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다222212 판결. 민사소송에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을 명문 금지규정 유무에 따라 둘로 나눠 판단한 판례다(통신비밀보호법 제4조·제14조, 민사소송법 제202조).
의의
민사소송에서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두 갈래로 정리한 판례다.
- 통신비밀보호법처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명문의 증거사용 금지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비교형량 없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파일·녹취록이 이에 해당한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통신비밀보호법 제4조).
- 그런 명문 규정이 없는 위법수집증거는 형사소송과 달리 일률적으로 배제되지 않는다.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해 개별적으로 증거능력을 정한다(민사소송법 제202조).
사실관계
원고가 상대방의 대화를 제3자를 통해 몰래 녹음한 파일 등을 손해배상청구의 증거로 제출한 사건이다. 그 녹음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무단 녹음에 해당하는지,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쟁점이 됐다.
판시사항
[1] 제3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2]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지 여부(소극) 및 그러한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에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제1항), “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하고 있다(제2항). 이에 따르면 제3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은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
[2]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제202조),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법원이 그러한 비교형량을 할 때에는 사건의 내용과 성격,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및 방법,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및 정도, 위법행위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사이의 관계 및 분쟁의 양상,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로 증명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 증거확보의 필요성 내지 긴급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참조조문
[1]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4조, 제14조 / [2] 민사소송법 제202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공2024상, 446),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관련
- 개념·해설
전문
판례 전문 펼치기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코러스 담당변호사 박현화)
【원심판결】 서울중앙지법 2024. 1. 23. 선고 2023나4119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와 소외인은 2005. 5. 4.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이다.
나. 소외인은 2021. 6. 3. 원고를 상대로 이혼 등을 구하는 조정신청을 하였는데, 조정 불성립으로 2021. 9. 16. 소송으로 이행되었다(서울가정법원 2021드합40198).
다. 원고는 위 사건이 계속 중인 2021. 9.경부터 11월경까지 사이에 ① 소외인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소외인과 피고 2, 피고 1 등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 ② 소외인의 휴대전화에 보관되어 있던 문자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원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행위 등을 통해 증거를 수집하였다. 원고는 위 ①, ②의 행위에 대해 각각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위반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한다) 제49조 위반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확정되었다.
라. 원고는 2022. 1. 26. 피고들이 소외인과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위자료의 지급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위 ①행위를 통해 수집한 각 녹음파일 및 그 녹취록(이하 ‘①증거’라고 한다)과 위 ②행위를 통해 수집한 각 사진(이하 ‘②증거’라고 한다) 등을 증거로 제출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증거 및 ②증거를 채택하여 이를 근거로 피고들이 각각 소외인과 부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에 따른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제4조는 "제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에서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제1항), "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라고 하고 있다(제2항). 이에 따르면 제3자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녹음한 파일이나 녹취록은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 판결, 대법원 2024. 4. 16. 선고 2023므16593 판결 등 참조).
2) 한편 민사소송법은 자유심증주의를 채택하면서(제202조),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통신비밀보호법과 같이 개별 법령에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가 아닌 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하여 민사소송에서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증거의 증거능력 유무는 민사소송법의 기본이념인 재판의 공정과 신의성실의 원칙을 기초로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의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발견의 가치를 비교형량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 법원이 그러한 비교형량을 할 때에는 사건의 내용과 성격, 문제 된 위법행위의 주체·경위 및 방법, 피침해이익의 성질과 피해의 내용 및 정도, 위법행위에 관련된 이해당사자 사이의 관계 및 분쟁의 양상,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로 증명하고자 하는 대상의 특성, 증거확보의 필요성 내지 긴급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나. 사건에 관한 판단
1) ①증거는 원고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을 위반하여 소외인과 피고 2, 피고 1 등의 공개되지 않은 대화를 녹음한 파일 또는 녹취록으로서 같은 법 제14조 제2항, 제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2) 한편 정보통신망법 제49조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②증거는 정보통신망법 제49조를 위반한 행위로 수집된 증거이지만, 정보통신망법을 포함하여 개별 법령에 위와 같은 위법행위로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에서 ②증거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원심판결의 이유 및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이를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아 소외인과 피고들의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한 것을 수긍할 수 있다.
가) ②증거는 원고가 배우자인 소외인으로부터 이혼 조정신청을 받은 이후 조정 불성립으로 이혼 소송으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소외인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하여 수집한 증거로 보인다. 원고는 위 이혼 소송 계속 중 그 연장선에서 피고들이 소외인과 부정행위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로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고, 부정행위를 증명하기 위하여 ②증거를 제출하였다. 위 이혼 소송이나 이 사건 소송의 성격상 그 증거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둘러싼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나) 원고가 소외인의 휴대전화에서 ②증거를 수집할 당시 원고와 소외인은 법률상 부부로서 동거생활을 유지하던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고, ②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원고의 촬영행위는 소외인과 동거 중인 주거지 내에서 이루어졌다.
다) 원고는 소외인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동거 중이던 소외인의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였다. 해당 증거들의 내용, 원고와 소외인, 피고들 사이의 관계 및 그들 사이에 벌어진 분쟁의 양상에 비추어 보더라도, 그 증거 수집 및 조사로 인해 소외인과 피고들의 사생활 내지 인격적 이익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라) ②증거는 소외인과 피고들의 부정행위 사실에 대한 증거로서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당시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거확보의 긴급성 역시 인정된다. 달리 원고가 적법하게 수집한 다른 증거를 통해 이를 증명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3) 따라서 ①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원심의 이유 설시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으나 ②증거 등을 근거로 소외인과 피고들의 부정행위를 인정하여 피고들의 위자료 지급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엄상필(재판장) 오경미(주심) 권영준 박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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