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의 ‘접근매체의 대여’가 무엇인지 밝혔다.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다(2022도5903). ‘대가’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이다(2017도16946).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자는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2022도5903).
쉽게 말하면 — 카드를 잠시 쓰게 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이익이 카드를 빌려준 것과 맞바꾼 대가였는지, 카드를 건넬 당시 본인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지를 봅니다. 대출받을 기회도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한 판결이 있고, 대출금과 이자를 갚는 데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건넨 사안에서는 대가와 그 인식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한 판결이 있습니다.
어떤 사용허락이 접근매체 대여인가?
제2호의 대여가 무엇인지는 판례가 정의했다. 대가를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접근매체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접근매체를 사용해서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다(2022도5903). 판례 정의의 ‘관리·감독 없이’에 비추어, 이용자가 매 거래를 승인하고 사용범위를 실질적으로 통제한 경우와 상대방에게 독자적인 사용을 맡긴 경우를 나누어 본다.
접근매체가 무엇인지와 제6조 제3항 각 호의 구조는 접근매체 금지행위에서 정리했다. 상대방이 어떤 접근매체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한다.
대가는 어떤 경제적 이익이어야 하나?
대가는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이다(2017도16946). 조문은 대가를 수수(授受)ㆍ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2호). 대가를 주고받은 경우뿐 아니라 요구하거나 약속하면서 대여한 경우도 금지된다.
판단할 때는 먼저 받거나 요구·약속한 이익이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인지 본다(2022도5903). 이어서 접근매체를 대여하는 자가 접근매체 대여에 대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대여한다는 인식을 가졌는지를 함께 본다(2022도5903).
대출 기대는 언제 대가가 되나?
대법원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이 체크카드를 통해 가공으로라도 입출금내역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받을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은 사안을 판단했다. 그 사람은 막연히 대출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돌려받기로 하고 체크카드를 송부했다. 대법원은 대출받을 기회를 얻은 것이 접근매체의 대여와 대응하는 관계, 즉 대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과 법리오해가 있다며 파기환송했다(2017도16946).
반대로 대출금과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체크카드를 교부한 사안이 있다. 대법원은 기망으로 카드를 교부한 사람으로서 대출의 대가로 접근매체를 대여했다거나 카드를 교부할 당시 그러한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가 있다며 파기환송했다(2022도5903).
두 사건 모두 대출을 기대하고 카드를 보낸 사안이지만, 거래실적을 만들어 신용한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대출받을 기회를 얻기로 하고 넘긴 경우와 상환에 쓰려면 카드를 맡겨야 한다는 기망을 받고 넘긴 경우로 사실관계가 나뉜다. 두 판결 모두 파기환송이므로 그 자체로 유·무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가가 없으면 금지행위에서 벗어나나?
대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제6조 제3항의 모든 금지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제1호는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하는 행위를 대가와 무관하게 금지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3호는 범죄에 이용할 목적으로 또는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하는 행위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대가의 대응관계와 인식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나 인식이 있었는지는 따로 판단한다.
제6조 제3항 단서는 제18조에 따른 선불전자지급수단이나 전자화폐의 양도 또는 담보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면서, 제3호의 행위 및 이를 알선ㆍ중개하는 행위는 제외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단서). 그러므로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나 인식이 있는 대여와 그 알선·중개에는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6조 제3항 본문의 적용 범위와 선불전자지급수단·전자화폐 예외는 접근매체 금지행위에서 다룬다.
현행 제49조 제4항은 제6조제3항제1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양도하거나 양수한 자와 제6조제3항제2호 또는 제3호를 위반하여 접근매체를 대여받거나 대여한 자 또는 보관ㆍ전달ㆍ유통한 자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제2호). 같은 조 제8항은 제1항부터 제7항까지의 징역형과 벌금형은 병과할 수 있다고 정한다.
실무 체크포인트
- 접근매체를 누가 어느 기간 동안 이용자의 관리·감독 없이 사용할 수 있었는지 정리한다(2022도5903).
- 대출받을 기회 등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이익의 내용을 확인한다(2017도16946).
- 그 이익이 접근매체의 대여에 대응하는 관계에 있는 경제적 이익이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대화·계약·입금내역을 모은다(2017도16946).
- 접근매체를 교부할 당시 그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대여한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를 그 무렵의 대화와 경위로 확인한다(2022도5903).
- 범죄에 이용할 목적이나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았다고 볼 사정은 제3호 요건으로 따로 정리한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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