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취소의 사기와 고지의무

혼인 전 어떤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혼인을 취소할 수는 없고, 법령·계약·관습·조리상 고지의무가 있으며 그 침묵이 위법한 기망으로 평가돼야 한다.

쉽게 말하면 — 결혼 전에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고 모두 ‘사기 혼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할 의무가 있었는지와 그 사실이 혼인의사 결정에 준 영향, 사생활 보호 필요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침묵도 혼인취소의 사기가 될 수 있나

될 수 있다. 민법 제816조 제3호가 규정하는 ‘사기’에는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고지한 경우뿐만 아니라 소극적으로 고지를 하지 아니하거나 침묵한 경우도 포함된다(2015므654).

그러나 불고지 또는 침묵의 경우에는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어야 위법한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2015므654).

다음 세 사정이 모두 인정되는 경우 그 상대방은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2015므654). 첫째,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위법한 수단으로 상대방 당사자를 기망하였다. 둘째, 이로 말미암아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결정하는 데 있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하여 착오에 빠졌다. 셋째, 그러한 기망행위가 없었더라면 사회통념상 혼인의 의사표시를 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된다.

고지의무는 어떻게 판단하나

관습 또는 조리상 고지의무가 인정되는지는 구체적·개별적 사정과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2015므654). 당사자들의 연령, 초혼인지 여부,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때까지 형성된 생활관계의 내용, 당해 사항이 혼인의 의사결정에 미친 영향의 정도를 본다. 당해 사항에 대한 당사자 또는 제3자의 인식 여부, 당해 사항이 부부가 애정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불가결한 것인지, 또는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영역에 해당하는지를 본다.

상대방이 당해 사항에 관련된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상대방이 당사자 또는 제3자에게서 고지받았거나 알고 있었던 사정의 내용 및 당해 사항과의 관계 등의 구체적·개별적 사정을 본다. 이러한 사정과 더불어 혼인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과 가치관, 혼인의 풍속과 관습, 사회의 도덕관·윤리관 및 전통문화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2015므654).

출산 경력을 말하지 않으면 취소할 수 있나

출산 경력이 혼인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일률적으로 취소사유로 보지는 않는다. 혼인의 당사자 일방 또는 제3자가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것이 상대방의 혼인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정만을 들어 일률적으로 고지의무를 인정하고 민법 제816조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서는 아니 된다(2015므654).

출산 경력 고지의무의 판단

출산의 경위와 출산한 자녀의 생존 여부 및 그에 대한 양육책임이나 부양책임의 존부, 실제 양육이나 교류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시기 및 정도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2015므654). 법률상 또는 사실상으로 양육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지, 출산 경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소극적인 것에 불과하였는지 등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2015므654).

이를 통해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가 알려질 경우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 심리하여야 한다.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와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할 수 있는지까지 심리하여야 한다. 그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고지의무의 인정 여부와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이로써 당사자 일방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보장과 상대방 당사자의 혼인 의사결정의 자유 사이에 균형과 조화를 도모하여야 한다(2015므654).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로 인한 출산

다음 경우에는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당사자가 성장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아동성폭력범죄 등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하였으나 이후 자녀와의 관계가 단절되고 상당한 기간 동안 양육이나 교류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라면 출산의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2015므654).

나아가 그런 경우 사회통념상 당사자나 제3자에게 그에 대한 고지를 기대할 수 있다거나 이를 고지하지 아니한 것이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출산의 경력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곧바로 민법 제816조 제3호에서 정한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이는 국제결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2015므654).

2015므654의 피고는 성장과정에서 아동성폭력범죄 피해로 임신·출산했고, 자녀와 관계가 단절돼 오랫동안 양육이나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그런 경우라면 출산 경력을 단순히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제3호 혼인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원심은 임신·출산 경위와 자녀와의 관계, 원고가 관련 질문을 한 적이 있는지, 국제결혼 당사자들이 혼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충분히 심리했어야 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제3호 혼인취소사유와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2015므654).

사기와 혼인의사 부존재는 어떻게 다른가

사기는 법원에 혼인의 취소를 청구할 사유이고, 혼인의 합의가 없는 것은 혼인의 무효 사유다. 민법은 혼인의 무효와 취소를 구별한다(2015므654). 혼인은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에는 무효로 한다(민법 제815조 제1호). 반면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법 제816조 제3호).

혼인무효는 혼인의 효력이 아예 발생하지 아니한다(2015므654). 이와 달리 혼인의 취소의 효력은 기왕에 소급하지 아니한다(민법 제824조). 사기로 인한 혼인은 사기를 안 날로부터 3월을 경과한 때에는 그 취소를 청구하지 못하므로 사기를 안 날도 확인한다(같은 법 제823조). 무엇을 숨겼는지뿐 아니라 청구하는 법적 효과가 무효인지 취소인지 먼저 구별해야 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문제 된 사실과 상대방에게 알린 내용을 시점별로 정리한다(2015므654).
  • 법령, 계약, 관습 또는 조리상 사전에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인정되는지 그 근거를 특정한다(2015므654).
  • 상대방의 질문, 사전 인식과 혼인의사 결정에 미친 영향을 확인한다(2015므654).
  • 출산 경력을 알리지 않은 경우,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이 침해될 우려가 있는지와 사회통념상 고지를 기대할 수 있는지, 불고지가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인지를 확인한다(2015므654).
  • 사기를 안 날과 3개월의 취소청구기간을 확인한다(민법 제823조).
  • 무효·취소·이혼 중 주장하는 사유와 효과가 맞는지 구별한다(민법 제815조, 같은 법 제81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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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2026년 9월 20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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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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