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에 필요한 증거라고 해서 개인정보가 든 자료를 제한 없이 제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에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2025다209756 판시사항, 2023도17590 이유 2가).
쉽게 말하면 — 계약서나 명단이 재판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증명하려는 사실과 관계없는 개인정보까지 그대로 내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증명하려는지, 꼭 필요한 부분만 냈는지, 가릴 수 있는 정보는 가렸는지를 함께 봅니다. 법원에 냈다는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에 제출하면 언제 정당행위가 될 수 있나?
재판 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을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의 경우에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2025다209756 이유 3가).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아래 사정 등 개별적인 사안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2025다209756 이유 3가).
- 개인정보 제출자가 개인정보를 수집·보유하고 제출하게 된 경위 및 목적
- 개인정보를 제출한 상대방
- 제출 행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 제출인지 여부
- 비실명화 등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에 필요한 조치 가능성 및 조치 여부와 내용
- 제출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성질(민감정보 여부 등) 및 양
- 침해되는 정보주체의 법익 내용과 성질 및 침해의 정도
- 개인정보를 제출할 다른 수단이나 방식의 존재 여부
- 다른 수단이나 방식을 취하지 않고 개인정보를 제출하게 된 불가피한 사정의 유무
제출 상대방이 법원이라는 사정도 이 가운데 하나로서 개인정보의 성격 등 다른 사정과 함께 고려된다. 2025다209756 사안에서 대법원은 계약서에 적힌 개인정보의 성격에 더하여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공공기관의 지위에 있는 법원인 사정까지 고려하면, 원고에게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떠한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2025다209756 이유 3나 4). 이와 따로 소송기록의 열람·복사 등 절차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이 적용되므로, 계약서에 기재된 개인정보가 종전 소송과 무관한 제3자에게 제공될 위험성도 크지 않다고 보았다(2025다209756 이유 3나 5).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공 제한과 어떤 관계인가?
재판과정에서 소송상 필요한 주장의 증명이나 범죄혐의에 대한 방어권 행사를 위하여 개인정보가 포함된 소송서류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는 경우,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2025다209756 판시사항).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 누설, 제공 금지 규정이 있어도, 이런 제출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에 해당하면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2025다209756 판시사항·참조조문, 2023도17590 이유 2가).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나 제15조제1항제2호, 제3호 및 제5호부터 제7호까지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 범위에서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경우에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제1항).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제15조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이용하거나 제17조제1항 및 제28조의8제1항에 따른 범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1항).
그 예외로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정보주체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중 「법원의 재판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제8호)를 포함한 제5호부터 제9호까지에 따른 경우는 공공기관의 경우로 한정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 제2항 단서·제8호).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였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 제59조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는 처벌 대상이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9호).
2025다209756 판결은 무엇을 판단했나?
대법원은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에 환송했다(2025다209756 주문·이유 3다). 이 행위를 위법하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2025다209756 이유 3다).
사건은 손해배상(기) 사건이다. 변호사인 피고는 종전 소송에서 한쪽 당사자의 소송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했고, 원고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가 기재된 계약서 사진을 준비서면에 첨부하여 서증으로 제출했다(2025다209756 이유 1가·나·다). 원심은 이 제출 행위를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 누설’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2025다209756 이유 2).
대법원은 계약서가 피고의 주장을 뒷받침함으로써 상대방 당사자 주장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자료라고 볼 수 있고, 이를 종전 소송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행위는 소송행위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2025다209756 이유 3나 1). 원고가 관련 사건에서 다수의 투자자를 위한 고소대리인으로서 고소장 작성 및 제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등을 한 바 있으므로, 그 사건의 투자상대방측 변호인으로 형사절차 등에 관여해 왔던 피고로서는 계약서가 진정하게 성립되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2025다209756 이유 3나 2). 피고는 다른 사람이 직접 촬영하였다고 하는 계약서 사진을 전송받아 재판부에 제출했고, 그 사진의 취득 과정에서 다른 법익을 침해하였다는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2025다209756 이유 3나 3). 계약서의 개인정보는 원고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로서 계약 당사자의 특정에 필요한 정보의 범위를 넘지 않고, 민감정보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보았다(2025다209756 이유 3나 4).
증거를 내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증명할 사실과 개인정보의 관련성을 먼저 확인하고, 그 사실을 증명하는 데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가리는 것이 안전하다. 같은 내용을 개인정보가 적은 다른 자료로 증명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필요 최소성, 비실명화 가능성과 실제 조치, 다른 증명 수단이나 제출 방식의 존재는 정당행위의 종합 판단 요소다(2025다209756 이유 3가).
계약금 지급 여부만 다투는 경우라면 주민등록번호 전체나 연락처까지 제출해야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지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일부를 가린 사본으로도 증명이 가능한지는 정당행위 판단에서 함께 살필 사정입니다(2025다209756 이유 3가).
실무 체크포인트
- 제출할 자료마다 증명하려는 사실을 한 줄로 적고, 그 사실과 무관한 개인정보는 마스킹한다(2025다209756 이유 3가).
- 정보의 내용·성질·양과 민감정보 여부를 확인하고, 다른 증명 수단이나 제출 방식이 있는지 검토한다(2025다209756 이유 3가).
- 원본 전체가 필요한지는 일부 제출이나 비실명화 가능성, 다른 방식을 취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정을 기준으로 검토한다(2025다209756 이유 3가). 검토 결과는 따로 기록해 두는 편이 좋다.
- 수사기관 제출은 목적과 상대방이 다르므로 수사기관 개인정보 제출의 정당행위의 기준과 2023도17590 판시사항 [1]·이유 2가도 확인한다.
관련
-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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