
확인할 사항은 무엇인가?
계약인수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전 대상, 상대방의 승낙, 책임 유보, 기존 권리의 제한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의 제목보다 실제 이전 범위와 당사자들의 합의가 중요하다(2009다88303, 2022다296165, 2020다245958, 2012다41359).
- 개별 채권·채무만 넘기는가, 계약 당사자의 지위를 넘기는가?(2009다88303)
- 나머지 당사자의 명시적·묵시적 동의나 승낙을 뒷받침하는 사정이 있는가?(2022다296165)
- 양도인의 면책 유보 또는 기발생 채권·채무의 배제특약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가?(2009다88303, 2020다245958)
- 손해배상청구권은 계약관계에 기초하는가, 별도 양도나 양수인 자신의 피해를 확인해야 하는가?(2015다28968, 2020다245958)
- 이미 압류된 채권이나 법률에 따른 임대인 지위승계·보증금 정산 문제가 있는가?(2012다41359,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2016다277880)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 판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