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격부인론이란 회사가 형식상 법인의 외형을 갖추고 있어도 그 법인격이 형해화되거나 남용된 경우, 그 배후에 있는 개인(또는 모회사)에게도 회사의 채무에 관한 책임을 묻는 법리다. 상법에 명문 규정은 없고 판례가 형성한 법리로, 회사가 사원·주주와 구별되는 독립한 법인이라는 원칙(상법 제169조)과 주주 유한책임(같은 법 제331조)의 예외에 해당한다.
쉽게 말하면 — 회사 간판만 걸어놨을 뿐 실제로는 사장 개인 사업이나 다름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회사가 진 빚이니 회사한테 받아라, 나(사장)는 모른다”고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그 사장 개인에게도 빚을 갚으라고 할 수 있게 하는 법리입니다.
언제 인정되는가
법인격이 형해화되었거나 남용된 경우에 인정된다. 판례는 두 가지로 나눠 판단한다(2007다90982).
첫째는 법인격의 형해화다. 회사가 외형만 법인일 뿐 실질은 배후자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상태를 말한다. 회사와 배후자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주주총회·이사회 등 법이 정한 의사결정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자본 규모·영업 규모·직원 수에 비춰 실질적으로 개인영업에 불과한지 등을 그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종합해 본다.
둘째는 법인격의 남용이다. 형해화 정도에 이르지 않더라도 인정될 수 있다. 배후자가 회사를 자기 뜻대로 좌우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으면서, 채무를 면탈하는 등 법인제도를 남용한 경우다. 남용 여부는 앞서 본 형해화의 정도와 거래상대방의 인식·신뢰 등 제반 사정을 함께 보아 개별적으로 판단한다.
회사 돈과 사장 개인 돈이 뒤섞여 있거나, 주주총회·이사회를 형식만 갖추고 실제로는 사장 혼자 결정하거나, 빚을 안 갚으려고 회사를 껍데기처럼 쓴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단순히 1인 회사라거나 자본금이 적다는 것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2007다90982 판결은 이 기준을 제시했지만 해당 사건에서 법인격부인론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일부 계좌 혼용과 지배주주·단독이사라는 사정만으로 형해화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종전 회사를 폐업한 뒤 새 회사를 세웠다는 사정만으로 법률적용을 회피하려는 남용행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인정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회사의 채무에 대해 배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판례는 “회사는 물론 그 배후자인 타인에 대하여도 회사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대법원 2007다90982 판결). 즉 채권자는 회사뿐 아니라 배후 개인에게도 변제를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법인격부인론은 개별 사안마다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법리다. 법인격 자체가 일반적으로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체적 사안의 책임 관계에서만 법인격이 무시된다.
실무 체크포인트
- 등기 단계에서 직접 적용되는 법리가 아니다. 법원이 소송에서 판단하는 사후적·예외적 법리다.
- 1인 주주가 회사재산과 개인재산을 혼용하면 개인에게 회사 채무의 책임을 물을 위험이 있다. 다만 일부 혼용이나 지배만으로는 부족하고 형해화 또는 남용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2007다90982).
- 채권자는 회사가 무자력이라는 사정만으로 배후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 회사와 배후자의 재산·업무 혼용, 의사결정 절차, 지배와 남용행위를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2007다90982).
관련
- 개념·해설
- 법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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