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통행 도로와 지하시설의 철거청구

일반 공중이 통행하는 공로라면 그 부지 소유자가 도로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철거·인도·통행금지를 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이 된다. 도로 지하에 묻힌 하수관 같은 시설의 철거청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다. 다만 임료 상당 부당이득을 받을 수 있는지는 철거청구와 별도로 판단한다.

쉽게 말하면 — 갑이 산 임야 가장자리에 오래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다니는 도로가 있고, 군이 그 밑에 하수관을 묻어 관리하는 경우입니다. 그 길이 일반 공중이 다니는 공로라면 갑의 도로 철거·인도 청구는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이 됩니다. 하수관 철거 청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사용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은 철거와 따로 판단하며, 갑이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려워 이를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사유지라도 도로 철거를 청구할 수 없나?

일반 공중이 통행하는 공로의 소유자가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철거·인도·통행금지를 구하면 원칙적으로 권리남용이 된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2]). 공로란 개설 경위를 묻지 않고 일반 공중의 통행에 공용되는 도로를 말한다. 민법은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고 정한다(민법 제2조 제2항). 권리남용은 권리 행사의 외관을 지녔지만 법이 허용하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소유자는 본래 자기 물건을 점유한 사람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213조 본문). 다만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으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같은 법 제213조 단서). 소유권을 방해하는 사람에게는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같은 법 제214조). 이런 청구의 일반 요건은 소유권에 기한 부동산인도·철거청구의 요건사실에 정리되어 있다.

토지가 공로가 되면 그 부지의 소유권 행사는 제약을 받는다. 대법원은 이를 소유자가 수인하여야만 하는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으로 본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2]). 수인이란 참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이 법리는 실제로 일반 공중이 통행하는 도로를 전제로 하므로, 특정인만 지나다니는 사유 통로는 이 요건에 바로 들어맞지 않는다.

공로인지 확인할 때 대법원은 실제 이용 상황을 보았다. 1996년 이전부터 마을 주민 등 불특정 다수가 다녔고, 일대 주요 통행로의 일부 구간이며 버스도 다니는 도로를 공로로 보았다(2023다214993 이유 2.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어도 1996년경 이후 도로를 사실상 지배했다는 원심 판단도 유지되었다(2023다214993 이유 1).

어떤 사정으로 권리남용을 판단하나?

권리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과 손해를 주려는 데 있을 뿐 행사자에게 이익이 없어야 한다. 여기에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는 요건도 갖추어야 권리남용이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1]).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이는 객관적 사정들을 모아 추인할 수 있다. 추인이란 드러난 사정으로 미루어 인정한다는 뜻이다. 법원은 권리남용 제도의 취지와 동시대의 객관적인 사회질서를 토대로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1]).

하수관이 묻힌 임야 사건에서는 통행로 개설 이후의 경과, 도로의 위치·면적 비율, 도로와 지하시설의 이용 현황을 종합했다(2023다214108 이유 3.나). 구체적으로는 다음 사정을 함께 보았다.

  • 통행로는 1976년 이전부터 불특정 다수가 다녔고, 지방자치단체가 2012년경 하수관과 오수맨홀을 매설했다(2023다214108 이유 3.나.1)).
  • 소유자는 증여 내지 매매로 취득해 통행로 이용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보였다. 그런데도 소송 전까지 이의를 제기한 사정은 보이지 않았다(2023다214108 이유 3.나.1)).
  • 도로를 폐쇄하고 하수관을 철거하면 주민들이 상당한 거리를 우회하고 큰 불편과 혼란을 겪는다. 대법원은 이를 공익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로 보았다(2023다214108 이유 3.나.2)).
  • 도로 부분은 임야 가장자리의 429㎡로 전체 12,357㎡의 약 3.47%였다(2023다214108 이유 3.나.3)).
  • 소유자가 그 부분을 다른 용도로 쓸 긴급한 필요성이나 구체적 계획은 보이지 않았다(2023다214108 이유 3.나.3)).

대법원은 공익에 반한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소유자의 취득 경위와 이용 필요를 함께 보았다. 그 결과 철거·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2023다214108 이유 3.나). 원심이 이 사정을 심리하지 않았다며 철거·인도 부분만 파기환송했다(2023다214108 이유 3.다·4). 파기환송이란 상급법원이 원심판결을 깨고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내는 것이다.

지하 하수관과 맨홀도 철거할 수 없나?

공로인 도로 지하에 매설된 시설의 철거청구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으로 제한된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2]). 이 판시는 공로 부지 소유자가 이를 점유·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도로 철거 등을 구하는 경우의 도로 지하 시설에 관한 것이다.

