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의 누설에 관하여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누설한 사람을 같은 법 제71조 제5호로 벌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2024도19539 판시사항·판결요지).
쉽게 말하면 — 정보주체가 자기 정보가 알려지는 데 미리 동의했다면, 그 정보를 알린 사람을 누설 금지 위반으로 벌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2024도19539 판결요지).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서명 또는 날인한 동의서, 동의서 요청과 함께 주민들에게 제시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안내문, 단체대화방의 운영 모습 등을 보고, 주민들이 그 대화방에서 자기 실명과 동·호수가 사용되는 데 미리 동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습니다(2024도19539 이유 3나). 게시 경위에 개인적 동기가 일부 섞여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2024도19539 이유 3나).
개인정보 누설은 어떤 행위인가?
대법원은 누설을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로 해석해 왔다(2024도19539 판결요지·이유 3가).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사람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
현행법은 제59조 제2호를 위반하여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사람과,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 제9호). 이 사건에는 2023년 3월 14일 법률 제192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와 제71조 제5호가 적용됐다(2024도19539 이유 3가). 판결은 구 제71조 제5호에 대응하는 현행 조문으로 제71조 제9호를 참조하도록 적었다(2024도19539 참조조문).
왜 사전 동의가 있으면 처벌할 수 없나?
대법원은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 및 제71조 제5호의 문언, 개인정보 보호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의미 등을 종합해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벌할 수 없다고 봤다(2024도19539 판결요지·이유 3가).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의 처리 및 보호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한다(개인정보 보호법 제1조). 대법원은 이 법의 보호법익을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으로 보고, 이를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라고 했다(2024도19539 판결요지·이유 3가).
대법원은 어떤 사정을 보고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봤나?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나타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해자들을 비롯해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이 그 대화방에서 자신들의 실명과 동·호수가 사용되는 데 사전 동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그 사정에는 동의서 작성 경위, 안내문 기재 내용, 단체대화방의 운영 모습 등이 들어 있다(2024도19539 이유 3나 1)~3)).
피고인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인근 소음 피해보상에 관한 조정신청, 국가기관 탄원, 카카오톡 대화방 개설 등 그 피해보상 업무와 관련한 동의서 작성을 요청했고, 피해자들은 그 동의서에 자신의 실명, 아파트 동·호수, 전화번호 등을 기재하고 서명 또는 날인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1)). 동의서 요청과 함께 주민들에게 제시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안내문에는 다음 내용 등이 기재돼 있었다(2024도19539 이유 3나 2)).
- 카카오톡 대화방 개설을 위한 전화번호 작성을 요청하는 내용
- 동·호수·성명을 사용한 주민 의견수렴, 공지사항, 결산보고, 기타 업무에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
-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제출 및 카카오톡 대화방에서의 사용을 목적으로 주민들의 성명, 주소(동·호수), 연락처,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및 사용한다는 내용
피고인은 동의서에 기재된 주민들의 전화번호를 이용해 단체대화방을 개설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3)). 그 대화방에서 다수 주민은 익명으로 대화에 참여하고 있었다(2024도19539 이유 3나 3)). 그러나 일부 주민은 의견을 개진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실명과 동·호수를 밝히거나, 다른 주민을 대화방에 초대하면서 해당 주민의 실명과 동·호수를 언급하는 등으로 특정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3)). 찬조금을 납부한 주민들의 실명과 동·호수도 공개돼 있었다(2024도19539 이유 3나 3)).
원심은 피고인이 사전 동의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함으로써 이를 누설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2024도19539 이유 3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의 개인정보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2024도19539 이유 3다). 그래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했다(2024도19539 이유 4·주문).
게시 동기와 피해자의 사실확인서는 어떻게 고려됐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실명과 동·호수를 게시한 경위에 개인적 동기가 일부 내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사전 동의했다고 보는 판단을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호명 당시 이의 제기 여부와 피해자 중 두 사람이 원심에 낸 사실확인서도 그 판단에 쓰인 사정에 들어 있다(2024도19539 이유 3나 4)·5)).
피고인은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의견이나 대화방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게시하자, 피해자들을 실명과 동·호수로 호명하면서 그 내용에 반박하는 의견을 게시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4)).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들이 그 호명 방식에 대해 직접 피고인에게 이의 제기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4)).
이 사건 수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고발로 시작됐다(2024도19539 이유 3나 5)). 피해자 중 두 사람인 공소외 1, 공소외 3은 원심에서 다음 취지의 사실확인서(탄원서)를 제출했다(2024도19539 이유 3나 5)).
-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서 본인의 동·호수 및 실명이 사용·공개되는 것을 알고 서명·동의하였다
- 본인의 개인정보가 피고인으로 인하여 누설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관리사무소장에게 항의한 적도 없고 고발된 사실도 몰랐다
실무 체크포인트
- 동의서를 받을 때 개인정보를 사용할 곳과 사용할 항목을 적은 안내문을 함께 제시한다(2024도19539 이유 3나 1)·2)).
- 받은 동의서와 함께 제시한 안내문을 같이 보관한다(2024도19539 이유 3나 1)·2)).
- 단체대화방에서 실명과 동·호수가 어떻게 드러나 있었는지(스스로 밝힌 주민, 공개된 찬조금 납부자의 실명과 동·호수 등)를 기록으로 남긴다(2024도19539 이유 3나 3)).
- 수사기관이나 법원 제출은 동의와 별도로 수사기관 개인정보 제출의 정당행위·재판상 개인정보 제출의 정당행위와 2023도17590·2025다209756의 정당행위 기준을 확인한다.
관련
- 개념·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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