그 사건의 하수관 등은 인근 주민들 대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이었다. 하수관과 오수맨홀을 철거하면 시설이 끊겨 주민들의 큰 불편과 혼란이 예상되었다(2023다214108 판결요지 [3]).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하 시설도 앞 절의 이용 현황과 소유자 사정을 함께 본다.

법원이 권리남용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나?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이 없어도 권리남용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2023다214993 이유 2.가). 그 사건에서는 도로로 이용되는 상황을 알면서 매수한 사정도 권리남용 판단에 함께 고려했다(2023다214993 이유 2.나). 직권이란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므로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2023다214993 이유 2.가).

신의성실의 원칙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을 신의에 따라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민법 제2조 제1항). 강행규정이란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적용되는 규정을 말한다.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직권으로 권리남용을 판단했다(2023다214993 이유 2).

도로 부분이 포함된 토지를 차례로 매수한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함께 보았다.

  • 도로 부분은 1996년 이전부터 마을 주민 등 불특정 다수의 통행로였고, 전 소유자도 통행을 수인하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2023다214993 이유 2.나.2)).
  • 원래 원고와 그에게서 땅을 사 소송을 이어받은 사람은 현황대로 매수해 통행로 이용 사실을 잘 알았다고 보였다(2023다214993 이유 2.나.3)).
  • 그래서 그 부분을 다른 용도로 쓰지 못해도 불측의 손해, 곧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입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2023다214993 이유 2.나.3)).
  • 도로는 버스도 다니는 일대 주요 통행로의 일부였고, 폐쇄되면 길이 끊겨 주민들이 상당한 거리를 우회해야 했다(2023다214993 이유 2.나.4)).

대법원은 알면서 매수한 사람의 철거·인도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하였다(2023다214993 이유 2.나). 대법원은 청구 기각을 확정하지 않고 도로철거·토지인도 부분을 원심에 환송했다(2023다214993 이유 3).

철거가 제한되면 사용료도 받을 수 없나?

철거청구가 권리남용으로 제한되는지와 임료 상당 부당이득을 받을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한다(2023다214108 이유 2·3).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민법 제741조). 임료 상당 부당이득은 남의 땅을 쓴 사람이 그 땅의 사용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하수관 사건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소유자 측이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해 포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2023다214108 이유 2).

  • 통행로 개설·포장 시점이 불분명하고, 소유자 측이 통행로 제공으로 보상금·허가 등 이익을 보았다는 사정이 뚜렷하지 않았다.
  •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토지소유자들에게 보상금을 주면서도 이 소유자에게는 적법한 보상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 전 소유자 측이 2009. 6.경 마을 이장 등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
  • 지방자치단체도 원심에서 현실화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원만히 해결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그 결과 부당이득반환 인용 부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상고는 기각되었다. 철거·인도 부분만 파기환송되었다(2023다214108 이유 4). 이 결론은 포기 주장이 배척된 그 사건의 사정에 따른 것이다. 철거가 제한된다고 부당이득이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으며, 사용·수익권 제한과 사용료 판단은 사유지 도로의 사용료와 사용수익권 제한에 정리되어 있다.

실무 체크포인트

  • 땅이 공로인지 확인한다. 불특정 다수가 언제부터 다녔는지, 일대 통행로의 일부인지, 버스 등 일반 교통이 있는지 본다(2023다214993 이유 2.나).
  • 상대방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사실상 지배·관리하는지 확인한다(2023다214993 이유 1).
  • 철거를 구하려는 소유자는 그 부분을 다른 용도로 쓸 긴급한 필요성이나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 정리한다. 법원이 권리남용 판단에서 살핀 사정이다(2023다214108 이유 3.나.3)).
  • 도로로 쓰이는 땅을 사기 전에 통행 현황을 확인한다. 알고 매수한 사정은 권리남용 판단에서 고려된다(2023다214993 이유 2.나).
  • 철거·인도와 별도로 임료 상당 부당이득 청구를 검토한다. 사용·수익권 포기 주장에 대비해 보상금 수령 여부와 항의 기록을 확인한다(2023다214108 이유 2).
  • 상대방이 권리남용을 주장하지 않아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2023다214993 이유 2.가).

관련

최종 수정 2026년 10월 21일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고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최종 수정일 기준으로 작성됐으며 이후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경으로 현행과 달라질 수 있고, 법령·판례의 문언은 정본이 우선합니다. 내용만을 근거로 한 판단으로 생긴 손해에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면책 고지
🚩 오류 신고·수정 제안

잘못된 내용이나 법 개정으로 바뀐 부분을 발견하셨나요? 알려주시면 검토해 반영합니다.

공유하기
신우법무사

신우법무사

법무사 김정걸은 1994년 제2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32년간 법무사 업무를 해 왔습니다. 1984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외국인 상속등기 · 한정승인 · 상속포기, 상속관련 소송 · 비송, 회사등기, 강제집행 등을 주업무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